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삼의 중국문화풍경

얼핏 보면 모순되는 견해이다. 중국은 관료가 판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한국인의 입장에서는 아직 민주와가 잘 되어있지 않고 법이 제대로 집행되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중국이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관료의 힘은 ‘도장’에 있는 것이고 이러한 고충을 맛본 한국인, 특히 한국기업인들은 이 글을 보면서 쓴 체험을 되새기고 있을 지도 모른다.

사실인 것이다. 하지만 중국의 관료는 관료가 아닌 백성에 대해서는 몹시 너그럽다. 특히 고위급 관리일수록 이러한 행실을 미덕으로 간주하고 있다. ‘관불대 가자불소’(官不大 架子不小)라는 말도 있는데 그것은 하찮은, 볼꼴 없는 밑바닥 관리들을 비꼬는 말이다. 즈마관(芝麻官)-참깨만큼 큰 심부름꾼(관리)이 폼을 잡듯, 모두의 웃음거리밖에 못되는 못난이인 것이다.

평역근인(平易近人)이란 아무런 틀도 없이, 보통사람에게 친근하게 다가선다는 뜻이다. 이것은 중국 관료의 미덕으로서 이미 사업풍격의 하나로 정부에서 제창하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의 관료들은 백성에게 너그러우며 그렇지 아니하고 행패를 부린다거나 큰 소리 친다거나 하는 행위는 주변 사람들의 웃음거리로 전락되기 일수이다. 조소의 대상, 최저의 인격도 갖추지 못한, 앞날이 막막한 사람으로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관료와 관료가 마주서면 서로의 자존심을 세우지만 일단 백성과 마주서면 어른의 자태로 베푸는 것을 기쁨을 생각한다. 도리는 간단하다. 물은 배를 뜨게 할 수도 있고 또 배를 뒤엎어 침몰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관리는 배고 백성은 물인 것이다.
중국에서는 관리를 일러서 부모관(父母官)이라 종종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다. 즉 관리는 자식을 보살피는 부모와 같다는 것이다. 또 중앙정부로부터 관리들이나 공무원에게 공복(公僕)의식을 대대적으로 심어주고 있다. 기관의 공공장소에 가면 벽이나 대형표어에 써놓은 인민의 공복이란 글자를 쉽게 보게 되는 것이다. 중국 대표적인 문인 루슌(魯迅-노신)도 ‘부수감위유자우(俯首敢爲儒子牛)- 머리를 숙이고 달갑게 시민의 소가 되겠다는 명구절을 남기었다. 또 70년대 중국에서 유행했던 유화 한 점이 있었다. 논두렁에서 현위서기와 농부가 마주치게 되었는데 현위서기는 바짓가랑이를 걷어 올리고 논두렁 아래 진흙탕에 서서 농부에게 길을 내주고 있는 모습이다. 관료의 소탈하고 특세 없는 공복의 한 측면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관료는 중국의 백성들 사이에서 언제나 흠모의 대상이며 ‘관’자는 백성들에게 영원히 매력적인 것이다. 돈보다는 관을 더 따르는 중국인의 습성, 같은 술을 사도 관에서 사면 관주(官酒)가 되는 법, 관주를 마신다는 것은 기분이 절잖게 좋아지는 것이다. 그 술의 좋고 나쁨을 떠나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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