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변리포트]연합뉴스 북한영문팀 곽승지 팀장 저

새로운 대중국전략의 모색

이와 같은 상황변화는 우리에게 중국에 대한 새로운 평가와 새로운 대응을 요구하고 있다. 지리적으로 인접해 있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부문에서 직간접적으로 중국의 변화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변화된 상황에도 불구하고 일부 논자들은 미국과의 동맹을 강조하면서도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데 불만이다. 한중관계보다 한미관계를 더 중요하게 인식하는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자유와 민주주의를 축으로 하는 한미동맹 못지않게 지정학적‧경제적‧문화적 이해를 공유하고 있는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한중관계가 강화되면 한미관계를 약화시킬 것으로 우려하는데 그래서도 안 되지만 결코 그렇지도 않다. 한미관계와 한중관계를 교환관계로 보거나 제로섬게임으로 인식함에 따라 중국과의 관계 강화를 곧 반미로 이해하려는 정서 역시 적절치 않다. 그러한 인식의 저변에는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중국과의 관계맺기가 중국의 속국으로 이어질 것에 대한 우려가 자리하고 있다.

그러나 21세기 새로운 트렌드의 하나는 지역국가의 형성이다. 이러한 트렌드는 역내국가간 자유로운 소통을 가능하게 하고 이는 곧 공동체 형성을 도모하는 형태로 발전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과거와 같이 수직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니라 수평적으로 연결될 것이라는 점이다. 따라서 역내국가와의 관계를 과거와 같이 지배와 종속의 관계로 이해하려는 것은 지나친 비약이다. 오히려 그들과의 관계를 소홀히 하여 새로운 변화에 편승하지 못할 것에 대해 염려해야 한다. 더욱이 한국은 북한문제와 함께 연변에 살고 있는 조선족동포 문제를 포함해 중국과 직간접적으로 얽혀 있는 적지 않은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지금 당장 중국을 미래의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하고 관계증진에 나서야 한다.

 

2. 전략적 접근

 

0. 전략적 접근의 필요성

연변과 조선족의 미래는 한국과 중국은 물론 동북아시아의 미래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따라서 연변 및 조선족사회와 관련한 미래전략 역시 한국과 중국 그리고 동북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비전을 가늠하면서 살펴보아야 한다. 소통의 시대는 독립성보다는 지정학적 상호연관성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연변과 조선족의 미래는 그들의 현실을 직시하는 것과 함께 한국 및 중국이 그들과의 관계를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에 달려있다. 이러한 점에서 연변과 조선족의 미래는 한국과 중국이 이들을 매개로 하여 함께 미래로 나가야 할 당위와 목표를 찾는 것과 직결된다.

연변은 중국의 영토이며 조선족은 중국국민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 연변과 조선족은 중국의 직접적 영향 하에 있다. 이것은 엄연한 현실이다. 우리는 이 분명한 현실의 틈새에서 우리와의 인연의 끈을 붙잡고 새로운 관계맺기를 추구하려 하고 있다. 그것은 엄청난 도전이다. 새로운 도전을 이루려면 목표가 분명해야 한다. 아울러 목표를 향한 치밀한 전략과 그것을 추동할 강한 힘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연변 및 조선족과 새로운 관계맺기를 통해 추구하려는 궁극적 목표는 한민족 차원의 범주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고중세사를 들먹이면서 고토회복 운운하는 것은 중국을 자극해 관계를 어렵게 할 뿐이다. 그 지향점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한반도와 연변을 가로질러 미래로, 동북아시아로 나아가는 것이어야 한다. 연변 및 조선족과의 인연을 이야기하고 그들의 현실을 말하는 것은 그 목표를 향해 가는 과정에서 지금 해야 할 일을 찾기 위함이어야 한다. 그래서 그 목표는 동북아시아의 공존공영이어야 한다.

동북아시아 공존공영을 위한 전략은 많은 변수가 있다. 따라서 국가별로, 상황에 따라, 단계마다 다를 것이다. 한민족의 입장에서 연변 및 조선족의 미래와 관련지어 생각할 경우, 변수는 중국과 조선족 두 측면이다. 중국으로 하여금 우리의 생각을 이해하고 동참하게 하는 것과 연변의 조선족동포들이 중국 내에서 확고하게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면서 한국사회와 정서적으로 긴밀한 교감을 할 수 있는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다.

전자는 외교의 영역에 속한다. 외교란 국가차원의 관계로서 기본적으로 주고받기 게임이다. 거시적 차원에서는 중국이 우리와의 관계를 유지‧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그들의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우리의 국력을 키워야 한다. 미시적으로는 중국의 동북지역 전략, 예컨대 동북공정과 동북진흥계획 등에서 우리가 협력할 것을 찾아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등 다양한 관계맺기를 시도하여야 한다.

후자의 경우는 국가차원의 문제와 민간차원의 문제가 동시에 어우러져야 하는 보다 복잡한 문제이다. 큰 틀에서는 국가차원의 정책과 관련되지만 세세한 부분에서는 민간차원의 접근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특히 조선족동포들과의 관계 형성은 민족적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점에서 시민사회의 관심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같은 관점에서 어떤 논리로 중국을 설득하고 조선족동포를 포용할 것인가, 조선족동포들이 연변에서 당당하게 살아가며 한국사회와 우호적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서 한국사회가 어떻게 역할 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는 당면한 현실적 과제이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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