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신사유람단 미국방문기 9- 김두수(사회디자인연구소 상임이사)

토요일, 첫 주말이다. 호텔에서 아침을 여유 있게 먹고, 걸어서 독립기념관까지 갔다. 가는 길에 희미한 글씨로 안내된 팻말을 보았다. 첫 공화당전당대회가 열린 회관이라는 것이다. 미국 공화당이 결성되고 뽑힌 첫 대통령이 ‘링컨’이니, 이곳에서 ‘링컨’이 대통령후보가 되었을 수도 있으리라 짐작해보았다. 하지만, 아주 낡은 회관으로 방치되어있을 뿐이었다.

   
필라델피아 시가지에 있는 벽화들

필라델피아의 구도심에는 벽화가 많다. 아주 오래된 도시라서 철거된 옆 건물의 벽면을 그대로 두면, 미관상 좋지 않으니, 시청에서 문화예술측면에서 지원해서 아름다운 벽화로 바꾸어놓은 것 같았다.

   

필라델피아의 구도심에는 벽화가 많다. 아주 오래된 도시라서 철거된 옆 건물의 벽면을 그대로 두면, 미관상 좋지 않으니, 시청에서 문화예술측면에서 지원해서 아름다운 벽화로 바꾸어놓은 것 같았다.

 

벽화 그 앞에서 마침 벼룩시장을 하고 있었다. 이사를 가게 되어서 처분하는 것이라고 한다. 오랜 벼룩시장의 경험에서 나오는 것을 발견했다. 각 물건에 노란색, 파란색 빨간색 3가지를 붙여놓았다. 그리고 벽에는 노란색 2$, 파란색 4$, 빨간색 10$라고 안내가 되어 있었다. 이것 얼마냐고 일일이 물어보지도 않고, 가격을 알 수 있게 해 놓은 것이다. 미국인의 실용성을 보는 것 같았다. 통역을 맡은 황선생님이 간단한 여행자가방으로 검은색 가죽가방을 쌌다. 4$를 주고 샀는데, 한국제인 트래벌 상표가 붙어있었다. 내가 더위로 윗자켓을 들고 다니다가 황선생님이 선물로 그 가방을 주셨다. 참 고마운 일이었다.
독립기념관까지 20분 정도 걸어가니 방문자 센터에 도착했다. 각지에서 온 사람들로 붐볐다.

   
 

독립기념관 방문자센터 안 복도1776년대의 복장으로 분위기를 연출하는 자원봉사자들이 있었는데, 이들의 역할은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호기심을 가지게 만드는 것 같았다. 우리는 영상관에 들어가서 30분짜리 무료홍보영상을 보았다. 영상의 내용은 독립선언의 주역들이 살아나서 당시의 필라델피아에 모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현대적 입장에서 미국독립의 의미를 알아보는 내용이었다. 독립선언서에 최종 사인을 하는 과정에서 주고받은 대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다.
   
수리중인 'Independence Hall'

독립기념관 홀에 들어가려면 예약이 오후 5시가 되어야 한다고 알려주어서 우리는 포기했다. 외국에서 온 특별손님이라고 협상을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그 옆에 있는 ‘자유의 종’에 가보려고 했으나, 관람객 줄이 200m가 넘었다.
   
 
자유의종 앞쪽 뜰다행이도 건물의 유리창을 통해서 ‘자유의 종’을 볼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내부에는 들어가지 않고, 밖에서 구경하는 것으로 만족했다. 우리는 우리들 식으로 관람했다.

   
 
유리창으로 본 '자유의 종'햇볕은 내리쬐고, 건물밖에 날씨는 너무 더웠다. 그래서 ‘덕투어’를 하기로 했다. 오리차라고 부를 수 있는 수륙양용차를 관광용으로 개조하여 사용하는 투어였다. 예약을 하니, 1시간 후에 오라고 한다.

   
벼룩시장에서 산 투어가방을 매고서
점심을 먹기로 하고, 식당을 찾다가 샐러드 바를 가게 되었다. 독립기념관에서 100m정도에 떨어져 있는 곳인데, 가보니, 한국인이 운영하고 있었다. ‘Park샐러드’로 한국인이 왔다고, 밥도 주고, 김치를 아주 많이 주었다. 컵라면에 야채를 담아서 대충 먹으려고 했다가 김치와 국을 차려주어서 간단하지만 한국식으로 식사를 할 수 있었다.
 
‘덕투어’는 이벤트 자체였다.
 
