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08-26일, 14:30 ~16:30 / CA 125편기 (베이징--> 인천)
나는 2시간 동안 하늘을 나르면서 하느님을 찾았다.
 
 베이징의 하늘을 가파르게 치솟아 오른 비행기는 금새 구름 위를 날고 있었다. 이제 아래도 위도 구름이다. 하얀 흰 구름이다.
흰 구름 사이에 파란 하늘이 좌우로 붓질을 한 듯 펼쳐진다. 깨끗하다.
엷은 파란 색부터 짙은 남청색까지  물감을 상하로 늘어놓고 이것을 폭 넓은 붓으로 좌우로 빠르게 붓질을 했다.

화채에 어름과 각종 과일이 떠 있다. 화체의 물은 엷고 반투명한 회색이고 어름과 각종 과일 쪽들은 하이얀 솜 뭉치이다. 이것이 바로 내 똥끝 아래서부터 멀리 황해 바다를 모두 덮고도 남을 정도로 펼쳐졌다.
이것을 "희솜화채" 라고 내 마음 속에 불렀다.

다음은 바닷속 산혼의 숲에 다다랐다. 뭉개뭉개 덩어리를 이루다가 하느님이 솜 사탕을 한 점 뚝 떼어  먹은 듯 삐죽 나왔다.
산 높고 골 깊은 숲에 다다랐다. 크고 작은 나무들이 오묘한 귀괴한 모습을 하고 있다. 그 모든 것들이 솜사탕 흰 눈 가루를 뒤집어 쓴 것이다.
오, 하느님 왜 저에게 이런 안까운 모습들을 보여 주시는 것입니까?
제가 지금 카메라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을 어찌 알고 계신 것입니까?

하늘은 하나의 하늘이 아니다. 하늘 아래에 하늘이 있고 하늘 위에 또 하늘이 있다. 이 하늘과 하늘 사이를 하얀 솜 구름들이 구분하고 있다. 3층 인 것 같다가 4층이 되었다가 5 층 이상이다.
어떤 구름은 땅처럼 사막처럼 산처럼 고정되고 어떤 구름은 손오공 구름처럼 역 주행한다. 손오공 구름 지나가는가, 했드니, 수많은 군대 구름이 손오공 구름을 뒤 쫓는다. 아, 어쩌면 손오공 구름과 군대 구름이 가만히 있는데 다른 구름이 비행기와 같은 속도로 날고 있는 지 도 모른다.
그런데 갑자기, 내 비행기를 쫓아오는 구름이 나타났다. 그렇다면, 고정되어 있는 것은 확실히 고정되어 있는 것인가?
손오공 구름이 비행기와 역 주행을 하고 있고, 비행기를 따라오는 구름은 따로 있었고, 그리고 그 모든 방향의 구름을 들야 처럼 고정된 구름이 기준을 잡고 있는 것이다.

비행기는 구름 사이를 날다가 구름를 코 앞에 스치다가 이윽고 구름 속에 폭 빠져 앞이 보이는 듯 안 보이는 듯, 유리창이 불투명 유리가 되었다. 불투명 유리 판이 되었다. 아, 이것은 비행기가, 아니 내가 구름 속에 잡힌 것인가.
아, 그 모든 2 시간 가량의 끊임 없는 다채로운 모습을 모두 다 기억하여 쓸 수 없다는 것은 하늘의 원망이다.

몸이 잠깐 좌우로 흔들렸다. 아, 이것은 비행기가 구름이 다른 층으로 내려온 것이다. 기장은 기류가 불규칙해서 그렇다고 영어 방송을 했다. 한국말과 중국말로 젊은 여자의 목소리로 통역이 귀에 들렸다.
인천항이 다가오자 고도를 낮추고 여러 구름 층을 내리 꽂고 있는 것이다.

하늘은  너무나 깨끗하고 파랗고 하얗다. 뭉개뭉개 구름은 피어나는 듯 얼어 붙은 듯 오묘한 표정을 하고 굳어 있다. 여러 구름 층 사이에 강아지처럼 역 주행하는 작은 구름이 손오공처럼 귀엽다.

1층 위에 2층, 2층 위에 3층, 3층 위에 4층, 4층 위에 5층, 5층 위에 6층....
아니다. 하늘에는 4층이 없을 것이다. 땅 밑이나 바다 아래에 4층이 있을 것이다.
어째거나 하느님 계신 하늘은 단층이 아니다.

아, 하나님 맙소사!
당신은 어이하여 나에게 감탄사를 주시고 카메라를 주시지 않는 것입니까?
어째거나 내가 황홀한 감탄으로 님을 불렀으니
님은 그 때 그 하늘, 거기 계셨나이다.

내 다음 생애에는 더도 덜도 말고 그 하이얀 구름 한 조각 되게 하소서...

서울의 공항 버스 차창 밖에는 비가 내리고, 옆 자리에는 진주처럼 고운 여 승무원의 옆 얼굴이 코 앞에 있다. 이 여 승무원이 자신의 옆 모습을 똑바로 볼 수 있었다면 나르시슴에 빠져 비행기 승무원을 할 수 없었을 지 도 모른다. 그 귀 볼 위에 진주알 하나는 진주처럼 고운 뼘에 뭉클하고 절묘하다.

오늘은 왜 왠종일 황홀한 것들만 눈에 아른 거리느냐?
창 밖을 물그러미 내다보는 승무원의 눈에 어둠이 덮이고, 각종 불 빛이 물 젖은 아스팔트에 반사된다.
**: 비를 좋아하나요?
**: 아니요.
**: 시인이나 미술가나 음악가는 비를 좋아합니다. 비를 좋아하면 예술적 감성이 좋아질 수 있어요.
**:비를 바라보는 것은 좋은데, 비 맞는 것은 싫어요.
**: 그런것 같았어요. 비 맞으면 머리 빠져요.
 
**: 승무원들은 시집 잘 가겠어요?
**: 그렇지도 않아요.
**: 자연스런 기회에 대화를 할 수 있는 것은 좋은 짝을 만날 수 있는 증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소개소를 통해서 짝을 만나야 할 거예요. 그렇다고 제가 지금 이 나이에 작업 거는 것은 아니구요.
**: 저도 알아요.

이렇게 고운 여인이 원래 악할 수는 없다.
인간은 원래 아름답고 선한 것이다.
모든 자연은 원래 아름답고 정직하고 선한 것이다.
하늘처럼 높고 푸른 것이다.
 
 李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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