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부천시원미구춘의동 김춘식 글

 [서울=동북아신문]지난 가을의 어느날 오후 아내와 함께 심심풀이삼아 콩이삭주으러 나간적 있다.  한꼬투리 한꼬투리 이삭줏는일이 보기에는 별로  힘들어보이지 않지만 결코 그런게 아니였다.겨우 한나절을 줏고 돌아왔는데 저녁을 먹고나니 얼마나 고달프고 힘든지 늘하던 저녁산보도 나가지 못하고 저녁술놓기 바쁘게 졸다가  여섯시반이 못되여 자리에 드러누운것이 아예 잠들어버렸다. 그래서 곯아떨어진것이 꼬박 일곱시간을 쭉 자다가 새벽두시쯤에야 깨여났다.그다음부터는 또 허리가 얼마나 아파오는지 허리디스코나 다시 도지지 않았나하여 걱정하며 이리뒤척 저리뒤척하였다.

나는 콩이삭줏기가 얼마나 힘든일인가 절실히 체험하였다.그제야 나는 그날 콩밭에서 이삭줏는 할머니들이 밭이랑에서 기다싶이 하면서 엎드려 콩알을 줏는 원인을 알았다.우리처럼 서서 허리를 구부렸다폈다하면서  콩꼬투리를 주으면 이삭은 좀더 많이 줏겠으나 필경은 너무 힘들어 그들로서는 더 견딜수 없었으니  콩싣걱질을 하느라 콩알이 많이 튀여떨어진 자리들을 찾아 아예 퍼드려 앉거나 엎드려 콩알을 줏는것이였다.

그러고 보니 전에 안해가 이삭주으러 다닐 때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하는것을 새삼스레 느끼며 그것을 리해해주지 못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나는 전에 안해가 이삭주으러 다닐 때 그저 그가 심심해서 그렇고 일욕심이 많아서 그렇거니 생각하며 언제 한번 수고한다고 말해준적이 없으며 힘들테니 쉬라고 만류한적이 없었다.때론 당신이 요즘 하는 일 없이 집에서 노니 그렇게 좀 하는것도 응당한 일이라고 례사롭게 생각했다 언제 한번 안해가 얼마나 힘들고 고단하겠는가 하는것을 생각지 않았다.그러니 때때로 안해가 이 인정머리 없는 남편의 처사에 얼마나 섭섭하고 고깝게 생각했으랴?

티끌모아 태산이라는 함의를 이삭을 주어면서 한층 깊게 느끼게된다 .한알두알,한꼬투리두꼬투리,한이삭두이삭 주어모으는 이삭이지만 시간이 가고 날이 감에 따라 그 량이 눈에 확 뜨이게 불어간다.요몇해를 보면 앞집할머니는 그 주어온 콩이 해마다 백근이 넘도는데 그것은 그가 매일 대여섯근씩 예닐곱근씩 주어모은것이다 비록 매일 주어오는 량은 보잘것없지만 시간이 감에 따라 그 량이 푹푹 는것이다. 그 할머니의 말에 따르면 그는 이 십여년간 해마다 콩을 사는법이 없이 이삭주은 콩으로 일년내내 두부를 바꿔먹고도 남는단다.비록 이삭줏는일이 보기와 달리 몹시 힘들고 고달프지만 날마다 불어나는것을 보는 재미에 전날밤 사지가 아프고 허리가 아파 끙끙 앓던것도 무릅쓰고 이튿날아침이면 또 나간다는것이다 만일 하루만 안나가도 이삭이 눈에 삼삼해서 꼭 마치 무엇을 잃은듯 허전한감이 든다는것이다.

 이삭이란것은 한알한알 주어야하고 한꼬투리한꼬투리 주어담아야 하며 한이삭한이삭 주어야 하는데 이삭주이에서 큰것을 탐내는것은 금물이다.필경 농사군이 제가 힘들게 지은 곡식을 허투루 버리지 않을것인바  이삭을 조금조금씩 주어서 보탤줄 알아야하며 작은것이 모여서 큰것이 되고 적은것이 모여서 많은것이 됨을 알아야한다.이삭이 없거나 적다고 이곳저곳 마구 헤매다가는 아무것도 줏지 못한다.반드시 인내성있게 한이랑한이랑 한바닥한바닥 한뙈기한뙈기씩 훑고나가야만 많은 량의 이삭을 주을수 있다. .바로 우리가 외국어를 배울 때 한번에 외국어독본 한권을 삼키려 하기보다 매일 일정한 량의 단어를 암기하고  몇개의 문법을 장악하면서  꾸준이 견지하면 멀지 않아 외국어실력이 눈에 띄이게 늘어나는것과 같은 도리이다.

그러나저러나 이번에 콩이삭줏는 일을 통해서 나는 한차례 특수한 인생수업을 하게 되였으며 따라서 전에 느껴보지 못했던 많은 인생도리를 깨닫게 되였다.<<인생살이>>란 참으로 무궁무진한 함의를 갖고있는것일진대 내가 그걸 하나하나 터득하기 위해서는 또 얼마나 많은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할까! (김춘식 이메일:jinchunzhi200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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