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률 박사의 퓨전로드맵

꿈을 갖고 있는 한 그 꿈이 길을 이끌어간다는 말이 있다.

드디어 이와같은 나의 소망이 온 천하에 공식적으로 선포 될 기회가 왔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고 하지 않았던가?

지난해 10월 21일 인천 송도에선 지식경제부 주최로 ‘제8회 환황해 경제·기술교류회의’가 열렸다. 환황해권 국가들간에 경제기술협력 강화를 위해 2001년부터 ASEAN회원국가와 동북아 삼국, 그리고 필리핀과 싱가폴의 참여로 시작됐다. 이 모임은 최근 동북아지역에서 가장 활발하게 상호 소통과 공동대처활동을 전개해오고 있다.

이번 회의에는 역대 최대 규모로 우리나라에서는 지식경제부, 자치단체, 환황해 2시3도(인천, 대전, 경기, 충남, 충북)의 기업 대학 등에서 약 140여명, 일본에선 큐슈 경제산업국을 비롯한 기업, 대학관계자들이 70여명 그리고 중국에서는 상무부, 과학기술부와 기업, 대학관계자들 80여명이 참가해 환황해지역의 무역, 투자와 과학기술교류, 그리고 교육, 인적교류분야를 중심으로 활발한 토론과 의견교류가 이루어졌다.

특히 올해는 각국에서 정부관련부처 국장급 공무원들이 직접 한자리에 모여 회의를 하는가 하면 한중일 3국의 32개 대학의 총·학장들이 모여 교육 인프라와 인적교류에 대해 심도있는 토론과 의견을 교류함으로서 명실공히 환황해지역의 가장 권위있는 국제회의로 자리매김을 확실히 했다.

이 중요한 국제회의의 프로그램 가운데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한·중·일, 산·학·관 전체회의’에서 본인이 기조연설을 하게 되었다. 행사 기획팀으로부터 처음에 이 제안을 받았을 때 나는 먼저 놀랍기도 했고 또 한편으로는 난감한 생각도 들었다. 그동안 동북아 미래를 위한 일이라면 어디든, 언제든 달려가긴 했다. 누군가는 시작해야 할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각계 관련 전문가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도록 노력해왔다. 그러다가 작년부터는 동북아공동체연구회라는 사단법인을 만들어 전문가들이 정기적으로 모여 동북아시대를 준비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분야의 의견을 나누고 또 마음을 같이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왔다.

그러나 엄연히 말해 나는 전문학자도 아니고 관련공무원도, 관련연구소에 있는 사람도 아니다. 게다가 이번 회의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각국 관련행정부의 국장급 관계공무원들과 약 80명에 이르는 대학총장, 학장들 그리고 내로라하는 기업인들과 전문 인력들이었다.

오히려 내가 찾아다니면서 상의하고 부탁해야 할 대상들이 아닌가.

고심 끝에 나는 이를 수락했다. 그리고 10월 21일 전체회의장에서 나는 담대한 마음으로, 장차 환황해, 더 나아가서는 동북아의 미래를 직접 설계해나갈 수 백명의 정부당국자와 학계, 기업계인사들 앞에서 동북아 미래의 청사진을 제시하고 지금 주변국들이 해야 할 일들을 제안했다.

그것이 바로 나의 소명이라 생각한다. 동북아의 새로운 미래를 꿈꾸며 함께 만들어갈 사람들을 만나는 것, 그리고 그들의 가슴에 그 꿈을 심는 것, 내 머리와 가슴을 떠나 그들에게 전해진 10분간의 스피치, 그 속에 담긴 동북아의 미래상은 그러므로 나를 떠나는 순간, 나의 것이 아니다. 누구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귀 기울이고 행동하는 바로 그 사람의 것인 것이다.

그날 내가 모든 열정을 다해 동북아인들을 향해, 그리고 누구보다 한국인들에게 우리들의 새로운 미래에 대한 각성을 일깨우기 위해 펼쳐보인 제언은 다음의 내용이었다.

 

「한․중․일 해저터널과 동북아경제협력체 구상」

 

“오늘날 많은 나라들이 세계화의 흐름에 편승하는 한편, 인접 국가들과 보다 밀접한 경제협력관계를 구축함으로써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하고 발전을 지속시키려는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EU(유럽연합), NAFTA(북미자유무역협정) 등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러한 세계경제의 블록화 현상은 동북아 지역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한․중․일 3국은 1997년 아시아 금융위기를 계기로 일어난 동아시아 통합운동 즉, ‘ASEAN +3(한․중․일)’정상회의와 같은 지역경제권(Regional Economic Block)활동에 적극 동참하면서, 자체적으로 동북아 역내 국가들간의 교류와 결속력을 높여 가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한․중․일 3국간의 FTA를 기초로 하여 동북아 경제협력체를 구성하고자 하는 방안이 이러한 노력의 한 예입니다.

