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이승률

K형,

오랜만입니다.

추석 명절은 잘 보내셨겠지요.

저도 가족을 데리고 고향 갔다가 어제 오후 늦게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KTX를 타고 오는 도중에 유럽연합(EU)이 거대한 정치적 통합체로 거듭난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습니다.

지난 2일 아일랜드 국민투표에서 EU의 미니헌법으로 불리는 리스본조약 비준 동의안이 압도적인 표차로 통과됐다는 뉴스였습니다.

이제 27개 EU회원국 가운데 25개국이 비준을 마쳤으며, 남은 국가인 폴란드와 체코까지 연내 비준을 끝낼 경우 이르면 내년 1월부터 리스본조약이 발효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미 국내총생산(GDP)에서 미국을 웃도는 경제력을 가진 EU가 정치적 통합까지 하면서 새로운 수퍼 파워로 부상하게 될 경우, 미국과 중국의 G2구도에 EU가 가세함으로써 세계질서도 새롭게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강력한 지지 기반위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까지도 협조할 의사를 나타내고 있는 토니 블레어 전(前)영국 총리가 초대 대통령으로 뽑힐 가능성이 큽니다.

이로써 독일과 프랑스 등 6개국이 1957년 공동시장의 필요성에 따라 로마조약을 체결하며 경제통합으로 첫발을 뗀지 52년만에 EU는 정칟경제 통합체로 비약적으로 발전하게 된 것입니다.

이와 같이 EU가 정치적으로 통합되고 대통령이 생기면 회원국들은 더욱 강해진 결속력을 바탕으로27개국이 한나라처럼 행세하게 될 것인데, 이렇게 되면 인접대국인 러시아는 물론이거니와 앞으로 미국과 중국조차도 EU의 눈치를 보게 될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결국 세계를 삼분화하는 ‘삼족정립론(G3)'시대로 나아갈 공산이 크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K형,

여기서 이제 우리 문제로 이야기를 돌려봅시다.

일본이 경기침체로 내부고층이 크지만 아직도 여전히 세계2위 경제대국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가운데, 54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룬 민주당 하토야마 정부가 뜻밖에도 ‘EU판 동아시아 공동체’를 들고 나왔습니다.

미국과 일정 거리를 두면서 아시아 중시 정책의 하나로 중국에 접근하는듯한 행보를 보이고 있는 현실을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또한 건국 60주년 기념일을 맞아 중화민국 부흥을 전 세계에 선포한 베이징 천안문(天安門) 광장에서의 열병식과 국민대행진 광경을 다시 한번 눈여겨 보십시오.

핵미사일, 조기경보기, 3세대탱크 등의 첨단 신무기를 앞세우고 20여만 명이 참가한 이번 건국 기념행사는 문자 그대로 ‘대당제국(大唐帝國)의 부활’을 상징하는 무력시위였습니다.

한마디로 말해, 폭발적인 경제성장과 국가자본력에 힘입은 중국이 도광양회(韜光養晦)단계를 거쳐 마침내 대국굴기(大國堀起)로 용의 발톱을 드러낸 모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것입니다.

이와같은 중국의 거대한 변화는 신아시아주의(동아시아공동체론)를 내걸고 변신을 꾀하고 있는 일본의 야심과 어떻게 조우할 것인가가 큰 관심입니다.

그 사이에 넛 크래커처럼 끼어 있는 한국은 북한 핵 문제 해소와 더불어 앞으로 국가발전전략을 어떻게 정립해 나가야 할 것인가도 큰 문제입니다.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외교치적으로 평가받고 있는 2010년 G20대회를 우리들이 과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고 추진함으로써 국가위상을 높이고 실질적인 소득증대와 함께 선진국 반열에 등극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인가도 깊이 생각해 볼만한 과제입니다.

이런 과제들이 우리들 눈앞에 큰 파도처럼 밀려오고 있습니다.

K형,

KTX 열차 차량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달려가듯 제 마음속에도 이러한 국가과제들에 대한 상념과 생각들이 끊임없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무슨 대단한 국가 지도자가 되어서가 아니라 중국과 북한 그리고 일본과 중앙아시아, 연해주 등을 넘나들면서 학교 사역(연변과기대, 평양과기대)을 하다보니 어쩔 수없이 이런 문제의식이 끊임없이 저의 생각과 의식을 지배하는 요소들이 되어왔습니다.

그럼 과연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풀어가는것이 한반도의 장래에 창의적인 생산력을 높이고 시장경제와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기반으로 선진복지사회의 꽃을 활짝 피우는 대안이 될까요.

또한, 머리 위에 숯불을 이고 있는 듯한 북한 핵 문제를 풀고, 남북간에 공존과 상생으로 민족의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는 현명한 대책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 모든 것들은 우리들 자신의 힘만으로 가능한 일일까요.

북한에서 주장하듯 우리 민족끼리 힘을 합치기만 하면 쉽게 이루어질 수 있는 일이 될까요?

여기서 저는 다시 한번 독일 통일에 관해 생각해 보지 않을수가 없습니다.

독일의 통일과정에서 보듯 미국, 소련, 프랑스, 영국은 통일독일을 믿었다기 보다는 통일독일이 포함된 나토(NATO)와 유럽공동체를 신뢰했다는게 사실인 것 같습니다.

따라서 우리도 북핵문제와 함께 지역안보문제, 동맹문제, 경제협력문제, 공동체 문제를 한꺼번에 푸는 전략으로 협상해볼만하다는 주장(이수혁 전 6자회담 한국측 수석대표)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다시 말해 북한이나 통일한국을 믿게 하기 보다는 북한, 나아가 통일한국이 참여하는 공동체 정신을 믿게 하는 방안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아무튼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결국 제가 내린 결론은 “퓨전 로드맵”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한반도 문제는 결국 남북 간의 과제이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 동북아 및 동아시아, 또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이라는 틀 안에서 길을 찾아야 제길로 들어설 수 있을 것이라는 예감이 듭니다.

