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디자인연구소 김태현 기획실장

 

근래 한국담론 시장에서 국가재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국가재정에 대한 예리한 관심은 세계적인 흐름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과 ‘부자감세’ ‘막대한 재정적자’등이 강행되면서 국민의 불신을 키우고 있는데도 큰 원인이 있다. 또한 ‘복지논쟁’이 가열되면서 ‘보편적 복지’ 실현을 위한 재원 마련 차원에서 조세재정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지고 있기도 하다. 어쨌든 진보의 시각으로 재정분석을 시도하고 재정분석 개론서나 입문서들이 출간되기도 하면서 정책적 실무역량을 키우려는 노력들이 하나의 대오를 형성해가고 있다. <세금혁명>은 이러한 흐름의 연장선상에 있는 대중적 조세재정 분석서이자 제도개혁 제안서이다. 한국사회 조세재정의 문제점과 현실을 국제비교와 통계분석을 통해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나름의 조세재정 개혁방향을 다루는 정책제안서인 것이다. 따라서 집단적 조세저항을 선동하는 책이 아님은 물론 딱딱한 조세재정 교과서도 아닌 형식적으로는 저널리즘적 심층탐사 보고서에 가깝다.

저자 선대인 김광수경제연구소 부소장은 그 동안 부동산 전문가로서 한국 부동산시장의 기형성과 투기성을 폭로하고 부동산 버블 붕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위험한 경제학1,2>로 널리 알려진 스타성 인물이다. 따라서 그가 조세재정문제로 시야를 확대 심화시킨 것은 자연스러워 보인다. 전작과 같이 저널리즘적 탐사보고식 접근방식이나 선동적 용어사용도 크게 도드라지지 않는 그만의 문체적 특징이 되고 있다.

저자는 <프리라이더>에서 불법과 탈법 행위를 동원해 세금은 제대로 내지 않으면서 마치 동창회에서 회장과 총무를 맡아 회비를 지신들 좋은 일에만 흥청망청 써대는 특권층 무임승차자들(free-riders)의 정체와 행태를 고발한다. 세금은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국가로부터 제공받는 공공서비스에 대한 사용료이자 공동체를 위해 쓰는 공공자금으로 ‘제2의 소득’이라고 정의 한다. 그래서 정직하고 성실하게 세금을 내면 국가의 떳떳한 납세자로서 상응하는 권리를 누릴 수 있고 누려야 하는 것이 당위이고 원리라고 말한다.

그런데 세금을 잘 내는 사람이 바보 취급 받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인가라고 반문한다. 그것은 누군가는 정직하고 성실하게 내지만, 누군가는 그렇지 않고 무임승차자와 같은 이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그 누군가가 이 나라의 사회경제적 약자라면 ‘생활이 곤궁해서 그렇겠지’라고 이해 하지만, 그런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이 가장 돈 많고 힘세다는 사회 리더나 권력자들이라면 얘기가 다르다는 것이다. 저자의 문제의식과 분노, 치열한 탐구는 여기서 시작 된다.

지금까지 국가재정은 사실상 정부와 국회의원, 고위 공무원들이 독점 하는 권위주의 체제의 부속물로 여겨져 왔다. 진보개혁진영 역시 국가재정에 대한 종합적 인식을 갖지 못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국가재정의 구조, 제도, 규모, 운용방향, 전략, 집행방법 등에 대한 토론은 많지 않고, 예산심의 때도 전체 국가재정을 다루기보다는 선거에서 표와 관련된 복지 건설 분야에 관심을 표하는 수준에 머물러 왔다. 시민운동적 예산 감시운동이나 복지정책의 시야에서 바라보는 분석이 있기는 했다.

노무현 전대통령은 <진보의 미래>에서 “보수의 나라, 진보의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라고 묻고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듯 모든 정책은 재정으로 통한다.”고 답한다. 그리고 노대통령은 국가재정법을 재정하고 재정운용에 ‘전략’ 개념을 도입 하는 등 임기 내내 국가재정개혁에 큰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국가 재정은 총체적 인식과 전략적으로 제대로 다루어야 한다.

