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영춘 칼럼

[서울=동북아신문]며칠전 재한조선족 근로자들의 실태를 다룬 한 해외방송사의 TV스페셜을 본적이 있다. 서울 가리봉지역 연변조선족 로무일군들의 처절한 삶의 현장이 기자인터뷰와 더불어 폭넓게 조명된 영상프로그램이였다.

의지가지없는 이역땅에서 단 하나의 목적—돈을 벌기 위해 눈을 질끈 감고 악착스럽게 로동현장에서 분투하는 조선족근로자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나는 부지중 큰일을 위해 치욕을 참고 견딘다는 뜻을 담은 인욕부중(忍辱負重)이라는 한어성구를 떠올리게 되였다.

화면에서 조선족근로자들이 밝힌 재한 핵심적리유는 자식들의 학업비 마련이였고 목표가 달성되면 가차없이 연변으로 돌아간다는것이 공동의 생각이였다. 대다수 재한 연변조선족 근로자들의 마음을 대표한 토로라고 할수 있다.

소 팔아 자식 공부시킨다는 우리 민족의 전통미덕이 당대 해외로무송출을 통한 인욕부중의 헌신성으로 탈바꿈하고있다. 자식의 엄청난 학업비용 장만을 위해 내 한몸 바친다는 비장한 각오로 해외로무송출이라는 길을 선택한것이다. 악착스럽게 피땀으로 번 돈을 자식의 학업비로 연변에 송금할 때처럼 기쁠 때가 없다며 이때만큼은 고생한 보람을 느낀다는 근로자들의 진솔한 독백은 나의 마음을 찌르르하게 하였다.

사실 한국사회에 발을 들여놓은 그 순간부터 재한조선족 근로자들은 사고위험과 피해위험에 철저히 로출된 약소군체일수밖에 없다. 세계적금융위기로 인한 한화가치의 하락에 따른 조선족근로자들의 “로동가치”의 반감(半減), 중국조선족들이 한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한다는 틀린 인식으로 강화된 한국정부의 불법취업단속 및 조선족에 대한 한국인들의 멸시와 랭대, 중소기업부도의 증가에 따른 조선족근로자들의 취업난, 조선족근로자에 대한 악덕기업주들의 갖가지 인권유린과 침해행각, 로동현장에서 불의의 사고를 입거나 건강에 문제가 생겨도 의료보험혜택을 받을수 없어 병원치료를 포기할수밖에 없는 조선족근로자들의 처지… 이 모든 현실을 담담히 받아들여야 하는 재한 조선족근로자들이다. 

만약 이들이 고향에 있다면 정부나 사회의 혜택을 받아야 할 구제대상들일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정부에 손을 내밀지 않고 자신들의 필사적인 노력으로 운명에 도전하고있는것이다.

현재 한국에 있는 조선족은 50여만명으로 집계되고있다. 그가운데 연변조선족이 20여만명을 웃도는바 이들 대부분이 자식들의 학업비용 마련,  살림집개선,  빚더미청산을 목표로 “리산가족”의 아픔을 묵묵히 감내하면서 이역땅의 최하층 삶을 영위해나가고있다. 피와 땀으로 바꾼 이들의 헌신적로동대가에 힘입어 이들은 자신의 경제적목적도 이루고 따라서 연변경제의 새로운 성장점을 형성시키는데서 한몫을 해내고있다. 이들이 최근 몇년간 벌어들인 외화수입은 같은 시기 연변재정수입의 2배에 맞먹는다는 사실은 세인이 다 아는바이다.  재한 연변조선족 근로자들은 사실상 연변경제발전의 독특한 브랜드 창출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셈이다.

어디 그뿐이랴,  십여년의 악전고투로 목적을 달성한 이들의 대부분이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한국에서 습득한 기술과 지식을 되살리고 그동안 애써 마련한 자금을 창업밑천으로 내놓아 경제업체를 세우고 정부를 도와 수많은 일자리 창출을 추진시켜 연변민영경제의 힘찬 도약에서 일익을 감당하고있는것이다. 

몇년간 자치주당정은 줄곧 이들이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재부가 얼마나 놀라운것인가를 떠올리면서 우리 주 해외로무송출의 중요성을 많이 부각시켜왔다. 이들이 어떤 환경에서 어떤 대가로 이같은 재부를 창조하는가에 대해서도 더 주목하면서 보다 뜨거운 반응을 보였으면 하는게 필자의 생각이다.