최근 미국 서브 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연관된 미국식 투자은행(IB)의 몰락이 세계적 금융공황을 촉발할 수 있음을 보면서 동아시아 역내 국가간 금융협력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입니다. 국제금융을 다루고 있는 경제전문가들은 이번 미국발 금융위기로 위안 화와 엔 화가 기축통화로 자리잡기 위해 활발히 움직이고 있는 지금이 바로 동북아시아 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 매진 할 때라고 지적하곤 합니다.

이와 같은 제도금융의 기능적 통합은 한․중․일 3국에 국제협력을 통한 지역안정과 공동번영의 길을 개척하는 한 대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에 못지않게 동북아 3국의 미래 발전과 결속을 이끌어 줄 국가간 SOC정책이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세계 경제의 블록화 현상으로 지역통합경제권이 형성됨에 따라 그 통합경제권의 중심지 역할을 맡기 위한 국가간 경쟁이 치열해질 수 있습니다. 이른바 허브 공항, 허브 항만이 되기 위한 경쟁이지요.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 다시 논의가 재개된 한․일 해저터널과 지난해부터 급속히 열기를 띠고 있는 한․중 해저터널에 대한 국가간 SOC정책이 또한 한․중․일 3국을 결속시키는 동북아 블록의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폐쇄적인 민족주의와 집단 이기주의적인 경쟁관계(Zero-Sum Game)를 뛰어넘어 선의의 경쟁과 협력을 기반으로 윈윈 패러다임의 공동선(Positive-Sum Game)을 추구함으로써 국가간 소통과 교류의 폭을 확장시키는 역내 대중교통인프라 구축이 그 목표입니다.

다시 말해, 저는 오늘 한․일 해저터널과 한․중 해저터널을 복합적으로 연결시킴으로써 일본 열도와 한반도와 중국 대륙을 하나의 거대통합시장으로 전환시킬 수 있으리라는 비전을 갖고 이 자리에 섰습니다. 그동안 한․일간 해저터널 구상은 집권 정부의 의도에 따라, 또 이를 취급하고 추진하는 민간단체 및 연구기관의 의도에 따라 많은 편차와 논란을 야기해 왔습니다.

그러나 최근(2008.6.27) 부산시에서는 「부산발전연구원」을 중심으로 교통․물류․사회․문화․경제분야 등 전문가 8명을 위촉, ‘한․일 해저터널 TF'팀을 구성하여 그동안 민간 차원에서만 논의해 왔던 한․일 해저터널 건설을 공식 검토하기로 했습니다. 이 일에는 일본측 연구기관으로「일․한 터널연구회」,「일․한터널 추진동맹」등이 참여하고 있으며, 현재 부산-거제간 거가대교 3.7km 침매터널 공사를 하고 있는 아시아나 그룹의 대우건설 측에서도 깊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또한 경기도에서는 산하기관인「경기개발연구원」주최로 중국 국무원발전연구중심 관계 인사들을 초빙한 가운데 ‘동북아 협력체계 강화를 위한 한․중 해저터널 구상’을 주제로 하는 국제세미나를 지난 5월 14일 서울에서 개최한 바가 있습니다.

개혁․개방 이후 연 평균 10%대에 달하는 중국의 성장을 배경으로, 한․중․일 3국의 교역액이 세계 교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6%대를 넘어서고 있으며, 또한 동아시아 역내 GDP의 90%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동북아 지역의 경제성장과 물동량이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동북아 물류체계의 새로운 대안으로 다양한 복합운송시스템 구축에 대한 검토가 활발해지고 있습니다. 항공 및 항운 산업뿐만 아니라 한․일간 (카)페리, 한․중간 (카)페리 노선의 확대 방안도 검토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운송시스템은 연계 수단, 승객 및 노선 증설에 대하여 일정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으므로, 보다 대중적인 교통운수인프라로 이른바‘T&T Project(한․일 Tunnel & 한․중 Tunnel)’라고하는 한․중․일 복합해저터널계획이 급부상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아직도 항간에는“한․중 터널은 되어도 한․일 터널은 안된다(민족감정 문제). 한․일 터널도 안되는데 한․중 터널은 더욱 구름 잡는 이야기다(비용 및 효과문제).”하는 식의 비판론이 거셉니다. 반면에, 국가 100년 대계를 내다보고 한반도 전체를 일본과 중국을 연결하는 중간거점 자유무역지대로 개방하여 동북아 3국간의 국제분업을 유도하고 조정하고 촉진하는 개방형 클러스트 국가로 거듭나게 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이 경우 한․중 터널의 노선 설정에 따라 남북한 분단 상태가 큰 장벽이 될 수도 있겠지만, 고속철도 및 도로의 인프라건설이 오히려 남북한 경제공동체 실현을 앞당기는 활로가 되어질 수 있다는 측면에서 장기적으로 볼 때, 이는 큰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또한 남북한 철도연결 사업은 궁극적으로 TCR, TSR, TMR등과 연결됨으로서 장차 아시아와 유럽을 하나의 경제협력체로 거듭나게 하는 대륙횡단 교통인프라가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유라시아 대륙의 경제, 사회 구조를 변화시킬 뿐만 아니라 동북아 역내 국가들간의 신속한 정보교환과 정보비용을 줄이기 위한 국제정보통신망 연계사업, 역내 국가간의 인적․물적 교류 확대를 위한 국제고속도로망(Asian Highway) 및 고속전철 연계사업을 추진하는 일은, 이른바 3통(통신․통행․통관)을 기반으로 하여 베세토(베이징-서울-도쿄) 도시회랑의 축을 따라 대륙과 해양을 한 몸으로 연결하는 ‘동북아시대의 뉴 실크로드’를 창출해 낼 것입니다.