국가는 조세의 수입과 재정지출을 통해 자신이 추구하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려고 한다. 따라서 국가 재정은 국가정책이 담고 있는 목적지향적 성격을 있는 그대로 투명하게 보여주는 말 그대로 청사진이다. 이명박 정부가 아무리 서민을 위한다고 해도 부자감세가 단행 되고 4대강 정책이 강행되는 한 “강부자 토건정부” 비판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국가 재정은 사회공공적 인프라를 확충 하고, 소득재분배 기능을 하는 재정적 기반이다. 진보개혁세력이 복지 확대, 공공성 강화를 외친다면 그것의 현실화 여부는 궁극적으로 국가 재정의 확보 여부와 전략적으로 제때 적재적소에 제대로 집행할 의지가 있느냐 여부에 달려 있음을 잘 알 것이다.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소위 3무1반(무상급식, 무상보육, 무상의료, 반값 등록금)정책도 기본 철학의 차이를 반영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공공재정에 대한 판단의 차이가 깊이 내재되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국정운영을 책임지려는 세력이라면 국가재정에 대한 총체적 인식과 운영 전략을 가져야 한다. 한마디로 국가 재정을 알아야 국정이 보인다. 이제 진보개혁진영은 시대정신과 과제를 반영한 한국형 정의 공평사회시스템과 복지국가를 위한 총괄적인 재정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이는 뒤틀린 예산 흐름을 바로 잡고, 핵심적 전략사업은 어떤 것이 있으며, 이를 실행하기 위한 재원은 어떻게 확보 하고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내용을 포함할 것이다.

또한, 국가 재정의 수입 지출구조, 예산제도, 분야별 재원배분방식, 심의체계 개혁방향도 마련해야 한다. 전략적 개혁사업을 위한 ‘세입확보전략’과 재정 흐름을 바로잡는 ‘지출구조개혁’이 핵심이다. 이는 지금까지의 예산감시운동이나 참여예산운동의 관성을 뛰어넘는 일이다. 저자가 이 책 출간을 계기로 백만 ‘세금혁명당’을 조직해 체계적으로 학습하고 재정개혁 운동을 하는 일을 시작 했고, 초기 열기 또한 뜨거운 모양이다. 이런 움직임이 현실의 두꺼운 벽을 뚫고 지속가능한 운동으로 정착하고 소기를 성과를 낼지는 아직 미지수다. 예산과 재정과정은 그 자체가 첨예한 이해관계와 세력이 부딪치는 치열한 정치과정이기도 하다. 따라서 ‘세력’이 뒷받침되지 않는 조세재정운동은 실패할 확률이 높다.


‘세금혁명’ -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고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최선의 ‘돈’

<세금혁명>은 다섯 개의 장으로 구성 되어 있는 상당한 분량의 책임에도 국제사례, 통계비교 등이 다채롭게 펼쳐져 있어 흥미롭고 쉽게 읽힌다.

1장은 미국의 도서관 문화, 브라질의 빈곤퇴치 교육지원 정책인 보우사 파밀리아(Bolsa Familia), 핀란드 복지 실태 등의 사례를 소개하면서 세금을 제대로 사용했을 때 얼마나 많은 사람들의 삶을 고양시키고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지를 보여준다.

그리고 최근 논쟁이 된 서울시 의무급식 예산편성문제는
   
재정적 난제라기보다는 정치적 의지를 갖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일 뿐이라고 비판하고, 서울시 예산을 뜯어보면, 자본 지출의 90% 이상이 고정비용인 경직성 경비이거나 건설 토목사업 등 하드웨어 예산으로 문화, 교육, 복지 등 소프트웨어 예산은 전체 예산의 10%정도에 불과해 저소득층과 취약계층을 위한 복지서비스와 교육지원사업 등은 크게 위축되어 있다고 비판한다. 이러한 대형토건사업, 홍보용 예산편성, 턴키 입찰방식 등으로 예산을 탕진하는 것이 줄잡아 1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개발주의적 관성에 따라 세금을 헛되이 낭비하거나 비효율적으로 쓰는 것을 막고 진정 삶의 질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업자’들을 끼고 정책을 결정하는 행정시스템의 변화와 폭넓게 시민들의 여론과 사심 없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되는 구조가 형성되어야 한다고 한다. 특히 각 부처나 지자체가 요식행위처럼 펼치는 공청회를 지양하고 주요정책에 대해서 전문가 그룹과 시민이 함께 참여하는 ‘그랜드 타운미팅(Grand town meeting)’이나 ‘참여예산제’, ‘정책실명제’, ‘개방형 공무원 채용 평가방식’을 도입해 정착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2장은 한국교육 현실을 ‘다단계 돈 지르기 입시경쟁구조’로 진단하고 적절한 정책조합과 함께 세금을 제대로 쓸 때, 한국 교육의 근본 틀이 어떻게 바뀔 수 있는 지를 제언한다. 이 장은 5장과 더불어 저자의 핵심적 문제의식과 제도개혁 비전을 담고 있어서 매우 흥미로운 부분이다.

