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청룡(경희대 박사과정)

지난 7월 2일부터 4일 사이, 한국무역협회는 재한국 중국유학생들에게 한국의 산업현장과 문화유적지를 탐방하는 기회를 마련해주었다. 필자는 2박3일로 이번 탐방을 다녀왔었는데 기대 이상으로 느끼는 바가 많았다.

이번 탐방은 “한중관계와 미래협력방안” 특강으로 간단한 오픈식을 치르고 코엑스에서 “2009서울오토살롱”, 김치박물관을 참관하고 지방으로 출발하였는데, 평택, 대전, 포항의 산업현장을 견학하고 경주의 문화유적을 참관하였다. 중국유학생 총 80명이 이번 한국무역협회에서 주최한 “2009 주한중국유학생 산업문화시찰” 행사에 참여하는 행운을 지녔다.

21세기 동북아의 물류중심- 평택항

평택항은 천혜의 항만조건과 뛰어난 입지여건을 바탕으로 한국 항만중 물동량 증가속도가 가장 빠른, 가장 역동적인 항만이다. 지난해에는 서해항만중 최초로 컨테이너 모선(4,000TEU급)이 미주와 유럽노선에 취항을 개시하였으며, 평택항 배후에 황해경제자유구역 지정, 항만배후단지의 자유무역지역 예정지역 지정 등 새로운 물동량 창출 및 물류서비스 산업의 기반을 마련하였다. 따라서 평택항은 앞으로 환황해권의 물류거점항만으로 육성될 충분한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아침부터 하염없이 비 내리던 하늘은 우리의 마음을 알아주기나 하듯이 오후에 우리 일행이 평택에 도착하자 비를 멈추고 살짝 개었다. 오는 길에 우리를 인솔한 한국무역협회 김경용 차장님이 비가 계속 오면 안내선을 타고 항만을 돌아보는 일정은 취소될 수도 있다고 하여 모두들 안타까워하던 중이었다. 먼저 들어간 곳은 평택항 홍보관인데, 지상 3층으로 된 이 건물은 각 층별로 3개의 테마로 구성된 홍보관이다. 1층은 평택항 개발현황 및 미래비전 홍보전시; 2층은 항만하역장비 작동 및 크로마키 체험; 3층은 홍보영상물 상영과 각종 회의 및 세미나 개최 등을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서 평택항에 관한 소개와 홍보영상물을 보고 우리는 항만안내선 씨월드호를 탑승하고 항만부두시설을 둘러보았다. 안내선에도 중국어를 잘 하시는 여성안내자가 계셨는데 유학생들의 질문이 끊길 줄 몰랐다. 다양한 질문들이 많았지만 주 관심사는 중국과 관련된 것이었다. 평택항은 2천400만 수도권 시장의 관문에 위치해 있고 중국의 연안 산업벨트와 최단거리에 위치한 대중국 교역항으로 자리하고 있다. 최근에는 평택항 배후물류단지에 관심을 갖고 찾는 중국 투자업체들도 많아지고 있다고 한다.

현대화를 주도하는 산업현장

이튿날 우리는 대전의 대덕연구개발특구와 KAIST, 그리고 포항의 포스코 등 산업현장을 견학하였다.

대덕연구개발특구는 한국 과학기술의 요람으로, 산․학․연․민․관의 협력을 통한 국가경제 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해왔다. 대덕특구는 반도체, 이동통신, TFT-LCD 등 한국 주요산업을 창조하였을 뿐만 아니라, 원자력 및 대체에너지 개발을 통해 경제성장에 필요한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고, 우주항공, 생명공학 등 첨단과학기술의 글로벌적 연구개발기지로 성장하였다.

대전에 위치한 KAIST 또한 연구중심의 대학으로 한국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학부부터 전액장학금을 지원해주고 모든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는 여기에서 우리는 한국 과학의 미래를 보는 것만 같았다.

