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형목사의 인권칼럼

[서울=동북아신문]2009년 6월, 지금으로부터 정확히 1년 전의 일이다.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으로 새롭게 부임하는 분이 현직 검사장 출신이라는 말이 나돌면서, 동포관련단체 종사자들은 하나 같이 우려를 표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서 동포포용정책이 후퇴하여 동포들의 불만이 고조되던 때였다. 그런 상황에서 검사장이 출입국과 동포정책의 총책임자로 온다고 했을 때, 동포포용정책은 물 건너가는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을 일으키기에 충분했다.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검사라고 하면 오로지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사람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법과 원칙을 내세우는 이명박 정권에 의해 인도적인 차원에 근거해서 풀어야 할 동포문제는 꼬여만 가고, 불법체류 동포들이 인정사정없이 추방되던 것을 그저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만 봐야 했던 상황에서 법과 원칙 준수의 선봉장인 검사장이 온다면, 동포 포용정책은 더 이상 기대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갖기에 충분하였다.

그런데 막상 신임 본부장이 다른 사람이 아닌 석동현 검사장이라는 소식이 들리자 이전부터 석 본부장을 알고 있던 사람들의 입에서는 잘 되었다는 환영의 말이 튀어나왔다. 서울조선족교회 서경석 목사도 그 중의 한 분이었다. 서 목사는 단언하기를 "석 본부장이 온 것은 너무나 잘 된 일이다, 동포 문제는 앞으로 아주 잘 풀릴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때서야 나는 몇 년 전에 교역자 회의시간에 서경석 목사가 석동현 본부장이 법무부 과장 시절에 동포들을 위해 아주 큰일을 했다고 말 했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신임 본부장에 대해 기대를 하면서 동포 정책에 변화가 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우리나라와 우리 사회에 대해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다. 심하게 말하면 나는 아직도 우리나라는 야만적이고, 폭력적이고, 비합리적인 후진국가라는 생각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아무런 이유 없이 이런저런 폭력을 당하고, 도무지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버젓이 벌어져서 불이익을 당해도 어디 가서 하소연 할 곳도 없는 곳이 우리사회였다. 그리고 동포를 위해 일을 하면서 우리의 야만적인 모습이 아직도 살아 활개를 치는 곳이 바로 동포정책을 담당하는 부서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그러나 이번에 석동현 본부장이 서울조선족교회를 방문하여 동포들에 대해 가지고 있는 자신의 기본적인 인식, 앞으로 동포 정책의 방향 등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출입국관리들과 동포정책에 대한 나의 불신과 비난이 사라지면서 새로운 희망을 갖게 되었다.

본부장이 동포들에게 말한 것 가운데 가장 마음에 다가 온 표현은 "동포들을 묶어서 보내는 일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이었다. 이는 동포들을 불법체류자라는 명분으로 잡아 추방시키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는 동포포용정책의 큰 목표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동포들의 질의에 답하는 시간에 부부가 모두 불법체류의 신분으로 살면서 자녀를 낳아 키우는 무연고 동포가 체류 합법화를 해 달라고 탄원하였다. 이에 대해 본부장은 이 문제는 동포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외국인들도 포함하는 문제임으로 쉽지는 않다고 하면서 한 가지는 분명히 천명했다. 즉 여기서 자녀를 낳아 키우는 동포를 포함한 외국인들의 경우 불법체류자라는 이유로 잡아서 보내지 않겠다는 것이다. 본부장은 이런 경우 아이들이 다 클 때까지 여기서 체류를 하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또 다른 동포는 일선 출입국 공무원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였다. 출입국에 업무를 보러 가면 출입국 공무원들이 동포들을 너무 멸시하는 언행을 하는데 제발 공무원들을 교육시켜 동포들을 인간답게 대해주도록 해달라고 요청하였다. 이에 대해 본부장은 미안하다는 사과를 대신하면서 본부장으로서도 안타깝게 생각을 한다고 하였다. 본부에서는 37도의 체온으로 동포를 포용하기 위해 일을 하고 있으나, 일선 출입국관리사무소로 가면 18도의 차가운 체감 온도가 되어 버리는 데, 앞으로 공무원들을 독려해서 동포들을 따뜻하게 대하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이 외 동포 사회의 가장 큰 관심사인 영주권 부여와 무연고 동포를 받아들이는 사안에 대해서도 본부장은 구체적으로 언제 어떻게 하겠다는 약속은 하지 않았지만, 모든 동포들이 이해할 수 있는 설명을 하면서 동포들의 인내를 당부하였다. 조금 기다리고 지켜보면, 틀림없이 문호를 활짝 열게 될 것이며 그렇게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하였다.

마지막으로 본부장은 동포들에게 당부하기를 오늘의 조국이 이렇게 발전하여 잘 살기까지 이곳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고생을 많이 했다. 하루아침에 이렇게 잘 살게 된 것은 아니다. 그러니 이곳에 온 동포들도 지금 당하여는 여러 가지 불편과 고생을 잘 참고 견뎠으면 좋겠다고 하였다.

본부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확실하게 알게 된 사실은 본부장은 법과 원칙을 중시하는 검사장이지만 그 법과 원칙이 어디까지나 인도주의에 바탕을 둔 것이라야 한다는 신념을 가진 분이라는 것이다. 이런 본부장의 신념은 비록 동포들이 입국과 체류과정에서 많은 불법을 저질렀지만 그런 동포들의 위법은 조국에 돌아오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문을 열지 않은 대한민국에 일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본부장은 대한민국이 동포들에 대해 갚아야 할 부채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동포를 포용하기 위해 자기에게 주어진 모든 권한을 다 사용할 분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실제로 본부장은 그렇게 동포들을 위해 일을 하고 있다. 위명 여권자나 밀입국 동포들, 혹은 장기 불법체류 중인 동포들이라도 한국국적을 가진 부모가 있거나 한국인과 결혼을 하거나 그밖에 특별한 사정이 있는 동포들에 대해서는 특별체류를 허용하고 입국규제가 되었다면 입국규제를 해제하여 입국을 하도록 하고 있다. 이전까지는 감히 꿈도 꿀 수 없는 그런 일을 하고 있다.

이런 본부장의 노력을 통해 동포들의 포용정책은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게 될 것이며, 출입국 행정 전반에 전향적인 변화가 올 것이라고 확신하였다. 아울러 동포들과 외국인을 대하는 출입국 공무원들 역시 본부장의 본을 받아 이전과는 다른 태도로 업무에 임할 것이라는 희망을 갖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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