외환위기 이후 ‘승자독식구조’가 심화된 치열한 경쟁 속에서 외고, 과학고, 등 특수목적고와 자율형 사립고, 국제고 등이 확대 되어온 반면, 학교 교육은 계속 위기를 겪고 사교육 시장이 급팽창 한 것은 사실상 ‘판돈 올리기 사교육 게임’으로 결국은 최종적으로 고소득 계층만 감당할 수 있는 비싼 등록금의 사립학교와 사교육 시장이 판을 치게 될 것이라고 말한다. 사회 전체적으로 보면, 누군가는 결과적으로 명문대에 가니, 가능한 한 돈을 들이지 않고 적성별, 능력별로 학생들을 잘 가르치고 선발할 수 있는 교육정책을 만들어야지, 특목고니, 영재고니 국제중이니 하는 ‘소모적인 돈 지르기 다단계 게임’을 개입 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엉터리 교육정책을 남발함으로써 경제 전체적으로 매우 큰 비효율과 낭비를 초래하고 가계에 과중한 사교육비 부담을 줄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을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학교 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대부분의 국가들처럼 공립학교를 늘리고 역할을 대폭 강화하는 대서 시작하고, 무엇보다 학교당 학생 수 및 교원1인당 학생 수를 줄이는 것이 필요한데, 공교육에 대한 재정확충이 한국 교육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필수적인 선결과제임을 역설한다.

다음으로 대학 교육의 현실 문제인 대학등록금 수준과 교육 재정을 분석한다. 지난 수십 년간 한국 대학등록금 상승률은 국내 물가나 가처분 소득 상승률 보다 훨씬 빠르게 올랐을 뿐아니라 미국 사립대나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너무 지나칠 정도로 급상승을 했다는 것을 다양한 통계와 그래프를 통해 보여준다. 미국, 일본, OECD 국가들과 대학 등록금을 비교해보면 실질적으로 가장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한국의 사립대는 학벌서열구조에 안주하면서 등록금 장사에 매달리고, 하버드대나 일본의 게이오대와 달리 대학재정을 지나치게 등록금 수입에 의존하는 기형적인 재정구조를 보이고 있으며, 과도한 적립금 비축으로 직간접적인 부동산 투기에까지 가담하고 있는 현실이라고 개탄한다.

이렇듯 왜곡된 고등교육 시스템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상대적으로 위축된 국공립대학 인프라를 대폭 확충하고 질적 개선을 획기적으로 하되, 수도권과 지방간 양극화 해소와 균형발전을 위해 그 재원의 대부분을 지방 국공립대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지방 국공립대의 등록금을 수도권 사립대의 3분의 1 수준 이하로 떨어뜨리는 한편 양질의 교원 확충과 교육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산학연 협력 클러스터 구조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학벌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서울대’라는 이름 대신 ‘한국1대학’, ‘한국2대학’, ‘한국3대학’ 하는 식으로 국공립대의 명칭과 학제를 전반적으로 통합하고 다양한 인센티브를 통해 교수들의 순환근무를 활성화 한다면, 학벌 구조의 폐해를 희석하고 지방 국공립대의 사회적 선호도를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것이다.

