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중국 흑룡강신문 논설위원)

1. 최근 10년간의 재외동포정책 회고

김범송 흑룡강신문 논설위원
한국정부가 재외동포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1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1996년 국무총리 직속의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설치되어 재외동포와 관련된 정책이 실시되었지만, 1997년의 재외동포재단 설립을 재외동포정책 시점으로 볼 수 있다. 초기 한국정부의 재외동포문제는 19세기 후반과 일제시대 피동적으로 고국을 떠난 디아스포라(離散) 문제가 아닌, 한국국민의 해외진출 지원차원에서 시작됐다. 1965년 미국 이민법 개정 후 헌법에 ‘국가는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관련 조항이 신설되었고, 1980년대까지 한국정부의 재외동포정책은 재외국민에 한정되었다. 1990년대 중국 및 구소련지역 동포들의 고국방문이 이어지면서 재외동포정책이 본격 논의되었고, 1997년 재외동포재단 설립에 이어 1999년 재외동포문제를 포괄적으로 다루는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이 공식적으로 제정됐다. 2000년대 초반까지 재외동포정책은 거주국에서의 안정적 정착을 위한 ‘현지화’에 초점이 맞춰졌다.

현재 재외동포 거주국의 사회제도와 정치상황 및 경제발전수준이 다르므로, 고국(모국)에 희망하는 ‘동포정책’ 역시 상이하다. 시민권을 획득한 외국국적 동포와 한국국적을 유지하고 있는 재외국민이 다수인 미국의 경우, 영주권 여부에 따라 재외동포정책에 대한 요구수준이 다르다. 일본의 경우, 친한(親韓)적 민단과 친북적 조총련의 존재로 인해 동포사회가 양분되어 있다. 21세기 진입 후 이 양대 조직의 갈등·대립의 분열양상이 점차 완화되어 ‘화합의 기류’가 형성되었지만, 남북 간 화해기류 및 경색국면에 따른 모국의 정치기후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따라서 남북이 ‘하나’로 되어 민족화합을 이루는 것이 일본 동포사회의 ‘분열’을 종속 짓는 해결책이다. 중국과 구소련지역 국가의 경우, 과거 사회주의국가였고 냉전의 장기적 지속으로 고국의 동포사회와 오랫동안 단절된 상태였다. 그들이 바라는 것은 고국에 대한 제한적인 출입국이 아닌 ‘자유왕래’이며, 동포사회 재정지원과 출입국 편의 및 취업기회 확대이다. 반면 경제적 여유가 있고 단체활동이 활발한 미국·일본 등 동포사회는 활동지원과 참정권 부여, 이중국적 허용문제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MB정부는 선진국의 재외동포들을 대상한 ‘재외국민정책’ 추진에는 적극적인 반면에 중국이나 구소련지역의 동포들을 대상한 재외동포정책에는 진전이 없으며, 외국인노동자 수급대책만 있어 동포정책 차별화의 지적을 모면하기 어렵다. 한편 최근 몇 년 간의 중국동포정책은 방문취업제 등 재외동포정책을 적극 추진한 참여정부 시기에 비해 별 진전이 없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또한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하여 추방해야 한다는 정부 지침과 중국동포의 입국·취업 규제는 더욱 강화되어 많은 재한중국동포들은 경제위기 여파 속에서 고통을 겪고 있다. 현재 40여만 재한중국동포들은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3D업종에서 묵묵히 고국 건설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이 귀국하면 한민족의 정체성 유지와 한·중 관계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또한 중국동포들의 불법체류를 줄이고 고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제도적 환경을 마련해주고, 제한된 업종이 아닌 모든 업종에서 취직이 가능토록 정책이 개선될 필요가 있다.

2. 참여정부의 재외동포정책, 방문취업제

1999년 재외동포법이 제정되고 2000년대 초반 남북관계의 화해무드가 조성되면서 중국동포를 비롯한 재외동포문제는 한국정부의 중시를 받기 시작했다. 동포문제 전단기구인 재외동포재단의 독립의지와 국무총리 산하 재외동포정책위원회의 부활로 2005년 제5차 재외동포정책위원회가 개최되어 각 부처에 산재된 재외동포사업을 동포재단이 통괄·주관하는 문제가 거론되었지만, 결국 ‘부처이기주의’로 실행되지는 못했다. 또한 재외동포사업이 법무부와 출입국관리국 중심으로 추진되면서 2006년 5월 국무총리 산하에 ‘외국인정책위원회’가 성립되었다. 17대 국회에서는 재외동포기본법과 재외동포교육문화진흥법이 제안되었고, 재외동포사업 전담기구로 대통령 직속의 ‘재외동포업무행정위원회’ 신설이 제기됐다.

한편 참여정부가 추진한 가장 주목할 만한 재외동포정책의 업적으로 2007년 3월부터 시행된 방문취업제를 꼽을 수 있다. 중국과 구소련지역의 동포들에게 입국문호를 확대하고 기존의 특례고용허가제의 불합리한 절차와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제정된 방문취업제 실시로, 중국 등지의 무연고동포들이 오매에도 그리던 고국방문 및 합법적 취업을 통해 ‘코리안 드림’을 이룰 수 있게 되었다. 한국정부는 ‘외국인근로자고용법령’과 ‘출입국관리법령’ 개정을 통해 동포취업과 사용자의 고용절차를 개선하고 방문취업(H-2) 체류자격사증을 발급하였는데, 이는 중국 등 해외(무연고)동포들의 환영을 받았다. 물론 현유의 방문취업제는 동포들의 입국 및 취업규제를 완화해야 하는 여러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지만, 그동안 냉전시대의 장기간 지속으로 소외되었던 중국 및 GIS지역의 무연고동포들이 합법적으로 고국을 방문하고 취업할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획기적 재외동포정책으로 평가될 것이다.