한마디로, 퓨전(Fusion)의 융합정신을 기초로 로드맵(Road map)을 짤 때 비로소 신천지로 나아가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입니다.

다시말해 Fusion이 곧 Future Vision이 된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생각을 기본으로 하여 동북아지역에 공동체사회를 조성하는 몇가지 대안적 방법론을 제시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무엇보다도 미국과의 동맹관계를 공고히 하여 이를 국제관계의 흔들림 없는 반석으로 삼을 때 우리의 미래 이정표가 분명해진다는 사실을 늘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미국이 아무리 약해진다해도 그 국력과 국가정신(청교도적 자유평등정신)은 21세기를 계속 리드하는 수퍼 파워로 존속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둘째, 지금 의회 통과를 앞에 두고 있는 한·미 FTA와 한·EU FTA를 조기에 성사시킴으로써, 장차있을 한·일 FTA, 한·중 FTA와 같은 양자간 자유무역협정 뿐만 아니라 한·중·일 3국간 다자협력 FTA를 선도적으로 이끌어내는 역량을 발휘하여야 할 것입니다.

이는 한·중·일 3국간에 누증되어 왔던 무역 역조를 해소하고 국제분업을 체계화 할뿐만 아니라 동아시아 지역의 신성장동력과 신금융질서를 이끌어가는 ‘제2의 치망마이 이니셔티브’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셋째, 동북아 FTA와 더불어 한·중·일 3국간에 해저터널과 같은 대중교통물류인프라가 건설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 지역에 평배해있는 과거사 문제, 영토문제, 민족감정문제 등을 극복하고 새 길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각국의 물자와 인력이 수시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실질적인 소통의 대로가 필요한데, 이를 충족시킬 수 있는 기능적 대안으로 한반도를 중추지대로 하여 한·일 해저터널과 한·중 해저터널을 복합적으로 연결하는 T&T(Tunnel & Tunnel)프로젝트가 최근 매우 우세해지고 있습니다.

넷째, 끝으로 무엇보다 사람과 사람간의 인적교류가 시대를 변화시키는 가장 강력한 소프트 파워가 될 것입니다.

한·중·일 3국간에 존속하고 있는 한자 및 유교문화를 근간으로 공동체문화의식을 일깨우는 동북아 청소

년역사문화탐방 프로그램과 함께 2+2학위제도 및 자유수강제, 국가간 인턴 인증제도 도입 등으로 자유로운 유학과 취업을 장려함으로써 동북아 역내 청소년들 및 유학생들과 기업인들이 서로 상호 신뢰하고 협동하는 산학동역자 관계로 발전하기를 소망합니다. 일명 ‘아시아 판 에라스무스 운동'이라고 불러도 좋을만한 이러한 인적 자원(Human Resources)의 활성화 방안이 곧 동북아미래사회를 선린공동운명체로 전환하는 결정적 요체가 될 것입니다.

K형,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생각들을 어떻게 다 정리할 수 있겠습니까

이번 추석 한가위는 ‘2010년 G20' 대회를 한국으로 유치한 외교사적 쾌거를 접한지 며칠이 지나지 않은 채 맞은 민족 명절이었습니다.

88서울올림픽에 버금가는 국제행사를 치루게 되는데, 이는 한국의 국격을 한층 더 높혀줄 뿐만 아니라 잘만하면 실질적인 경제성장치를 이루어 우리가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 설수 있는 기회까지 제공해 주는 일이 되지 않을까 기대 됩니다.

이 일(G20한국대회)은 리스본조약 비준 동의안이 통과되어 EU가 경제공동체뿐만 아니라 정치적 통합체로 거듭나는 쾌거만큼이나 제 마음에 큰 기쁨과 희망으로 새겨졌습니다.

그동안 한국사회는 남북 분단의 열악한 조건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로부터 ‘한강의 기적’이라고 불리는 경제성장과 함께 시민민주주의를 성공시켜왔습니다.

또한 2008년 세계금융위기의 여파로 밀어닥친 국가경제위기를 가장 모범적으로 극복한 나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와같은 평가위에 이제 ‘2010년 G20'대회를 유치함으로써 한국은 한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게 되었습니다.

이 사건은 이상 열거한 네가지 대안적 방법론을 기초로 하여 지정학적으로나 지경학적으로 중국과 일본을 한반도의 양어깨에 매다는 작업을 훨씬 수월하게 해 주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됨으로써 중국·일본 양국에도 그들 자신들이 원하는 국가이익을 세계 여러나라들로부터 우호적으로 보장 받을 수 있게 되는, 진정한 의미에서 동아시아공동체의 일원으로 거듭나는 기회를 맞게 될 것임을 확신합니다.

이런 이야기 끝에 저는 독자들의 심증을 더욱 확고히 하기 위해 두가지 기사를 첨부합니다.

우선 저는 “유럽식 동아시아 통합 ― 한·중·일 3국에 달렸다”는 중앙일보 사설(10月 5日)의 주장에 전적으로 공감하면서, 이러한 의견들이 '2010년 G20'의 기본전략(“퓨전 로드맵”)으로 채택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며칠남지 않은 ‘베이징 한·중·일 정상회담에 거는 기대’라는 제목의 칼럼을 첨부해 드림으로써 저의 속마음과 희망을 회원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2009. 10. 5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회장 이승률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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