▲ 송미자- 중국 연변 시인
신저는 마루방이다

주말이나 명절이면 우리 식구는

이 마루방에 모여 휴식의 한때를 즐긴다


남편은 연길에서 보신탕에 高粱주를 놓고

아들은 북경에서 오리구이에 二鍋頭를 놓고

나는 서울에서 삼겹살에 참이슬을 놓고

술잔 부딪쳐 건배하면 짤그랑 소리 의연히 귀 맛 좋다


입맛 돋구는 음식향보다 더 짙은 정이 오가는 우리들의 공간

수천리 수만리 헤여져 있어도 그리움이 떠나간 우리들의 방

서로 다른 공간,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가는 이야기와 더불어

약속과 부탁 바램에 대한 마음을 꾸밈없는 담소로 나누면

리산(離散)의 아픔은 언제 일이였던지 꿈만 같다


싸이월드 미니홈피는 서로의 침실이다

평일이면 바쁜 일정이라도 가끔씩 노크하고 들여다보며

선물도 놓아주고 메모로 말도 건늰다


지구촌 붐비는 세상살이속

씨앗 같은 몸을 삶이라는 땅속에 묻고

구름 같은 꿈을 희망이라는 하늘에 날리면

이 세상만이 아닌 우주까지도 내 것 같다


내 아주 어렷을 때

유리창도 없는 문창호지 바른 초가에 앉아 부싯돌 켜시더 할아버지

저 하늘나라에서 공중곡예 보시는듯한 념려의 눈길로

오늘도 내 령혼에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_사람은 필경 민물에 와서 알까고 바다로 나가는 숭어가 아닐진대

어서 고향에 돌아가 식구들과 모여 단란히 살거라



가족의 의미


혼자라는 쓸슬함이여 가거라

훨훨 날아 가거라

해 뜨면 승천하는 새벽 안개 같이


막내 동생이 온다기에

세밑 장을 보았다

타관땅 밟아온지 수년

내가 언제 명절을 알았던가

반가움에 앞서 글썽이는 즐거움


먼 이국 땅에 있는 막내의 식성을 물어보느라 고향에 계시는 어머니께 전화하고

장 보고 꿈에 부풀어 기쁨 전하느라 형제들한테 전화하고

외로움 없이 잘 지낸다고 남편과 아들에게 전화하고 ……


가슴 깊은곳으로부터 솟구치는 맑은 샘이

뇌의 골골로 흘러들어 넘실넘실 춤을 추면

뼈의 릉선따라 푸르러지는 숲이 삶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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