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도 아닌데 통장 총액이 줄어들고 지갑은 자꾸만 얇아진다. 할 수 없다. 119도 911도 아닌 일망타진 '리빙' 수사대가 떴다. '다모(茶母)'보다 더 명민하고 치밀하게 당신의 통장을 얄팍하게 만드는 범죄자를 색출해내겠다.

[ 세상의 모든 스캔들은 다 접수하고 있는 워킹맘 L씨 ]

특징 : 그녀는 신문을 펼치는 순간 정치, 경제면은 과감히 손톱 발톱 깎기용, 파리잡기용 등으로 양보한다.

주된 자랑거리 : "아니, 그걸 여태 몰랐어? SS 커플의 사연을?" '여태 몰랐어'는 그녀가 말하는 모든 말의 시작이다. 그녀는 경제면보다 연예면이 좀 더 인간적이고 사람 사는 얘기라 좋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녀의 또 하나의 자랑. "재테크? 그런 거 우리 남편이 다 알아서 해. 애널리스트잖아~."

→ 리빙 프로파일러의 분석 : 아무리 남편이 경제면에 빠삭하더라도 당신이 무지할 필요는 없다. 특히 워킹맘의 가장 큰 재미는 남편 몰래 비상금을 챙기거나 재테크로 자신만의 비밀 통장을 갖는 것 아니던가? 왜 당신은 그 기쁨을 여태껏 모르고 살고 있을까? '작은 차이가 명품을 만든다'는 말은 사실이다. 이런 자투리 시간 활용이 나중에 꼭 필요한 지식이 될 때가 많다. 누구는 원유 값 폭등이 몰고 올 주식시장의 변화에 관심을 두고 내 주식을 어디에 분산 투자할지 고민하고 있을 때 당신은 어떤 여배우가 모바일 화보를 찍었다는 정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면, 나중에 은행 PB들이나 고객 상담가와의 협상에서 그들이 내세우는 대표 상품에 끌려갈 확률이 높다. 은행 PB ,그리고 상담가들은 하루에도 수천 명을 응대한다. 그리고 그들이 가장 우선해서 미는 상품은 그 은행에서 새롭게 밀고 있는 신상품인 경우가 많다. 어느 누구도 당신의 밥그릇을 대신 챙겨주지 않는다. 많이 아는 놈이 결국 많이 가지게 되어 있다.

[ 패션지 에디터 P씨 ]

특징 : 아가씨도 아니고 뉴요커도 아닌데 별다방, 콩다방 커피를 매 끼마다 들고 다닌다.
주된 자랑거리 : 10~12번의 도장을 다 채워 오늘은 공짜 커피를 먹는다고 자랑하고 다니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 리빙 프로파일러의 분석 : 그렇게 뉴요커가 되고 싶으세요? 별다방, 콩다방이 아니라도 요즘은 밥 배, 간식 배가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P군 무리들. 커피 10잔 값이면 재테크를 시작할 수도 있는데, 만약 '문화인답게'가 아니라 '동물적으로' 커피 값을 모은다면 어떻게 될지 계산해보자. 일주일에 두 번 정도 4천원짜리 별다방 카페라테 작은 크기를 마신다면 한 달에 3만2천원이다. 그게 1년이면 38만4천원, 10년이면 3백84만원이다. 그리고 브랜드 커피들은 몇백 원 수준이 아니라 보통 식사 비용보다 훨씬 비싸다(자장면을 기준으로 하자. 당신이 뷔페를 주장한다면 두 손 두 발 다 들겠다). 만약 매달 3만원씩 연 15%의 수익이 나는 펀드에 넣었다면, 10년 후에는 8백40만원이 당신 통장에 찍히게 된다. 그런데도 마시겠는가? 커피가 아니라 그건 장희빈이 마시고 쓰러진 사약 정도로 생각해도 된다.

[ 방송국 작가 S씨 ]

특징 : 늘 '글쓰기는 고통이야!'를 외치며 담배를 물처럼 달고 사는 여자. 그녀의 담배 피우는 지정석이 있어 그녀가 오면 후배들이 슬금슬금 자리를 비켜줄 정도다.

주된 자랑거리 : 요즘은 경제를 위해 기존 담배보다 얇은 크기로 바꿨노라고 말하고 다닌다. 피우는 횟수가 늘어났음에도 돈은 똑같으니 얼마나 괜찮은 방법이냐고 추천하고 다닌다.

