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자문기구(ICOMOS), 조선 왕릉 40기 세계유산에 '등재 권고'
조선의 건축·철학 결정체 빼어난 자연미 높은 평가 의궤 등 문헌연구도 풍부

동구릉·광릉·태릉 등 조선시대 왕릉(王陵) 40기가 유네스코(UNE 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될 것으로 보인다.

문화재청(청장 이건무)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최근 유네스코에 제출한 조선 왕릉에 대한 평가결과 보고서에 '등재 권고'로 돼 있음을 확인했다고 13일 밝혔다. 지금까지 ICOMOS가 등재 권고한 유적이 세계문화유산이 되지 못한 사례는 없다. 조선 왕릉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6월 22~30일 스페인 세비야에서 열리는 제33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조선 왕릉은 조선시대 27명의 왕과 왕비 및 사후 추존(追尊)된 왕과 왕비의 무덤을 망라한 것으로, 한 왕조의 무덤이 이렇게 온전하게 보존된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힘들다. 문화재청은 총 42기의 조선시대 왕릉 중 북한 개성에 있는 제릉(齊陵·태조 원비 신의왕후의 능)과 후릉(厚陵·정종과 정안왕후의 능)을 제외한 40기를 지난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신청했다. 문화재청 김홍동 국제교류과장은 "이번에 전 세계에서 등재 신청을 한 문화유산 29건 중 신규로 등재 권고된 것은 조선 왕릉을 포함해 10건(34%)에 불과할 정도로 심사가 엄격했다"고 말했다.

▲ 경기도 여주군 능서면에 있는 영릉(세종대왕릉·사적 제195호)./문화재청 제공
조선 왕릉이 세계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가치는 어디에 있을까. 전문가들은 조선 왕릉은 단순히 왕의 주검이 묻혀 있는 무덤이 아니라 조선시대(1392~1910) 519년의 역사를 포함해 당대의 건축 양식과 미의식, 철학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문화의 결정체라고 말한다.

ICOMOS가 지난해 9월 21~29일 조선 왕릉 40기 전체를 실사한 결과에 따르면 조선 왕릉은 ▲유교사상과 토착신앙 등 한국인의 세계관이 반영된 장묘(葬墓) 문화 공간이고 ▲자연경관을 적절하게 융합한 공간 배치와 빼어난 석물(石物) 등 조형예술적 가치가 뛰어나며 ▲제례 의식 등 무형의 유산을 통해 역사의 전통이 이어져 오고 있는데다 ▲왕릉 조성이나 관리, 의례 방법 등을 담은 국조오례의(國朝五禮儀), 의궤(儀軌), 능지(陵誌) 등 고문서가 풍부하고 ▲조선 왕릉 전체가 통합적으로 보존 관리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받았다.

정재훈 한국전통문화학교 석좌교수(전 문화재위원)는 "한 왕조가 500년 이상 지속되며 재위한 모든 왕의 무덤이 남아있는 경우는 중국·일본 등 동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다"며 "중국 명·청 시대의 황릉(皇陵)은 자연미를 엿볼 수 없고, 과거와 현재를 이어 살아 숨 쉬게 만든 유산은 조선 왕릉뿐"이라고 강조했다.

조선 왕릉 40기가 오는 6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최종 결정되면 우리나라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강원도 영월(장릉)까지 포함하는 대규모 세계문화유산군(群)을 보유하게 된다. 특히 종묘(1995년)와 창덕궁(2000년)에 이어 또 하나의 조선왕조 유산이 세계유산으로 등재되는 것은 조선왕조의 문화적 우수성과 독창성을 세계가 널리 인정했음을 뜻한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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