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스페인어과 최여진

[서울=동북아신문]2006년도부터 2007년도 까지 KBS에서 ‘열아홉 순정’이라는 일일드라마가 방영되었다. 당시 이 드라마는 43.2%라는 높은 시청률로 큰 인기를 끌었다. 드라마는 연변에서 살고 있던 조선족 처녀 양국화가 경제적 이유로 한국으로 시집을 오면서 시작된다. 흔히들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고 하는데 그만큼 조선족처녀들이 우리나라로 시집오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요즘 인기리에 방영되는 MBC ‘위대한 탄생’에 출연중인 백청강도 연변 출신으로 아버지가 돈을 벌기 위해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온다. 

  이렇듯 조선족들은 개혁 개방이후 연변을 떠나 중국 내 다른 도시, 또는 국외로 이동하고 있다. 2008년, 국외로 이동한 자는 대략 60만명으로 이 중 한국으로 온 사람만 40만명 이상이다. 기타 중국 내 다른 도시로 55~60만명쯤 이동했으니 조선족 192만명중에서 120만명이 연변을 떠났던 것이다. 단적으로 2007년 조선족자치주에서 조선족의 비율은 36.75%였고 이는 자치주 내에 남아있는 조선족이 그만큼 적다는 말이다. 이처럼 조선족이 활발히 이동하게 되면서 조선족사회는 다양한 변화를 맞이하게 되었다. 

 우선, 자치주 내의 조선족의 비율이 점점 줄어들면서 조선족학교의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2007년까지 흑룡강성 내의 조선족학교의 80%이상의 학교가 폐교되었다. 그동안 조선족학교는 민족교육과 아이들의 정체성 확립, 언어학습 등의 역할을 담당해왔다. 하지만 수요가 줄어들면서 그 수가 감소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족학교 수가 줄어드는 문제는 단순한 폐교와 일자리 수의 감소가 아니라 자라나는 조선족 학생들의 민족교육의 터전이 줄어든다는 데에 있다. 우리말을 할 수 있는 조선족 수가 줄어들고 그저 단순히 중국 국민이라는 정체성을 가진 조선족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현상의 원인은 단순히 조선족 수의 감소만이 아니다. 한족학교로 진학하는 학생들이 증가하는 것도 중요한 원인 중 하나이다. 삶의 터전을 중국으로 삼고 있는 조선족들이 한족사회 진입에 더 용이하도록 자녀들을 한족학교에 보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한다. 정체성보다 현실적인 이익을 생각했을 때 한족 학교를 다니는 것이 자녀들의 미래에 도움이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두 번째 현상은 한국 의존도가 높다는 것이다. 한국으로 건너와 한국에서 일을 하고 있는 사람과 한국 사람과 결혼 하는 사람의 수가 점점 늘어나고 중국 본토에서도 한국계 기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사람의 비율이 많다고 한다. 이는 개혁개방과 한중수교가 이루어졌기 때문에 가능해진 일이며 경제적 이유로 조선족이 이동하게 되면서 생긴 현상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조선족이 한국사회로 유입 될수록 한국사회에서의 조선족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이들이 과연 동포인가 외국인인가 하는 문제이다. 실제로 현재 한국 사람들에게 조선족은 중국인과 동포 사이의 애매한 존재로 인식되어있다. 또한 다문화 정책이나 재한외국인 문제에서도 조선족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세 번째는 조선족의 한족 동화이다. 조선족이 연변자치주를 벗어나 여러 도시로 진출하면서 한족과의 결혼 등으로 자연스럽게 한족사회에 동화되어갔다. 이는 조선족의 가치관의 변화도 원인이 될 수 있다. 과거에는 조선족은 대부분 조선족과 결혼을 했지만 지금은 신구세대를 막론하고 한족과의 결혼에 대해 자연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또한 조선족 자치주 내에도 많은 한족들이 유입되면서 한족과 조선족의 문화가 섞이고 있으며 이는 조선족의 문화가 한족에게 동화되어 자칫 조선족의 존속의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 

 이렇듯 인구인동은 조선족 사회에 직,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 조선족의 중국사회의 동화와 자치 주 내의 조선족 비율에 대한 문제는 조선족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한국사회에서도 고민해야할 문제인 것이다. 한국사회가 이들을 동포라고 여기고 이들의 문제를 우리의 문제로 인식해야하는 것이 우선일 것이다. 한국이 얼마만큼 그들의 문제에 고민하고 그들을 대우해주느냐에 따라 그들 스스로의 정체성을 한국과 같은 뿌리를 가진 민족으로 여기느냐 아니면 나날이 발전해가는 중국의 국민으로 생각하는 지의 여부가 달린 것이다.[추천인: 김범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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