2009년 현재 26개 국공립 대학에 재학 중인 대학생 수는 26만 명으로 이들 모두의 등록금을 무상으로 해준다면 1년에 필요한 예산은 1조 5600억 원 정도인데, 장기적으로 국공립대 재학생 비율을 현재보다 두 배 가량 올리고, 고교 공립학교 비율도 현행 54% 수준에서 80% 수준까지 확대하는 등 교육투자를 적극적으로 늘리더라도 10조 정도면 전면 무상 교육이 가능하다고 본다. 그래서 제대로 된 조세재정구조개혁을 통해 세입과 세출 양쪽에서 50조씩 100조원의 추가 재원을 확보 한다면, 이 정도 투자를 굳이 못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연간 사교육비로 30조원에 육박하는 비용을 가계가 부담하고 있는데, 공교육 재원으로 10조 원 가량 써서 공교육 내실화를 통해 사교육비 부담을 10조원 이상 줄일 수 있다면 충분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다음 대선은 교육문제가 정책대결의 한 가운데 위치할 가능성이 높고, 이에 대한 제대로 된 해법을 내놓는 사람이 국민적 공감을 얻을 것이라는 분석이 설득력 있게 들리는 가운데, 저자가 주장하는 이 같은 해법을 어떤 후보가 받고 국민적 공감을 얻을 것인지는 미지수다.

3장은 저출산 고령화의 거대한 쓰나미가 몰려오는데, 이에 대한 체계적인 준비 없이 오히려 천문학적인 공공부채를 불과 3년 만에 일의켜 ‘망국적 부채 공화국’의 반열에 올랐음을 보여준다. 이명박 정부 들어 공공부채의 증가 추세가 두 배 이상 빨라져 2008년 965조이던 공공부문 부채가 2010년 9월 1376조원으로 2년도 안되는 기간에 무려 411조원이 급증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부의 막대한 공공부채를 공식 국가채무로 잡히지 않도록 하는 소위 분식회계수법을 폭로한다. 예를 들면 정부재정사업으로 해야 할 것을 수자원공사나 주택공사 등 공기업에 떠넘겨 진행하거나, 불요불급한 SOC 사업을 민자 사업으로 돌려 사실상 할부구매 하는 편법을 사용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또, 일률적으로 판단할 문제는 아니지만 ‘공기업 선진화’라는 명분아래 공기업을 민영화 한다든지 국가기간 시설을 비롯한 국가 재산을 팔아먹는 방식을 활용하기도 한다고 한다.

4장은 20대 청년 세대의 열악한 사회경제적 조건을 분석하고 출산율이 세계188개국 중 186위인 기괴한 현실과 인구 감소로 인한 생산경제 위축, 복지지출 증가, 자산시장 충격 등을 설명한다.

미래에 대한 희망조차 가질 수 없는 ‘6무(일자리, 소득, 집, 사랑과 결혼, 아기, 희망) 세대’인 20대 청년세대는 부모세대들이 도저히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창의적이고, 인터넷 환경이 공기처럼 편안한 디지털 세대이며, 글로벌 시대의 감수성과 경험을 가진 세대로, 지금 한국이 해야 할 선택은 시대착오적인 토건개발경제를 끝내고 이들이 마음껏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지식정보화 시대, 창의경제 시대에 걸맞은 환경을 조성해 주어 이들의 말랑말랑한 두뇌에 투자하는 것이라고 한다.

인구 감소로 인한 생산경제 위축, 복지지출 증가,
   

자산시장 충격 등, 저출산 고령화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관련 재정 지출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하기보다는 전방위적으로 대처하면서 그 같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현재 한국의 저출산 문제는 높은 주택가격, 높은 보육비 및 교육비, 양질의 일자리 부족 및 직업 안정성 저하, 세계 최장의 근로시간 등 과로체제, 취약하기 짝이 없는 사회복지 인프라, 남성우월주의적 사회문화 등 매우 복합적인 요인들이 총체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문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높은 주택 가격을 하향 안정화하고, 교육비 부담을 획기적으로 줄이며 과로체제를 해소하는 등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본다. 각종 사회경제적 제도와 시스템을 잘 디자인 하면 큰 재원을 들이지 않고도 얼마든지 저출산 문제를 해결가능 하고, 현재 4% 정도 수준에 불과한 공공임대 주택 재고를 OECD 국가들 수준인 10~35%까지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도 저출산 고령화 문제의 한 해법이라고 제시한다.

