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리포트]연합뉴스 북한영문팀 팀장 곽승지 저

 중국의 부상과 한중관계

중국은 다시 동양의 중심, 아니 세계의 중심이 되려 하고 있다. 그러한 움직임은 미국을 겨냥한 대외전략은 물론 소수민족 및 주변 국가들을 겨냥한 국내전략에서도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중국의 패권주의는 2천년 이상의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점에서 새삼스러운 것은 아니다. 중화사상이 바로 그것이다. 냉전체제하에서 패권추구가 벽에 부딪혔으나 탈냉전적 상황으로 인해 다시 그러한 기운이 되살아나고 있다.

중국은 국제사회가 자신들이 패권을 추구할 것에 대해 염려하고 있는 것을 불식시키기 위해 틈만 나면 이를 부인해 왔다. 2002년 8월 1일 신화통신은 중국이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을 것이며 어떤 국가와도 동맹을 맺거나 군비경쟁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민해방군의 군사전략이 방어개념에 입각한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하기도 했다.

중국의 적극적인 부인에도 불구하고 국제사회, 특히 미국과 일본의 우려는 확산일로에 있다. 미국의 군사안보전문가들은 노골적으로 중국이 미국의 잠재적 위협세력임을 주장한다. 미국은 국방성이 2006년에 발행한 4개년국방검토보고서(QDR)에서 중국을 “미국군사력에 대한 가장 큰 도전”으로 규정했다. 일부 논자들은 중국이 경제강국이 되면 19세기 전반부터 서구열강들로부터 당했던 치욕에 대한 보상심리로서 패권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한다.

중국의 패권추구에 대한 우려는 한국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사회는 최근 중국의 움직임에 근거하여 두 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확대와 관련한 이른바 ‘동북4성론’과 동북공정에 의한 고구려 및 발해 역사 해석에서 보여주는 중국 중심의 중화사관 추구에 따른 문제이다.

국제사회가 중국이 패권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는 것이나 중국이 다른 나라들로 하여금 패권을 추구하고 있는 것으로 인식하도록 행동하는 것 모두 중국의 눈부신 경제성장과 군사력 증강 그리고 이에 동반한 국제적 위상이 제고된 데서 비롯된다. 중국은 매년 10퍼센트 내외의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어가고 있으며 이미 미국과 일본에 이어 GDP 규모에서 세계 3위에 올라 있다. 또 외환보유고는 1조 달러를 넘어서 주체하지 못할 지경이다. 이에 따라 넘쳐나는 외화를 가지고 아프리카 등 가난한 나라들을 상대로 달러외교를 펼쳐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기반을 확충해 나가고 있다. 당장은 무섭게 팽창하는 경제력이 중국의 가장 큰 힘으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오늘날 중국의 발전은 가히 상상을 초월한다. 이제 세계는 중국의 정책에 눈과 귀를 열어 주목하고 있으며 그에 따른 직간접적 영향 속에 살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세계 각국이 앞을 다투어 중국과의 관계맺기에 나서고 있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한국은 남북분단에 이어 이념적 대립을 근간으로 하는 세계적인 냉전체제하에서 중국과 적대관계에 있었다. 한국전쟁에서 중국이 북한을 도와 인민군을 파견함으로써 총부리를 맞대고 싸운 경험도 관계불능의 상황을 강화하는 요인이었다. 그 과정에서 연변지역에 사는 조선족동포들도 덩달아 적의 범주에서 인식되었다.

상황은 43년여의 세월이 흘러서야 되돌려졌다.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함으로써 비로소 관계가 복원된 것이다. 그 이후 15년여 동안 한중관계는 실로 엄청나게 변했다. 한중 수뇌가 빈번하게 서해바다를 건너 만나는가 하면 인적 물적 교류도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늘었다. 교역규모로 볼 때 한국과 중국은 이제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되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됐다. 외형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만으로도 이제 한중관계는 되돌려서는 안 되는 협력적 파트너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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