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크 좋아하는 그대 … 최고의 디저트는 파인애플

생김새가 잣나무 솔방울(pine) 같다. 먹어보면 사과(apple)처럼 맛이 새콤달콤하면서 향기롭다. 그래서 붙은 이름이 파인애플(pineapple)이다.

열대과일인 파인애플은 바나나처럼 나무에서 자라는 게 아니다. 초본식물의 열매다. 칼 모양의 잎(20∼50개)과 작은 과실들(100개가량)의 집합체다. 한 통의 무게는 1∼2㎏에 달한다. 원산지는 남미로 추정된다. 콜럼버스가 유럽에 가져갔다.

파인애플은 요즘같이 더위로 입맛을 잃었을 때 특히 권할 만하다. 수분(93%)이 풍부한 데다 특유의 신맛이 입맛을 돋워줘서다. 신맛은 구연산·사과산 등 유기산 덕분이다.

영양적으론 당분(100g당 6.3g)이 풍부한 편이다. 그러나 같은 무게의 포도(15.3g)·키위(14.4g)보다는 적다. 당분은 주로 설탕·과당·포도당 등 단순당으로 구성돼 있다. 단순당은 먹으면 금세 힘이 나는 것이 장점이지만 혈당을 빠르게 올릴 수 있다는 단점도 있다.

잎이 달린 윗부분과 아랫부분은 단맛에서 상당한 차이가 난다. 아래쪽의 당도가 높다. 단맛을 고루 느끼려면 거꾸로 세워놓으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달지만 예상 외로 열량은 낮다. 100g당 열량이 23㎉에 불과하다. 파인주스(41㎉)와 파인애플 통조림(62㎉)의 열량도 낮은 편이다. 포도(59㎉)나 키위(54㎉) 수준이다.

파인애플의 주요 성분 중 하나는 브로멜린이란 강력한 단백질 분해효소다. 고단백 식품인 육류·생선·치즈의 후식으로 파인애플을 제공하는 것은 바로 이 성분 때문이다. 서양에선 스테이크 섭취 뒤 최고의 디저트로 파인애플을 꼽는다. 우리나라에선 불고기 등을 재울 때 고기가 연해지라고 갈아 넣는다. 그러나 너무 많이 넣으면 고기가 흐물거려져 식감이 떨어질 수 있다. 요구르트나 커티지 치즈와 함께 먹을 때는 섭취 직전에 파인애플과 섞는 것이 좋다. 너무 일찍 넣으면 요구르트·치즈의 맛이 변할 수 있어서다.

브로멜린은 단백질 식품 알레르기 예방에도 효과가 있다. 또 가래를 삭혀 배출하기 쉽게 하고 기관지의 염증도 가라앉힌다.

파인애플을 먹고 입가에 묻은 즙을 닦지 않으면 입가가 터서 피가 나오기도 하는데, 이 역시 브로멜린의 작용이다. 특히 껍질 부근엔 수산칼슘 결정이 함유돼 있어 혓바닥을 자극하고 입안이 깔깔해진다.

신맛이 나는 과일답게 산도(酸度)도 꽤 높아서 공복에 너무 많이 먹으면 위나 입안이 헐 수 있다. 높은 산도가 태아에게 해로울 수 있으므로 임신부는 주의가 필요하다. 말레이시아에선 파인애플을 낙태 물질로 이용하기도 한다.

파인애플은 잘 상하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통조림 제품이 많다. 즙을 내서 요리에 사용하면 음식의 맛을 더 살릴 수 있다. 탕수육·돈가스 소스를 만들 때 설탕 대신 파인애플즙을 사용하면 덜 달면서도 파인애플 고유의 풍미가 더해져 음식 맛이 살아난다. 특히 돼지고기와 궁합이 잘 맞는다.

‘최고의 라이벌’인 바나나는 수확 후 보관 도중에도 서서히 익지만, 파인애플은 후숙(後熟) 과일이 아니다. 일단 수확되면 더 이상 익지 않고 당도도 올라가지 않는다. 너무 늦게 따면 출시되기도 전에 상해버린다. 그래서 당도가 가장 높고 즙도 가장 풍부한 완숙 시점을 잘 알아내는 것이 파인애플 농가의 노하우다.

보관 온도는 7~10도가 적당하다. 구입 후 4일 이내에 먹어야 고유의 맛을 느낄 수 있다. 더 오래 두고 먹으려면 껍질을 벗겨내고 자른 뒤 랩으로 씌워 냉장 보관한다.

식품의약전문기자 박태균의 식품이야기/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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