 

순수한 민간 투자로 이루어졌던 영-불 해저터널 건설사업이 아직도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점 때문에, 한․일터널이나 한․중터널 건설에 대하여 찬반 양론이 대립하고 있으나, 상기에서 지적한 바와 같이 한․중․일 복합해저터널이 건설될 경우, 이 해저터널은 장기적으로 볼 때, 동북아 블록의 시너지 원(源)이 되어 중추지구(Hub Zone)인 한반도의 경제발전은 물론 일본과 중국 양국의 사회․경제 및 국토, 환경적 측면에서 다양한 파급 효과를 유발할 것이 틀림없습니다.

 

이는 지역 다자안보와 통합시장 기능을 튼튼히 묶는 거대한 끈이되어 동북아 지역을 평화와 번영의 길로 인도할 것이며, 나아가 한자문화와 유교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역사공동체문화권으로 거듭나게 하는 통로가 되어줄 것입니다. 또한 정치적으로 중국과 한국에 대해 배타적인 경향을 보여 온 일본을 아시아적 협조사회(Cooperative Society)의 틀 안으로 유도하는 화해의 장치가 될 것입니다.

 

한마디로 한․중․일 3국의 내해(內海)와도 같은 환황해권 경제수역을 중심으로, 동북아지역사회가 제29차 북경올림픽의 슬로건처럼 ‘One World, One Dream’를 지향하는, 창의적인 ‘미래공동체사회’로 나아가는 기회를 잡게 될 것이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저는 오늘 한․중․일 3국의 주요 인사들이 참석하고 있는 이 환황해권 경제․기술교류 전체회의를 통하여 다음과 같은 연구 방안을 건의코자 합니다.

 

첫째, 지방자치단체나 민간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한․중․일 해저터널 계획을 한․중․일 정부간 합동 SOC정책 프로젝트로 승격해서 추진해 주기를 바랍니다. 기본적으로 탐사․설계․시공에 관련된 기술 분야뿐만 아니라 투자, 기금운용, 인력개발, 교통 및 물류체계관리 방안에 이르기까지 한․중․일 3국이 대등한 수준으로 공동투자 개발하는 방식을 취하며, 이를 위한 기초 단위로 ‘한․중․일 해저터널건설기획단’설립을 제안하는 바입니다.

 

둘째, 한․일 FTA, 한․중 FTA, 중․일 FTA를 포함하여 한․중․일 3국간 FTA 결성을 추진하기 위한 ‘동북아경제협력재단’설립을 제안합니다. 이 재단은 장차 ‘동북아개발은행(NEADB)’을 설립하기 위한 전 단계로 그 임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며, 관할지역 범위는 1단계:환황해 중심의 한․중․일, 2단계:러시아 극동지역과 몽골 및 북한까지 포함하는 광역 경제권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 기구의 조직 및 운영은 한․중․일 3국의 산․학․관 합동 연구개발(R & D)시스템을 기본으로 하여 각 정부와 기업이 대등한 수준으로 출연하고 공동관리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셋째, 상기 두 항목에서 제안한 ‘한․중․일 해저터널건설기획단’설립과 ‘동북아경제협력재단’설립을 지원하기 위한 상설기구로“환황해 경제․기술교류회의”산하에 실무기획단을 편성, 운영할 것을 건의합니다. 이로써 지금까지 순수한 대화, 친교, 정보협의체 형태로 존속해 왔던 “환황해 경제․기술교류회의”가 국제투자를 유치하고, 이를 기반으로 기술거래와 기간산업발전 및 에라스무스(ERASMUS)제도와 같은 인재양성 프로그램과 국제 인턴십 활동을 촉진시키는 실질적인 ‘동북아경제공동체 산․학․관 국제협력기구’로 거듭나기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다음에 계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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