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사카유지(세종대 교수 및 독도종합연구소 소장)

(사)동북아공동체연구회 '누가 이 시대를 이끌어 갈 것인가' 세미나 토론문

먼저 아시아를 리드할 수 있는 한국의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알려주신 전성철 이사장님과 이승률 회장님께 깊이 감사드린다.

최근 G20의 출범과 동시에 세계 속의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한국의 세계적 도약의 기회는 2008년 9월에 일어난 세계 금융위기가 마련해 준 결과이기도 하다. 이후 역사상 보기 드문 한중일 공조가 시작되었고 G20의 발족으로 이어졌다. 세계 금융위기로 미국의 영향력이 줄어들면서 아시아 공동체라는 구상이 현실화 되어 가고 있다. 한국이 세계 금융위기라는 상황을 기회로 삼아 동아시아에서의 균형자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한중일을 실제로 공동체로 발전시킬 수 있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고 보여 진다. 일본은 과거문제가 무겁고 중국은 민주화가 덜 된 나라이다. 그리고 중국과 일본은 항상 아시아의 맹주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그런 상황 속에서 한국은 항상 중국, 일본 사이에서 손해를 보는 입장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이 대국들 사이에서 균형자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기 때문으로도 해석된다.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낀 한국은 균형자 역할을 잘 할 수 있어야 중국과 일본에 종속되지 않고 힘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가 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한국의 생존과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조건이라 할 수 있다. 한국이 동북아의 균형자가 되지 못한다면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도 제대로 행동할 수 없는 국가로 전락할 가능성마저 있었다.

환언하면 한국이 균형자역할을 잘 한다면 동북아가 안정된다. 결국 한국이 균형자가 되어야 한다는 주장은 한국자체의 생존과 발전, 그리고 동복아의 안정과 평화라는 측면에서 필수적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이 균형자가 된다는 이야기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러나 당시는 아직 때가 아니었다. 그런데 현재 그 불과 몇 년 후에 한국에 역사적 기회가 찾아온 것이다.

그러면 한국은 무엇을 해야 하는가?

1. 한국은 중국과 일본 두 나라가 진정한 파트너로서 동아시아 공동체 창설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그리고 미국도 동아시아 공동체에 협력하게 해야 한다.

20세기에 미국이 세계 초강대국으로 부상할 때까지 유럽에서는 영국이 균형자 역할을 했다. 유럽이 혼란해질 때, 영국이 개입하여 사태를 진정시킨 것이다. 그것은 영국이 정치적으로, 경제적으로 큰 힘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영국은 평소에는 유럽대륙에 개입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지키다가 대륙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균형자로 개입하는 방침을 지켰다.

한국은 당시의 영국 같은 균형자가 아니다. 실질적으로 중국과 일본 사이에 항상 끼어 있는 지형을 생각할 때 한국은 끊임없이 균형자로 제대로 그 힘을 발휘 해야만 국가자체와 동북아의 안정과 평화를 지킬 수 있다. 그만큼 외부로 힘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국내의 정치, 경제적 상황이 정비되어 있는지를 항상 점검해야 한다. 결국 한국의 균형자 역할을 방해하는 요소는 국내의 정치, 경제적 불안 요소들이다.

2. 최근 아시아공동체라는 말은 일본의 하토야마 총리의 입에서 나왔다. 하토야마의 아시아공동체 발상은 ‘열린 지역주의’를 표방하여 미국을 배제하지 않고 있고 일본이 아시아의 맹주라는 입장을 철회했다. 그리고 일본자체가 역사상 처음으로 한국에게 동아시아의 균형자역할을 기대하고 있는 등 여러 가지 긍정적인 면을 갖고 있다.

그리고 현재 일본은 FTA나 EPA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제안해 오고 있다. 그런 경제적 네트워크가 동아시아공동체의 기초가 된다고 그들이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정부의 종래의 입장은 일본과의 FTA 등은 가장 마지막에 체결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고 들은 바 있다. 그만큼 한일 FTA는 한국에게 불리하다는 인식이 한국정부내 그리고 실무자들 사이에서는 우세하기 때문이다. 동아시아공동체의 기초가 될 한일FTA, 혹은 한일 EPA를 체결하려는 적극적 의지가 한국정부에 있는지 묻고 싶다. 그리고 중일FTA도 마찬가지로 체결이 쉽지 않다고 본다. 그 진행상황에 대해 묻고 싶다.

(참고로, 메이지 유신 이후 일본의 계몽주의자 후쿠자와 유키치는 ‘아시아 연대론’을 주장하면서 한중일의 연대로 백인들의 아시아침략을 막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나 그는 또 문명론을 전개하면서 3국 중 일본이 가장 문명화가 된 나라이기 때문에 일본이 아시아의 맹주가 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구축했다. 그 후 자신이 개입한 갑신정변의 실패로 후쿠자와는 청나라와 조선을 ‘아시아의 악우(惡友)’라 칭하여 ‘그들을 대하는데 서양열강처럼 처분해야 한다’라고 쓰면서 ‘탈아론(脫亞論)’을 주장하기에 이르렀다. 그 결과 후쿠자와는 청일전쟁을 열광적으로 지지하면서 청나라를 타도하여 조선을 개혁해 아시아의 맹주로서의 일본의 입지를 무력으로 달성하는데 일조했다. 일본적 아시아연대론, 즉 동아시아공동체 이론은 이렇게 왜곡되어 시작된 것이다. 하토야마의 논리는 일본을 맹주로 주장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EPA에는 지적재산권문제가 포함되어 있어 결국 일본이 아시아표준을 주도하게 되어 있다. 한국에게 균형자 역할을 맡긴 것은 일본의 고도전략으로 볼 수도 있다.)

3. 북한 핵문제가 풀려야 한국의 힘이 제대로 발휘할 수 있다는 견해가 많다. 그런데 이 문제는 쉽게 풀릴 것 같지가 않다. 혹시 풀린다고 해도 북한의 완전한 핵폐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 북한의 개방은 더욱 시간이 걸린다. 문화적 개방이나 경제적 개방을 북한이 극도로 무서워하는 이유는, 북한사회가 개방되면 왜곡된 이야기로 우상이 된 집권자들의 신화가 허구로 밝혀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그들이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그러므로 자유개방에 의한 남북통일은 북한체제가 세습체제를 벗어나야 가능하기 때문에 그 길이 아직 상당히 멀다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므로 한중일의 동아시아공동체는 먼저 북한을 빼고 진행시켜야 다고 봐야 한다. 경제특구를 북한에 제안하는 제안이 있으나 개성공단처럼 북한에 정치적으로 이용되지 않을까 우려가 된다.

4. 논지에 경제적 협력이 이루어진다면 정치적인 힘을 압도할 수 있다는 견해가 깔려 있는 듯 보인다. 그러나 경제적 협력을 이루어내는 과정자체가 정치적인 정책결정과정이므로 궁극적으로 정치력이 한중일의 경제적 협력이나 북한 개방 등을 이루어낼 수 있는 최종적인 힘이 아닐까 생각된다. 정치력과 경제력의 균형을 어떻게 보고 계시는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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