→ 리빙 프로파일러의 분석 : 보통 애연가들의 특징이 '커피'에는 돈을 덜 쓴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들은 이 점을 매우 자랑스러워하며 별다방, 콩다방 커피를 마시는 이들을 경멸하는 눈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마찬가지다. 왜냐고? 매일 2천5백원짜리 담배 한 갑을 피운다 치자. 그러면 결과적으로 10년에 9백12만원을 담배 연기로 날려버리는 결과가 나온다. S가 골수 짜내서 쓴 원고는 그야말로 연기가 되어 훨훨 날아가는 것. 게다가 허파까지 이상이 생기면 그야말로 병원비까지 보너스 당첨! 만약 담배 값을 아껴 투자한 2천1백만원이면 그리도 오래 쓴다는 명분의 명품 가방 몇 개는 살 수 있을 것이고, 마니아라면 최신 오디오들로 스테레오 사운드를 매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혹시 누가 아나? 수익이 10~30%까지 뛰게 되면 당신의 자동차 차종이 바뀔 수 있을지…

[ 사람 좋기로 소문난 PD M씨 ]

특징 : 지갑을 챙기지 않을 때가 많다. 그렇다고 '빈대'과는 절대 아니다. 사람들과 식사를 하고 나면 언제나 "내가 카드깡 할게, 내게로 주세요"라고 말한다.

주된 자랑거리 : 일단 남들의 영수증으로 꽉 찬 두툼한 지갑만 보면 혀를 끌끌 찬다. "아니, 요즘이 어느 시대인데 지갑이 무기니?"라고 말하곤 한다. 또한 자신은 카드 포인트가 많이 쌓여 맘만 먹으면 현금처럼 쓸 수 있음을 늘 강조한다.

→ 리빙 프로파일러의 분석 : 신용카드에도 이자가 붙는다는 것 몰랐니? 포인트 제도, 정말 좋다. 현금으로 돌려 쓸 수 있는 것도 매우 좋은 제도다. 현금족들은 돈이 없으면 아쉽지만 돌아서고 만다. 하지만 카드족들은 비싸다고 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할부 구매'라는 아주 '지혜로운' 방법을 이용하신다. 조금씩 물건 값을 갚아나가기 때문에 부담 또한 없으시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 이자, 한번쯤 생각은 해봤나? 할부 수수료는 카드사마다 다르다. 평균치로 따지면 14~19% 내외. 남은 금액에 대해 꾸준히 15% 정도의 이자를 지급하면서 돈을 갚아나가야 하는 것이다. 당신의 돈을 안전하게 은행에 입금해놓는다고 치자. 적금도 이자가 연 7%가 되지 않는데 할부 수수료는 15%다. 바보도 이쯤 되면 알지 않겠나? 당신은 약 두 배 정도 손해보는 장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또 카드족들은 이렇게 대항하겠지. "3개월 무이자인데?" 혹은 "모르는 소리 마쇼! 카드를 많이 사용하면 소득공제처럼 세금도 줄어드는데 손해는 무슨 손해야?"라고. 그런데 만약 당신의 연봉이 3천만원이라고 가정하고 연봉의 3분의 1인 1천만원을 신용카드로 소비했다면 사용액의 15%인 4백50만원을 공제받게 돼 다른 변수 없이 4백50만원의 17%인 76만원 정도의 세금을 줄일 수 있게 된다. 매월 83만원어치를 꾸준히 신용카드로 사용하고 15%의 할부 수수료를 낸 다음 76만원의 세금을 돌려받는다? 이게 이익이니?

당신의 통장을 불리기 위해 반드시 절친이 돼야 할 사람들

증권회사 직원, 은행 창구 직원, 보험설계사, 세무사, 그리고 인심 좋은 복덕방 아줌마 아저씨가 그들이다. 적어도 이 정도와 절친이 돼야 당신의 평생 재테크 목표를 달성하는 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사회 생활하기도 바쁘고, 애보기도 바쁘고 남편과 시댁 돌보기도 바빠 죽겠는데 언제 만나냐고 따지지 말자. 친구 중 재테크 분야에 진출한 친구가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적어도 유익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결국 통장을 불리는 데 재테크만큼 중요한 것이 바로 재테크 지식을 많이 알고 있는 인테크라는 점을 잊지 말자.

참고 서적| < 월급쟁이 재테크 상식사전 >  서울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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