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이호형(목사) 칼럼리스트= 서울조선족교회에서 중국동포 인권 관련 일을 시작하면서, 처음 출입국공무원을 대면했던 일이 지금도 잊어지지 않는다. 대면 첫 번째 소감은 “아, 도대체 이 분들은 어느 나라 공무원들인가? 요즈음 세상에도 이렇게 고압적이고 불친절한 공무원이 있다는 말인가?”하는 것이었다. 나만이 그런 게 아니라, 출입국을 처음 찾아와서 출입국공무원을 대한 일반인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인 것임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이렇게 말을 하면 출입국공무원들 가운데는 상당히 억울해 하는 분들이 많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마디 더 해야겠다. 내가 경험하고 들은 바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모든 공무원들 가운데 출입국공무원들이 대민봉사에 관해서는 가장 낮은 점수를 받는다고 한다. 미국 같은 선진국의 외국인들이나 동포가 아니라, 중국동포를 대하는 데서 그렇다는 말이다.

그런데 처음 가졌던 내 생각은 시간이 흘러가면서 많이 바뀌었다. 그 분들 가운데서도 훌륭한 분들이 있고, 동포들을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는 분들을 만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들이 지금보다 더 많이 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지고 있다.

개별적인 출입국공무원들을 대하면서 느낀 가장 아쉬운 점은, 기본적으로 휴머니즘(인본주의)을 찾아 볼 수 없다는 점이었다. 인간을 모든 것의 근본으로 여기는 휴머니즘은 한 마디로 인간에 대한 사랑과 이해, 그리고 관용의 정신으로, 사회와 국가가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곳이 되기 위해 갖춰야 할 필수적인 기본정신이다. 따라서 휴머니즘의 결여가 바로 그들이 동포들에 대해 이해할 수 없는 처분을 내리도록 하는 주된 원인이라고 본다.

예를 들어보자. 우리 교회에 열심히 다니는 여든이 된 할머니 한 분이 있다. 이 분은 2004년 이전에 남편과 함께 입국해서 불법 체류하던 동포1세인데, 법무부가 제적이 있는 동포를 구제하는 지침에 따라 국적을 회복하였다. 그 후 불법체류중인 남편의 체류합법화를 위해 출입국을 찾아가서 상담을 하자 담당공무원은 무조건 나갔다 와야 한다고 안내를 했다. 그 말을 듣고 중국으로 출국한 그의 남편은 지금까지 2년이 되도록 입국하지 못하고 있다.

이 남편의 경우가 불법체류 신분이라고 하더라도, 부인이 동포1세로 국적을 회복했기 때문에 국내에서 귀화신청을 하고 체류를 합법화할 수 있는 지침이 마련되어 있다. 그럼에도 50년 이상 함께 살아온 부부를 떼어놓은 것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담당공무원이 인간에 대한 배려가 조금이라고 있었다면 결코 그렇게 쉽게 안내하지 않았을 것이다.

일부 출입국공무원들에게는 모든 것의 근본이 되는 것은 인간이 아니라, 지침과 규정을 절대적인 가치로 간주하고 있음을 알 수가 있다. 지침과 규정을 지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디까지나 인간을 위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의 법과 지침도 인도적인 사유가 있으면 충분히 고려하여 선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럼에도 일부 출입국공무원들이 스스로 인도적인 사유를 고려해서 동포들에게 관대한 처분을 하는 경우는 참으로 보기 어렵다. 그저 쉽고 편하게 일을 처리하겠다는 생각에서, 늘 적용하는 규정대로 처리하는 행정편의주의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동포들이 어려움을 겪는 문제 가운데 하나는, 중국에 두고 온 자녀와 손자를 데리고 오지 못하는 일이다. 바로 최근에 일어난 사건을 하나 소개하겠다.

동포1세인 김 아무개는 동포2세인 아들 내외를 한국에 초청하여 귀화신청을 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동포3세인 손자를 함께 데리고 올 수 없어 이웃 한족에게 맡겨 놓고 왔는데 애는 이제 겨우 12살이라고 한다. 어린 손자를 혼자 두고 왔으니 부모와 할아버지의 마음이 오죽 아프지 않겠는가! 들려오는 말에 의하면, 손자를 돌보는 이웃한족이 제대로 보살피지 않는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손자를 데려오기 위해 초청장을 보냈다.

그렇지만 사증신청을 접수한 주선양총영사관 관련 부처에서는 손자에 대한 사증발급을 불허하였다. 그 사유서에는, 한국에 입국하려는 목적이 분명하지 않다고 씌어 있었다. 혼자 떨어져 살고 있는 12살짜리 어린 손자가 부모와 조부모와 함께 살기 위해 입국하려고 하는 데 입국 목적이 불분명하다는 말을 할 수 있다니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규정, 또는 재량권이라는 이유로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나라가 대한민국이요, 그 일을 할 수 있는 공무원들이 바로 출입국 소속이다.

출입국공무원들마다 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을 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이들 가운데서도 훌륭한 분들이 너무 많이 있다. 그런 분들을 만나면 마음에서 존경심이 저절로 우러나온다. 그렇지만 위에서 언급한 저런 일들이 일어난다면, 출입국 소속 공무원으로서 면목이 서지 않을 것은 분명하다.

중국동포들과 가난한 나라에서 오는 외국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차별을 두지 않고 진정한 휴머니즘을 보여 줄 때, 우리나라는 더 선진국다운 국가 될 것이다. 나아가 모든 동포들과 외국인들, 그리고 무엇보다도 국민으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출입국공무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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