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운영하는 식당에 한 중국 동포 아주머니가 일한 적이 있었는데 어느 날, 한국의 학생들이나 신는 실내화를 신고 출근한 적이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같이 일하는 주방의 찬모(饌母)가 웃으면 농담을 했는데 그 동포 아주머니는 “실내화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발이 편할 것 같아서 신었을 뿐인데…”. 라며 말끝을 흐렸다. 그 동포는 찬모(饌母)의 태도에 불쾌감을 감추지 못하고 온종일 시무룩해 있었다. 퇴근 때 동포 아주머니가 나를 찾아와 “사장님, 이 신발 신는 것이 위법입니까”라며 정색하고 묻는 것이었다.

  순간, ‘아! 이분이 그 일 때문에 마음이 몹시 상했구나’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찬모(饌母)에게 “한국이 고국이라고 멀리서 찾아와 의지할 곳 없는 외로운 사람을 모른다고 놀리면 되겠습니까? 아이들은 장난으로 개구리에게 돌을 던지지만, 그 개구리는 목숨이 왔다 갔다 하지 않겠느냐. 그 아주머니는 상처를 받을 수도 있지 않으냐”라고 말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다시 한 번 말했다.

  그러나 찬모(饌母)는 수긍을 하면서도 “그런 일이 있으면 자신한테 먼저 얘기하면 될 것을 자기가 뭔데? 사장님에게 왜 직접 보고를 하느냐”라며 불쾌해하면서 또 다른 불만을 쏟아냈다. “그 여자(중국 동포)는 출근할 때, 늦게 출근을 하고도 퇴근할 때 식당이 바쁘든 말든 퇴근은 칼 같이 한다며 불공평하지 않으냐”라는 것이었다. 이렇듯 한국에서는 사장이 일반 직원들에게 직접 지시를 내리지도 않고 일반 직원들도 사장에게 직접 고하는 일이 거의 없다.

  중국 동포들에게는 이런 것이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비칠 수도 있겠지만,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사소한 문제가 갈등의 요인이 되기도 한다. 한국은 사회 전반에 걸쳐 위계질서를 중요하게 생각하며 사는 사회다. 그렇다면 찬모(饌母)와 중국 동포 아주머니 중에 누가 과연 잘못되었을까? 결론은 서로 잘 잘못은 없다. 다만, 서로 50년 넘게 떨어져 살아온 문화의 차이일 뿐이다. 이런 문화 차이를 서로 인식을 못 하고 이해하지 못하니 감정의 골만 깊어가는 같다.  

  얼마 전 식당에서 서빙하는 아주머니 몇 분이 중국여행을 다녀왔는데 중국 입국 시 불편한 것부터 바가지요금ㆍ화장실 문제ㆍ교통질서ㆍ지저분한 식당 등을 말하면서 중국의 나쁜 점만 들춰내서 수다를 떠드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심란했다. 왜냐하면, 옆에서 이 이야기를 듣는 중국동포 아주머니의 마음은 전혀 헤아리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개구리가 올챙이 시절을 생각 못하는 것처럼….

  그러나 동포들은 이러한 말들에 개의치 말아야 한다. 수박 겉핥기식 여행과 한국인이 중국에 대한 식견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그만이다. 동포들이 한국 실정과 문화를 몰라 실수를 많이 하는 것과 비슷하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 중국 동포들이 많이 사는데 종종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맞게 분리수거를 제대로 하지 않아서 경비 아저씨에게 지적을 당한다. 이들은 한국에 처음으로 입국한 동포들이 많다. 그러나 이러한 일은 대부분 며칠 내에 고쳐진다. 아니, 빨리 적응을 한다.
 

사실, 필자도 가끔은 쓰레기 분리수거가 귀찮고 골치 아프게 느껴진다. 종이류ㆍ병류ㆍ플라스틱류ㆍ재활용류ㆍ일반쓰레기류ㆍ폐건전지 등을 일일이 가려서 버려야 하고 냉장고ㆍTVㆍ컴퓨터ㆍ장롱ㆍ의자 등은 동사무소에서 딱지를 돈 주고 사서 붙여서 버려야 한다. 또한, 먹다 남은 음식물 쓰레기는 음식물만 모아서 버리는 봉투가 있고 음식에 사용한 식용유는 식용유통으로 옷ㆍ이불 등의 종류는 지정한 곳에 버려야 하는데 아파트의 경비 아저씨들은 눈에 불울 켜고 항상 지켜본다.

  또한, 아파트 주민들은 고층 아파트 창문 너머에서 떨어지는 담배꽁초도 중국동포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사람이 들키면 “버르장머리 없다”라고 한 마디하고 넘어가지만 중국 동포라고 하면 “그 사람들 아직 멀었다”라고 하며 흉보기 바쁘다. 동포들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식당에서 동포들끼리 한어(汉语)로 떠들다가 식당주인이 동포들에게 “조금만 조용히 해주십시오”라고 주의를 받으면 아무 소리 하지 않다가 식사 끝나기 무섭게 밖으로 나가 공원 같은 곳에서 ”한국 생활이 서럽고 더럽다, 차별이 심하다” 등등의 불만을 토해내며 한국을 성토한다.

  모두가 문화의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는 안타까운 풍경들이다. 이런 사소한 것 때문에 서로에게 반감을 갖게 된다는 게 안타깝기 그지없다. 서로의 문화차이를 이해하고 극복해야 되어야 할 대목이다. 한국인과 중국동포가 사소한 감정을 가지고 서로 비방하는 것을 보면서 한 가지 아쉽다. ‘넘어갈 수 있는 작은 일도 왜 감정을 갖고 대응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스라엘이라는 나라와 유대인이 우리 민족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들은 피부색이 다르고 머리카락 색깔도 다르고 기후풍토도 다를진대 그것을 개의치 않고 같은 유대인 핏줄이면 똘똘 뭉쳐 단합하는 것을 필자는 잘 알고 있다.

  한국인은 외국에 사는 재외 동포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고 또 소중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이들은 우리의 자산이며 자원이다. 현재 미국ㆍ중국ㆍ러시아ㆍ일본에는 많은 한민족이 뿌리내리고 그 나라의 법과 질서를 지키며 살아가고 있다. 그만큼 한국이 부강해야 재외동포들의 지위와 경제권도 상승하고 그 동포들이 있기에 한국 기업이나 한국인들의 진출에도 큰 도움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제발, 서로 이해하며 우리 화합하자! 개인의 출세나 입지(立志)만 생각하지 말고 우리의 후손들에게 부끄럼 없는 한민족의 위대한 대의(大義)를 꿈꾸어야 한다.

또박이/ 눈꽃별이 까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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