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정문학장학금 수혜자 예동근 박사

소정문학 장학금 선발위원회, 그리고 후원자 소정(이상규 시인)님:

우선 문학에 작은 관심을 갖고 있는 저한테 문학장학금을 준 것에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에서 유학생들과 그리고 동포단체장들이 많이 참가한 가운데서 이런 장학금을 받고나니, 학위공부를 빨리 마친 것이 조금 후회되기도 합니다. 지금 다시 문학부에 들어가서 제대로 문학을 배우고 싶기도 합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저는 항상 동포들의 아픔과 웃음을 함께 하면서, 감정의 연대, 사회적 연대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여 왔습니다. 즉 “시의 원초”를 지향하여 왔습니다. 그들의 상처에서 아픔을 함께 느끼고, 그들의 웃음에 환락을 함께 하려고 노력하였습니다. “시언지”(詩言志)란 말처럼 “시”는 일상이고, 감정적 공동체의 최고의 종교였습니다. 우리 조선족은 “아리랑”을 부르면서 두만강을 건너갔고, 중국에 정착하면서 다양한 형태로 “조선족 시”를 창조하였습니다. 그것이 때로는 정치에 의해 얼마나 유치하게 보이고, 때로는 지식영역에 의해 격식화되기도 하지만, 우리의 공동체 삶으로써 “시의 터전”을 지켜 왔고, 조금씩 맛보면서 생활을 윤택하여 왔습니다. 그리고 우수한 시인들은 항상 진솔한 민족감정과 생활상을 동포와 사해만방에 알렸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전통적 “詩”는 죽어 가고, 전통적 “문학”은 상실되어 가고 있습니다. 특히 조선족사회에 있어서 전반 조선족이 노동디아스포로 다시 흩어져 가면서, 정체성의 위기와 재구조화란 과정에서 “시”의 대중적 공간은 축소되고, 학문의 상아탑에 갇혀 “격식”은 높아졌지만, 일상으로서 시(詩)는 죽어가고 있습니다.

이 시점에 저 같이 “시”의 운도 모르고, 문학의 문(文)자도 모른 사람에게 장학금을 주는 것은 저가 “일상으로 귀환”과 “대중으로 귀환”을 위해 노력하는 점을 보았을지도 모릅니다. 저는 한국의 귀퉁이에 숨어서 막노동으로 뛰는 우리 동포들이 모인 춤판에 감동되었습니다. 한국의 전통풍물이 박물관화 되어 가고 있을 때, 징과 북소리에 어깨가 자연스럽게 슬쩍슬쩍 올라가는 조선족동포들을 볼 때, 우리한테 “시의 원초”가 잠재된 큰 문화광맥을 갖고 있다고 생각하였습니다.

우리는 어떻게 흩어져도 이제 문화광맥을 잘 뚫어서 새로운 문학의 황금시대를 열 때 우리민족은 희망이 열리며, 고 차원의 연대를 갖는 공동체로 탄생할 것이라는 ‘상상’도 하여 보았습니다.

그럼, 오늘이 그 “시의 일상”, “시의 대중귀환”으로 선포하는 날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저 같은 “대중 파수꾼”에 희망을 심어 주고, 모두가 “시”에 의해 생활이 윤택 되고, 돈독한 연대를 이어가는 문학동네의 재건을 바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담겨져 있지 않을 가?

마지막으로 한국의 귀퉁이에서 “시”의 씨앗을 심고 계시는 이상규 시인을 대표로 한 문학 장학금 선발위원회에서 문학 장학금을 준 것에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수상한 선배와 동료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여러분들과 함께 더욱 품위가 있는 “시의 시대”를 열어 가는데 이바지하자고 다짐을 드리고자 합니다.

예 동 근

2009년 11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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