또한 젊은이들도 현실정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목소리를 내고, 청년층이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당부한다. “88만원 세대가 88% 투표하면 세상은 88% 개선된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의 핵심적인 주장에 해당하는 5장은 지금까지 개발연대 때 구축된 시대착오적인 조세 구조와 재정지출 구조를 개혁한다면 양쪽에서 50조원씩, 100조원의 추가 재정 여력을 중장기적으로 확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이른바 50/50전략의 실현을 위한 솔루션 20가지를 제시한다.

1)망국적 토건 개발 포퓰리즘을 끝내자.
정치적으로 이용해온 망국적인 개발 포퓰리즘을 종식시키고 정부와 지자체의 빚 부담을 늘리면서 무리하게 펼쳐온 토건사업을 대폭 줄여야 하며, 대신 시대변화에 걸맞게 문화, 교육, 복지 등 소프트웨어형 예산을 대폭 늘려야 한다. 2011년 기준으로 중앙정부 예산 310조원에 정부의 지방 교부금과 국고보조금을 제외한 지자체 예산 90조원을 합하면 400조원 규모다. 이 가운데 직접적인 SOC 예산 뿐 만아니라 전 부처와 지자체에 퍼져있는 하드웨어형 토건사업 예산은 25%에 이르는 100조 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하드웨어형 토건사업 예산 100조원 가운데 30% 가량은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해야 한다.

2) 국토해양부를 해체하고 LH공사의 역할을 조정해야 한다.
예산 문제 차원 뿐 만아니라 정부시스템 개혁 차원에서도 국토해양부를 해체 하거나 대규모 축소하고 산하 개발 공기업들을 구조개혁 해야 한다. 건설족 공무원들의 밥그릇과 정치인들 ‘검은 돈’의 원천인 각종 낭비성 토건 사업을 남발하고 대한민국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족’의 총본산인 국토해양부를 잘게 쪼개 정부 부처에서 차지하는 위상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특히 주택정책은 보건복지부 산하에 공공주택청을 설치해 주거복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공공임대주택, 전세주택을 건설해 나가야 한다. 지금처럼 건설업계의 배를 불려주는 분양용, 매매용 주택사업은 중단하고 민간에 넘겨야 한다.

LH공사는 각 지자체 산하 개발 공기업들과 중복되는 기능과 역할을 줄이고 국토의 전반적인 종합개발과 향후 주택정책 방향에 맞는 사업에 집중해야 한다. 민간의 공급이 크게 부족한 공공임대주택, 전세주택의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려 주택가격을 안정시키고 서민주거안정을 도모하는 당초의 설립 취지에 부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3)‘교통시설 특별회계’를 폐지해야 한다.
2010년 일반회계와 특별회계를 합한 본예산 255조 3천억 원 가운데 특별회계 예산은 54조원 정도다. 이 가운데 계정규모가 가장 큰 것이 교특회계다. 교특회계는 불요불급한 토건 예산이 남발되는 제도적 장치로 전락하고 말았다. 교통세는 일반세로 전환하고 교특회계 또한 전면 폐지하는 것이 맞다. 교특회계를 폐지해 일반회계에 통합한 뒤 일반회계의 예산 배분 우선순위에 따라 적절한 SOC 예산을 편성해 쓰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4)에너지환경세는 살리고 교통세는 없애라.
교특회계의 자금줄인 교통세를 폐지하고 일반세로 통합하는 게 바람직하다. 교통세를 폐지해 서민들의 기름값 부담을 낮춰 주되 일부만 에너지환경세로 남기는 것이 합리적인 조정방안이다.

5)토건형 특별회계와 국민주택기금을 손질하라.
현재 특별회계는 모두 16개, 기금은 63개에 이른다. 참여정부는 당초 79개에 이르던 특별회계와 기금을 47개로 통폐합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당시 22개였던 특별회계를 6개만 남기고 10개는 폐지하고 나머지는 다른 특별회계나 기금과 통합하는 과감한 개혁방안을 제시하기도 했으나 실현되지 못했다. 중앙정부 특별회계의 대부분이 토건 개발사업에 쓰이고 있다.

