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송 박사

[서울=동북아신문]장기간 중국에서 생활해온 중국동포들이 한국생활에서 흔히 사용하는 한국어 어폐가 있다. 이는 한국인들의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 십상이며, 같은 한민족임에도 불구하고 ‘다름’의 차이를 부각시키면서 상호지간의 언어·문화적 위화감(違和感)을 더욱 깊게 한다. 재한중국동포들이 중국에서 스스럼없이 사용해온 조선어가 한국어 ‘어폐’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는 조선어가 북한 표준어와 지방방언, 중국어 영향을 장기간 받아온 데서 기인된다.

  평소 중국동포들이 자주 사용하는 ‘일없다’는 한국인들이 가장 난해해하고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말이다. 한국어로 ‘괜찮다’를 사용하면 정확한 표현이다. 중국동포들에게 일상화된 ‘일없다’는 북한에서 흔히 쓰는 말이지만, 한국인들이 굉장히 거부감을 느끼는 생활용어이다. ‘일없다’와 ‘괜찮다’는 현재 남북한과 조선족사회에서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생활용어로, 전형적 남북한의 언어 차이이다. 불필요한 오해를 줄이려면, 중국동포들은 중국과 북한에서 상용화된 ‘일없다’를 한국에서는 ‘괜찮다’로 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중국동포들이 흔히 말하는 “교수로 사업한다”는 한국어 어폐가 된다. 조선어에서 사업은 ‘일하다’라는 뜻으로 광의적으로 사용되지만, 한국어에서 사업(事業)은 “어떤 일을 일정한 목적과 계획을 가지고 짜임새 있게 경영 또는 그 일”이라는 의미로 쓰인다. 이 경우 ‘사업’보다 ‘근무하다’가 더 적절한 표현이 된다. 조선어와 한국어가 구별되는 생활용어로 ‘...질’을 들 수 있다. 한국어에서 ‘...질’은 도적질·화냥질 등으로 나쁜 의미로 사용된다. 중국동포들이 자주 쓰는 선생질·가이드질 등 표현은 어폐가 있는 말로 삼가야 한다.

  ‘전화를 치다’는 중국어 영향을 깊게 받은 중국동포들이 자주 말하는 생활언어이다. 이는 한국어 어폐가 되며, 한국인들은 ‘전화를 치면 고장난다’고 웃음으로 받아넘긴다. 한국어로 ‘연락드리다’, ‘전화하다’ 등이 올바른 표현이다. 또한 중국어에서 기인된 ‘공작(工作)·공자(工資)’ 등은 상당한 어폐가 되며, 한국인들의 큰 오해를 살 수 있다. 한국어에서 ‘공작(工作)’은 “어떤 목적을 위하여 미리 일을 꾸민다”는 뜻으로, 정치공작·간첩공작 등의 나쁜 의미로 주로 쓰인다. 또한 ‘공자(工資)’는 ‘월급’으로 말하는 것이 정확하다.  

  경어 ‘···시’는 타인에게 써야 마땅하지만, 적지 않은 중국동포들은 자신에게 사용한다. 예컨대 ‘존경하시는 ***’은 어폐가 있는 말로, 정확한 표현은 ‘존경하는 ***’이다. 한국어에는 경어와 겸손어가 명확하다. ‘씨·분·님’에 대한 적절한 사용은 한국인들이 언어수양과 자질을 거론하는 잣대가 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현재 중국동포들이 별로 사용하지 않는 ‘저희’의 한국어 의미는 “우리의 낮춤말”로 자주 쓰인다. 정확한 언어사용은 문화적 이질감을 줄이고, 동포·겨레로서의 문화적 차이와 심리적 거리감을 줄일 수 있다.   

  평소 한국인들이 자주 사용하는 한국어 ‘맛있다’는 말은 조선어의 ‘음식이 맛있다’는 의미 외에도 ‘맛있는 이야기’, ‘맛있게 자다’ 등으로 한국인들이 즐겨 사용한다. 이러한 언어 차이는 한중 양국의 생활문화 차이에서 기인되는 것으로, 언어의 뜻은 비슷하면서도 뉘앙스(미묘한 차이)를 갖고 있다. 물론 중국에서는 ‘북한식’ 언어와 ‘중국식’ 조선어를 사용하면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지만, 현재 남북이 분단되어 있고, 상이한 문화와 이념 및 언어 차이가 있는 한반도에서 국가 호칭 등은 자칫 ‘민감한 문제’로 야기될 수도 있다.    

  장기간 미국문화의 영향을 많이 받아왔고, 영어가 생활용어로 일상화된 한국에서는 스트레스·츄리닝·스마일·파티 등과 같이 ‘한국식’ 영어 표현이 매우 많다. 이는 재한중국동포들에게 한국인과의 대화 및 일상생활에 불편과 곤혹을 가져다준다. 그러나 일상생활에서의 오해를 줄이고 한국인과의 원활한 소통을 위해서는 상용화된 ‘한국식’ 영어를 배우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중국에 진출한 한국인들이 간단한 중국어 생활용어를 장악하면, 중국인과의 교류가 쉽고 중국문화 이해에 큰 도움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장기간의 분단으로 남북한은 엄연한 언어 차이를 갖고 있다. 남북통일 후에도 상이한 생활용어로 상당한 후유증을 치르게 될 것이다. 한편 남북한 언어와 중국어 영향을 동시에 받아온 조선어는 한국어와 ‘적지 않은’ 차이와 구별이 있다. 이는 한국체류 조선족들에게 불필요한 오해와 문화적 차이를 부각시키면서 위화감을 유발한다. 따라서 한국인들과 어울려 살아가야 하는 재한중국동포들에게 있어 ‘올바른 한국어’ 사용은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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