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튿날아침, 나는 대들보가 무너지는 악몽을 꾸었다. 엄마가 지르는 고함소리에 놀라 후닥닥 깨여났다. 뭐라고 울부짖고있었다. 분별이 가지 않았다. 자기 가슴을 움켜쥐고 뜯으며 고간쪽을 손가락질했다. 문득 불길한 생각에 나는 급히 거기로 뛰여갔다. 아아, 문을 떼기 바쁘게 나는 악연히 굳어지고말았다. 침대에 꽛꽛이 굳어진 시체가 눈에 훌쩍 뛰여들어왔던것이다. 아버지, 바로 당신이 손수 만든 비상(독약)을 잡숫고 세상을 달리했던것, 고정한 당신은 이제 더는 낯들고 다닐수 없노라, 삶의 의욕을 버린것이다.

화는 홀로 안온다는 말이였다. 설상가상이였다. 아버지장례식을 치른 보름만에 천도끼할매도 승천하셨었다. 미음 한모금 안드시고 아들을 따라가셨다. 청천벽력이라더니 하루 아침에 우리 집은 쑥대밭이 된것이다.

우리는 아버지와 할매의 골회를 강에 나가 뿌렸다. 총총히 가버린 이들에게는 아무런 유언장도 없었다. 나는 다행히 할매의 궤짝에서 이런 글을 발견했다. 8절지 한지에 한문으로 씌여진 시구였다. 우에 한글로 써놓은 이런 설명이 있었다.

기약없는 당신이 언제 돌아올지 몰라 먼저 떠나갑니다. 뜨락에 봄빛이 한창이네요. 혹시 저쪽 세상에서 절 기다리고있을듯싶어 마음이 급해집니다. 거기도 봉숭화는 피였겠지요? 애틋한 까치소리가 들려오네요. 당신의 따뜻한 손을 잡고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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上  邪

    上邪! 我欲與君相知, 長命無絶哀!

    山無陵, 江水爲竭, 冬雷振振, 夏雨雪, 天地合, 乃敢與君絶

상 야 *

하늘이여!

내 그대를 사랑하오.

그 사랑 오래오래 변함 없으리!

산에 봉우리 없고

큰강에 물마르고

겨울에 우뢰울고

여름에 눈내리고

하늘땅이 딱 붙어야

그대와 갈라지리.

* 여기서 상은 하늘이란 뜻이고 야는 호칭어에 속했다.

시를 풀이하고 래원을 찾느라 복선녀와 나는 이틀저녁을 소모했다. 중국 량한시기 민간 련가로서 다섯가지 불가능한 자연현상을 들어 애정의 견인성을 표현한것, 그러니 진호형엄마가 남긴 유언장인셈이다. 할매는 혹시 그것을 조선전쟁에서 돌아온 아들한테 보여주지 않았을수도 있다. 우리는 서로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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