6)시장 가격을 조사해 원가산정 기준으로 삼는 ‘실적공사비 적산제도’를 도입해야 예산 거품을 뺄 수 있다.
일본의 경우 이 방식을 도입한 1993년 이후 건설단가가 30% 이상이 떨어졌다. 실적공사비 적산제도를 도입해 예산 거품을 완전히 뺀다면 중앙정부 및 지방정부, 산하 사업소 및 공공기관발주 공사 예산을 30% 가량 절감할 수 있다.

7)턴키(turn-key), 대안, 민자 사업방식의 남발을 막고 경쟁입찰제를 확대해야 한다.

8)개발이익을 공공이 최대한 흡수해 저렴한 장기임대주택, 전세주택을 지어 공급해야 하고, 국민주택기금 등 예산을 동원해 공공임대 주택사업을 절반 이하의 가격에 할 수 있다.

9)건설 산업 전반의 구조개혁이 필요하다.
공공임대주택사업 등 공공발주 공사는 CM(construction management:건설사업관리회사)회사가 건설공사 전반을 관리하고 공사 전반을 책임지는 ‘CM at full risk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단, 토지보상, 감정평가, 감리제도, 금융기관 공사보증제도, 하도급 구조, 건설업역 제도 등 건설 산업 전반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10)제2의 국세청인, 소득조사청을 만들자.
국세청은 기존 징세 업무에 더해 소득파악 및 세원 투명성 확보, 탈세 추적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인력과 조직,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국세청과 긴밀한 업무관계를 갖되 가칭 ‘소득조사청’ 같은 사실상 제2의 국세청을 만드는 것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

11)비과세 및 감면 혜택을 일괄 정리하라.

12)특별위원회인 예결위를 상임위로 전환하고, 예산정책처도 전문 인력을 확충 체제와 진용을 충분히 갖춰 위상을 높여라.

13)감사원을 국회로 이관하라.


14)청와대에 한국판 관리예산처(OMB: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를 신설하라.
청와대 조직 안에 미국 연방 및 지방정부의 백악관 관리예산처(Office of Management and Budget, OMB) 같은 조직을 신설할 필요가 있다.

15)중복 사업을 피하고 정부 시스템부터 개혁하라.
중앙부처들이 ‘밥그릇’ 챙기기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실시하는 중복사업을 피하고 사업 추진기관을 관련 부처가 공동 구축해 해당사업을 추진하는 시스템부터 개혁하라.

16)시대착오적인 공기업 개혁: 책상을 치워라(Clear the Desk)
정부산하 공기업 가운데 이미 시대적 소명을 다했거나 당초 설정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하지 못하고 있는 경우 과감히 해체 하거나 시대에 걸맞는 역할로 전환해야 한다.

17)공무원 월급 현실화해야 ‘철밥통’이 깨진다.
공무원들이 지신들의 ‘미래 직장’을 염두에 두고 비리를 저지르는 것과 방만한 공기업 구조를 유지 하면서 불필요한 예산을 배정하는 행태를 차단하기 위해, 고위 공무원을 중심으로 봉급을 대기업 임원 수준으로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

18)지자체에 더 많은 과세권 및 예산을 배분하라.

19)미국 수준의 예산 정보를 공개하고 주민 참여를 유도하라.

20)납세자 소송법(중앙정부나 지자체의 예산 오남용과 불법적인 예산사용에 국민이 직접 소송을 제기 해당 예산을 중단시키거나 낭비된 예산을 환수하도록 하는 법)을 도입하라.

저자는 마지막으로 조세정의를 바로 세우고 재정지출 구조개혁을 단행돼 연관된 사회경제적 개혁이 이뤄진 ‘또 다른 세상’을 살아가는 ‘즐거운 상상놀이’를 해보자고 제안한다. 이러한 시도가 현실의 두터운 벽을 넘을 수 있을 지, 반응 없는 메아리에 그칠지는 독자의 판단과 사회적 결단에 맡겨져 있다. 읽고 토론해 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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