그동안 재미·재일 재외동포는 한국정부의 재외동포법 혜택으로, 출입국과 체류활동(취업 등)에 정책규제나 제한이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중국과 구소련지역의 동포에게는 재외동포자격의 입국이 허락되지 않고 있고, 입국한 후 취업도 여러 가지로 규제를 받고 있다. 정부는 단순노무활동에 종사하는 동포를 재외동포법 혜택대상에서 제외시켰고, 중국과 구소련지역동포들은 전문직종 종사자라도 재외동포자격(F-4) 비자를 발급하지 않았다. 현행 방문취업제는 향후 모든 재외동포에게 재외동포자격을 전면적으로 부여하기 위한 과도기적 재외동포정책으로 볼 수 있다.

3. MB정부의 ‘재외국민정책’, 참정권과 이중국적

참여정부가 방문취업제를 실시해 그동안 소외되었던 중국과 구소련지역 재외동포에게 고국방문 및 합법적 취업기회를 마련해주었다면, MB정부는 재외국민 참정권 부여(2009년 2월 국회통과)와 ‘우수한 두뇌(고급인력)’에게 이중국적을 허용을 검토하는 ‘재외국민정책’에 주력하고 있다. 정부가 미국 등 선진국의 동포들을 주요대상으로 재외교포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주로 국제결혼과 ‘취업이민’의 형식으로 고국에서 3D업종에 종사하고 있는 몇 십 만의 외국국적동포에게는 별다른 혜택이 부여되지 않고 있다. 오히려 ‘불법체류’에 대한 단속과 입국 및 노동시장 규제는 강화되었고, 참정권과 무관한 중국동포들에게는 취업조건과 체류허가 및 가족초청 등에 대한 제한은 강화되어 중국동포정책이 ‘퇴보’하고 있다는 비판과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예컨대 노동부가 운영하고 있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는 방문취업제로 입국한 재외동포들을 소외시켰고, 2008년에 어렵사리 만들어진 동포지원센터도 정부의 조직개편에 따라 (법무부)외국적동포과가 없어지면서 ‘유명무실’해졌다.

한편 MB정부는 선진국의 재외동포를 대상한 ‘재외국민정책’ 추진에는 적극적이지만, 중국이나 GIS지역 동포들을 대상한 동포정책에는 진전이 없다. 또한 외국인노동자 수급대책만 있어, 동포정책의 차별화가 부각되고 있다. 최근 세계적 경제위기로 한국의 국내실업이 증가되면서 재한중국동포들의 소외감은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한편 불법체류 외국인을 단속해 추방한다는 정부의 지침과 중국동포와 외국인노동자의 입국·취업 규제는 더욱 강화되어 많은 재한중국동포들은 경제위기 여파 속에서 엄청난 고통을 겪고 있다. 현재 40만을 상회한 재한중국동포들은 3D업종에서 고국건설에 이바지하고 있으며, 이들 중 대부분이 귀국하면 한민족의 정체성 유지와 한·중 관계발전에도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MB정부는 전략적 동반자로 격상한 21세기 중·한 관계와 추후 민족화합과 남북통일에서의 조선족동포 역할을 감안한 미래지향적 중국동포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한편 현유의 방문취업제도 성공적인 정착을 위해 국내 취업지원단체와 동포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을 이용하여 입국 전 취업 근로계약을 체결하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무연고동포들이 무작정 입국해 장기간 구직 못하는 현상을 피면해야 한다. 또한 외국국적동포 문제는 노동력 수급차원에서만 접근해서는 안 되며, 재외동포와 고국간의 유대강화 및 다문화시대에 걸 맞는 재외동포정책 추진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즉 장기적으로는 남북한 사회통합과 통일정책의 차원에서 접근해야 하며, 외국인력의 정주화와 사회문화적 통합문제까지 고려한다면 중국동포 등 재외동포인력에 대한 활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또한 재외동포인력을 한국의 국내시장의 수요에 알맞게 활용하면, 저출산·고령화의 심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문제와 동포들의 민족공동체 발전 및 해외 한민족공동체 발전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다.

요컨대 모든 재외동포에게 재외동포(F-4) 체류자격을 부여하는 성공적인 재외동포법의 시행을 위해서는 현행 방문취업제의 규제가 대폭 완화되어야 한다. 21세기 다문화시대의 한국사회가 사회통합을 이루려면, 선진국의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한 참정권 등의 ‘재외국민정책’에만 올인하지 말고, 명실상부한 재외동포정책이 실시되어야 하며, 외국국적동포에 대한 차별과 선입견을 버리고 그들을 다문화 사회의 ‘사회구성원’으로 수용해야 한다. 궁극적으로 중국을 비롯한 모든 재외동포들에게 고국을 자유왕래하고 합법적 취업이 가능한 정책이 실시되어야 한다. 이 또한 다민족·다문화 사회로 발전하는 한국사회의 당연한 책무이며 시대적 대세이다.

* 본문은 지난주 이주동포연구소에서 진행된 “중국 및 일반동포의 사례: 월례 토론회”의 발표·토론을 요약·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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