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여성노동자의 출산과 양육을 보는 정부의 시각에는 이주노동자의 장점만을 수용하려는 감탄고토식의 기본 인식이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정부는 모성보호 정책에 있어 한국인과 외국인을 분리한 채 이주여성의 모성보호에 관한 별다른 준비 없이 고용허가제 시행 9개월째를 맞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동포 오영진씨(가명)는 작년에 한국에서 첫출산을 경험했다. 그녀는 요즘 10개월이 된 어린 딸을 중국에 보낼 생각에 걱정이 크다.

 

 그녀는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했을 때도 병원비로 100만원이 훨씬 넘는 돈이 들었다”면서“아기 때는 엄마가 있어야 하지만 탁아소 비용에 드는 큰 돈을 부담하기 어려워 고향에 있는 부모님께 아이를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최근 10년 사이 한국에 진출하는 이주여성노동자들의 수가 꾸준히 늘면서 한국 내에서 출산과 양육을 하는 이주여성의 수도 크게 증가했다. 하지만 이들에게 한국에서의 자녀 출산과 가정 형성 모험과 희생을 각오해야 할 힘든 과정이다.

이주여성들이 출산과 양육의 과정에서 걱정하는 무엇보다 병원 이용에 드는 높은 비용인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노동자에는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직장이 있는 사람들 역시 이들을 고용하는 고용주가 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의료혜택을 받을 방법이 없다. 의료보험을 적용 받지 못한 이주여성들은 출산의 과정에서 한국인의 2배에 달하는 병원비를 부담해야하며, 아이를 키우는 중에도 여러 어려움을 겪는다.

 

 이주여성노동자들은 평균적으로 3D업종으로 분류되는 분야에서 일하고 있으며 이들 중에는 임신 했을 경우 사실을 숨기고 일하다가 유산이나 조산을 하거나 일자리를 잃을 것을 염려해 중절수술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현 모성보호법에 따르면 출산과 관련해 여성은 90일의 보호휴가를 받을 수 있으며 휴가 중 최초 60일 동안 급여를 받을 수 있다. 또 연장근로가 금지되는 한편사업주는 근로자의 요구에 따라 비교적 쉬운 종류의 일을 하게 하여 여성노동자들의 건강을 보호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외국인 여성들의 경우 합법 체류자라고 하더라도 이러한 혜택을 누릴 수 없다. 고용허가제 안에서는 3개월을 쉬면 사업주가 근로자를 해고 할 수 있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고용허가제와 모성보호법이라는 두 제도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대목이다. 합법으로 한국에 들어오는 외국인조차도 자녀의 출산과 양육에 있어 제대로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김영임 원장은 “정부는 국내 여성의 문제를 다룰 뿐이다”면서 “이주노동자의 자녀가 의료혜택을 보장 받고 안정적으로 교육받을 수 있는 방법이 강구돼야 한다”고 밝혔다.

실제 노동부에 확인한 결과 현재 이주여성노동자를 따로 염두에 둔 모성보호정책은 마련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2001년 교육인적자원부는 ‘불법체류 외국이노동자 자녀의 교육권을 보장’지침에 따라 미등록노동자의 자녀도 의무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하였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이주노동자의 자녀에게는 정식 학생이 아닌 청강생의 자격이 주어진다. 정부는 이들이 한국에서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나온다고 하더라도 학력이 아닌 수료증을 부여하는 것이다.

 

 한국 국민에게 적용되는 보육료 지원 정책에서도 외국인들은 제외되어 있다. 안산외국인센터의 김영임 원장은 “외국인들에게는 보육료 혜택이 없으며 이에 따라 이주여성 중에는 비싼 양육비를 감당하지 못해 아이들 본국으로 보내는 일이 드물지 않다”고 밝혔다.

 

 이주노동자에게는 노동자로서의 권리만 있을 뿐 국민이 누리는 권리에서는 철저히 배제돼 있다.

출산과 양육은 삶의 일부분이며 건강이 허락되는 상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또한 부모의 신분에 관계없이 자녀는 독립된 인격체로서 보호받고 발달할 권리가 있다.

 유엔에서 정한 국제아동권리협약은 아이들이 생존에 필요한 기본적인 의료서비스를 받고, 안정적인 환경에서 교육과 문화활동을 경험하며 자기계발을 실현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이에 비추어 출산과 양육에 있어 한국인 노동자와 외국인 노동자는 동등한 대접을 받아야 함에도 정부 정책은 이러한 인식을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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