   
 
바다위를 떠가는 덕투어 차안에서투어를 안내하는 운전자가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설명을 하면, 미국인들은 “쾍쾍~” 소리를 지르면서 동의를 하는 방식으로 즐겁게 여행하는 것이다. 이런 식이다. “저기 보이는 집이 독립선언을 했던 누구의 집입니다.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합시다.”하면 관광객들은 다같이 “쾍~꽥!”하면서 박자를 맞추는 식이다. 덩치가 산만한 사람들이 수다를 떨면서 쾍쾍거리는 모습이 귀엽기까지 하다. ‘덕투어’는 말이 수륙양용차지, 대부분은 육지에서 돌아다니다가, 아주 잠깐 10분정도 바다로 가서 운항을 한다. 필라델피아와 뉴저지를 연결하는 ‘프랭크린브릿지’ 밑에서 한 바퀴를 돌고서 다시 출발지로 돌아오는 여행코스다.
   
 
프랭크린브릿지 밑을 지나는 '덕투어'차엄청 더운 날씨에 에어컨이 설치되어 있지도 않은 투어차량에서 더운 공기를 마시면서 1시간을 보내고 나니 모두들 지쳐 스러질 지경이 되었다.
 
일부는 필라델피아미술관으로 가고, 일부는 쇼핑으로 또 일부는 호텔로 돌아갔다. 내가 미국가면 아이패드2를 살까 고민이라고 말할 때는 다들 의아해 했는데, 몇몇이 내 말에 동의가 되는 모양이다. 한국과 비교해 보면, 가격에서 싸고, 미국에서 직접 물건을 구입해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 되는 것이다. 나는 망설였지만, 오성규와 박진섭은 애플스토어에 가서, 한참을 구경하더니, 용감하게 아이패드2를 쌌다.
 
토요일 오후 늦게는 휴식을 취하고,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는 ‘미가’라는 한국식당에서 만찬을 하였다. 음식들이 정말 맛있고, 푸짐했다. 비빕밥에서 해물찜, 냉면, 파전 등 먹고 싶은 것을 다 주문해서 먹었다. 그동안 안내를 맡아서 고생한 분들과 단합대회를 겸하는 만찬이었다. 
 
다음날, 일요일이라서 10시30분에 호텔 식당에서 간단한 아침식사를 하고, 시내 쇼핑을 나섰다. 선호도에 따라서 팀이 나뉘어졌다. 애플스토어팀, 노스스페이스팀, 기타쇼핑팀으로 편재되었다. 나는 노스스페이스팀에 합류하여, 가을철 등산복과 아내의 외출복 아웃도어 제품을 쌌다. 모자도 하나 구입했다. 중국산, 베트남 산으로 30~40% 세일을 한다고 해서 다들 하나씩 구입했다. 아내에게 선물할 것과 아이들에게 선물할 것을 고르느라 상당한 시간을 소비하고도 선택은 망설일 수밖에 없었다. 다들 풍족하지 않은 살림이라서 여러 가지를 고려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쇼핑을 끝내고, 어제 저녁 술에 해장을 못했다고 해서, 다시 ‘미가’라는 한국식당에서 황태콩나물, 해장국, 김치찌개 등으로 점심을 해결했다. 어제 무리를 해서 호텔에 쉬었던 김민영도 우연하게 미가를 찾아 왔다. 점심을 먹고, 애플스토어에 들려서 김민영이 한 대를 질렸다. 아이패드2 행렬이 3명으로 늘었다. 나는 끝까지 아이패드와 겔럭시탭10.1를 더 조사해 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더 비교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독립기념관 앞뜰 잔디밭에서
피곤하여 4시에 오랜만에 낮잠을 자려고 누었는데, 후배들이 오성규방으로 놀러 오라고 한다. 오성규의 방에서 그동안 여행 가방에 남아있던 라면과 햇반, 깻잎 등 반찬 종류를 다 처리하기로 했다. 먹다가 부족한 것은 한국식당에서 가져온 김치찌개를 끓여서 먹었다. 우리는 김치냄새를 처리하기 위해 이틀 동안 호텔 청소부의 도움을 받지 않기로 했다.
 
델라웨어에서 공부를 하고 있는 권기태씨가 밤 10시에 호텔로 왔다. 미국으로 오기 전에 녹색연합에서 상근자로 있다가, 환경을 연구하려 미국에서 공부중인 최승국의 후배였다. 아이스박스에 맥주를 24병을 시원하게 담아서 찾아왔다. 자동차로 30분 거리에 있다고 하면서 직접 운전하고 왔다. 아쉬운 사람들은 밤 2시까지 마시다가 하나둘 방으로 돌아가고, 권기태씨는 마음착한 민만기씨 방에서 자고, 아침에 델라웨어로 돌아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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