오후에 방문한 곳은 세계 최고의 철강회사 포스코였다. 도처에서 불꽃이 튕기고 작업현장에는 일하는 노동자로 북적이며, 기계가 돌아가는 소음에, 먼지와 매캐한 가스 냄새가 코를 찌를 줄 알았던 공장이 전혀 상상 밖으로 녹음이 우거진 공원과 같이 깨끗하고 산듯하였다. 우리가 참관한 열연공장에서는 절단작업을 하는 노동자가 한 명 보일 뿐, 기타 작업은 모두 기계화인지라 일하는 사람이라곤 보이지 않았다. 연간 4,000만 톤에 달하는 철강을 생산하는 대형 공장이 이런 모습일 줄은 몰랐다. 포스코에서는 녹색성장 추진과 환경경영을 강조한다. 철강산업에서의 윤리경영은 바로 저탄소 녹색성장이란 생각으로 환경경영을 통해 새로운 21세기 윤리경영을 뿌리내리고자 한다. 기술의 현대화뿐 아니라 녹색성장을 도모하는 포스코, 이것이 진정한 21세기의 대표적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문화유산으로 빛을 내는 한국 불교문명

한국의 문화유적지를 다녀보면 그 규모 면에서는 중국과 비길 바가 못 된다. 그러나 그 속에는 한국만의 문명과 문화가 깃들어 있다. 신라 천년의 고도 경주는 곳곳이 문화유적지이고 온 도시가 하나의 거대한 박물관이다. 중국의 베이징(北京)이나 시안(西安)과 같은 존재이지만 현대적인 침습을 적게 받고 고로의 고풍을 고스란히 지켜가고 있는 운치 있고 매력 있는 도시이다. 마지막 날 우리가 다녀온 것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경주의 석굴암과 불국사이다.

토함산 마루에 위치한 석굴암은 재상 김대성이 신라 경덕왕 때 전생의 부모를 위하여 창건한 절이다. 심오한 믿음과 우아한 솜씨가 조화된 신라 시대의 가장 뛰어난 걸작으로 불교 예술의 대표작이다. 석굴 주실 안에 모시고 있는 본존불의 고요한 모습은 석굴 전체에서 풍기는 은밀한 분위기 속에서 신비로움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고, 지극히 자연스러운 모습의 본존불은 내면에 깊고 숭고한 마음을 간직한 가장 이상적인 모습으로 모든 중생들에게 자비로움이 저절로 전해질듯 하다. 건축, 수리, 기하학, 종교, 예술 등이 유기적으로 결합되어 이룩된 석굴암 석굴은 현재 국보 제24호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불국사는 이민족 침략의 아픔이 남겨진 곳이다. 임진왜란 당시 대웅전과 극락전, 자하문 등 2천여 칸의 목조건물이 왜군에 의해 불탔다. 영국-프랑스 연합군의 침입으로 폐허가 된 중국의 위안밍위안(圓明園)이 떠오른다. 불국사는 그 후 여러 번 중창되었지만, 오늘의 불국사는 박정희 전대통령의 발원으로 중창된 것이라 한다. 나는 무지개 모양의 해탈교를 건너, 천왕문을 지나, 불국사의 정면이라 할 수 있는 청운교, 백운교, 자하문, 범영루, 좌경루, 연화교, 칠보교, 안양문을 마주하였다. 천년 전에 신라의 땅에 부처의 나라를 만들고자 했던 신라 사람들과 만나는 자리인 듯 싶었다.

탐방을 마치면서

2박3일의 탐방을 마치고 우리는 아쉬운 마음을 지닌 채 귀로에 올랐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한국에 대한 우리의 이해는 비약적이었다.

한중 양국은 1992년 수교 이래 2008년 전략적 협력 동반자관계 격상에 이르기까지 급속한 발전을 가져왔다. 2008년 한·중 양국 무역교역규모는 1,861억 달러로, 수교 당시 보다 36배나 증가했으며 한국에게 있어 중국은 최대 무역파트너이며 수출목적국이며 한국 역시 중국에게 4대 무역파트너가 되었다.

한중 경제관계의 비약적 발전은 인적교류를 추진하였고 특히 상호 파견 유학생 수가 급증하였다. 재중국 한국유학생 수가 외국인 유학생 중 1위일 뿐 아니라, 2009년 한국 법무부의 통계에 따르면 재한국 중국유학생 수는 6만 명에 이르며 전체 외국인 유학생의 77.7%를 차지한다고 한다.

유학생들은 한중 양국의 정치, 경제, 문화 등 여러 측면의 교류를 추진하고 유대 역할을 하게 되는데 이 같은 역할을 더욱 충실히 하기 위해서 우리는 유학국을 더 많이 배우고 더 많이 이해해야 한다. 한국을 이해하는 이 같은 기회가 더 많은 유학생들에게 차려졌으면 좋겠다는 것이 이번 참가자 모두의 생각이었다. 한국무역협회에서 이번 기회를 마련해준데 대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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