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화의 중국문화풍경

[서울=동북아신문]오랜 세월동안 중국인은 극도의 빈곤에서 허덕여 왔다. 비록 지금은 일부 연해지역이 어느 정도 먹고 입는 최저한도의 생활은 보장되었다고 하지만 지난 세월 악렬한 환경이 중국인의 생활방식과 사유에 남긴 낙인은 역역하다. 생존하려다 보니 발버둥이 쳐야 했고 코물 눈물 흘려야 했지만 와중에 남는 것은 더 심한 쪼들림이고 자신들의 힘에 대한 극도의 한도와 실망이었다. 자신들의 나약한 발악의 힘으로는 수백 년에 걸쳐 이루어진 주변 환경을 도저히 개변할 수 없기에 아예 그 체제를 개변하려는 욕망과 충동을 버리고 환경에 순응하고 욕심을 줄이고 빈곤에 적응하면서 마음의 평온을 찾으며 만족을 느끼는 곬으로 접어들게 되었다.

중국인에게 있어서 내가 살아가는 현존의 제도가 가장 좋은 제도이다. 현실 제도에 대한 선의적이고 실질적인 개량은 정말이지 우수개가 아니다. 중국인은 오래전부터 이미 완고한 보수주의에 습관 되었기 때문이다. 변화를 싫어하기에 중국인은 그 대가로 향락의 지혜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중국 중소도시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경치이다. 먼지가 일고 빗물이 고인 도로 옆에 쪼크리고 않아 있는 해바라기 장사나 신 수리 쟁이, 이들은 보통 하등 직업인으로 여겨진다. 기실 직업인으로도 취급되지 않는다. 인구전면조사 때 무직으로 등록되는 것이다. 해바라기는 인민폐 20전어치도 팔고 50전어치도 판다. 1원어치면 많이 사는 편이다. 50전은 한화로 75원과 맞먹는다. 아침 길가에 행인이 나타나서부터 저녁 해질 때까지 일년 사시절 비바람, 눈보라를 마다하고 같은 장소를 어김없이 고수한다. 하루 벌이가 얼마나 되겠는지 상상할 수 있을 정도이다. 우리 한민족더러 그렇게 하라고 하면 아마 일만 명에 한사람도 있을 것 같지 않다. 신수리쟁이도 마찬가지이다. 이전에 중국에서는 새 구두를 사면 고무 밑창을 대거나 구두 뒷 굽에 철못을 박는다. 오랫동안 신어야 하기 때문이다. 구두 한 컬레가 한 달 로임과 맞먹으니 말이다. 신 수리 쟁이의 수입이 비록 해바라기장사보다 많으나 그것도 고된 직업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들은 아주 행복해 한다. 그 이유를 물어보면 자기의 명(命)이란 것이다. 이런 명을 타고났으니 원망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전형적인 숙명논이다. 그러니 과욕이 없고 소비가 줄고 번뇌가 적은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나중에 돈을 손에 쥐고 있는 사람은 이들 중국인인 것이다. 조선족은 큰돈을 버느라 포부 크게 고함치고 다녀도 노년에 진짜로 돈을 손에 쥔 사람은 많이 않다. 우리 조선족은 가문에 무슨 급한 일이 생기면 돈을 구하려 다니는 모습을 종종 연출한다. 평소에 모아둔 돈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인은 허름한 누더기 속에서도 돈 마는 쑥쑥 잘 집어낸다. 비교하여 보면 그때의 우리 모습은 처량하기 짝이 없다. 구경 누가 삶을 진정으로 살 줄 알고 즐기고 향수할 줄 아는 것인가?

[저작권자(c) 동북아신문(www.dbanews.com), 무단복제-재배포 금지! 단, 공익 목적 출처 명시시 복제 허용.]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