재한 조선족근로자들은 우리 정부의 “해외민생”  배려대상자로 인정받아야 될 충분한 소지가 있다. 이들은 우리 정부의 따뜻한 배려의 손길이 닿지 못하는 이역나라 오지에서 갖은 수모와 치욕을 감내하며 고향건설에 동참하며 정부와 더불어 말없이 자녀교육문제를 망라한 민생현안을 풀어나가고있는 연변의 재한 약소군체이기도 하면서 연변건설의 공신들임이 틀림없다고 생각한다. 이들한테 요청되는것은 그 어떤 물질적배려보다도 따뜻한 정신적포용이다. 이들에 대한 격려의 한마디, 사랑의 메시지 한통이 얼마나 엄청난 에너지로 작용하는가를 몇년전 재한 조선족근로자를 위한 위문공연단을 인솔하여 한국에 다녀오면서 절감한바 있다. 

지금도 필자는 그날 한국 여러 지역 로동현장에서 구름처럼 위문공연장으로 모여온 우리 동포근로자들의 그 거멓게 그을고 많이 수척해보이던 얼굴들, 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그 밝은 눈빛들을 기억하고있다. 

재한 조선족근로자들에게 보내온 한국주재 우리 나라 대사관의 위문메시지를 전달할 때 공연장 구석구석에서 들려오던 감격의 흐느낌소리,  우리 가수들이 열창할 때마다 무대앞으로 달려나와 춤마당을 벌리던 순수하고 소박한 우리 동포근로자들,  스탭의 제지도 무릅쓰고 아예 무대우로 달려올라가 미리 장만해온듯한 돈봉투를 작은 성의로 받아달라며 가수와 밀고 당기던 한 동포근로자,  누가 누구를 위문하는건지 착각이 될 감동의 도가니,  가수들도 울고 근로자들도 울고… “이런 광경은 난생처음 본다”며 공연장의 한국관계자도 눈굽을 찍던 그 장면들을 잊을수 없다. 

이역땅에서 모든 서러움과 인고를 말없이 감내하면서 고독하게 로동현장을 주름잡아온 조선족 근로자들에게 이날 위문공연은 돈으로는 도저히 계산이 불가능한 고향의 따뜻한 포용이였다고 그날 재한 조선족근로자들은 입을 모았다.

재한 연변조선족 근로자들은 이역땅 산업현장에서 연변의 재부를 창조하고있는 특수부대이다. 이들이 연변 각급 정부의 배려시야에 들어가야 함은 당연지사인줄 안다.

송년대목마다 이어지는 각급 지도자들의 위문행사케스에 재한 연변조선족 근로자들도 검토돼야 마땅하지 않을가? 연예단체의 국내순회공연과 지방위문공연 코스에 재한 연변조선족 근로자들도 포함시킨다면 그들에게 얼마나 큰 힘이 될것인가! 연변 여러 보도매체의 경제건설성과보도와 민생보도에 재한 연변조선족 근로자들의 해외산업현장과 생존상황 그리고 이들의 귀국후 창업모습이 더 많이 올랐으면 좋겠다. 연변TV음력설야회를 비롯한 대형종합야외현장 관중석에는 재한 연변조선족 근로자 대표의 좌석도 고려하는게 어떨는지?

주정부 서울주재 대표처는 이 면에서 더 많은 일을 할수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년간 재한 연변조선족 근로자 단체들이 륙속 설립되여 다양한 행사들이 발족되면서 조선족들의 부응을 얻고있으며 점차 한국조선족사회의 구심점이 되고있어 우리 정부가 재한 연변조선족 근로자와의 련계를 정상화, 체계화 할수 있는 통로로 자리매김하고있다고 알고있다. 뿐만아니라 재한 중국조선족사회의 대변지로 되고있는 보도매체들이 많이 간행되면서 주안의 언론매체들이 재한 연변조선족 근로자 실태를 파악하고 추적보도를 기획함에 있어서 징검다리가 생기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재한 연변조선족 근로자들에게 중국은 조국이고 연변은 고향이다. 그들이 해외에서 늘 조국과 고향의 따뜻한 배려와 정을 마음으로 느낄수 있도록 각급 정부와 관련 단체, 매스컴들이 더 신경을 쓴다면 재한 연변조선족 근로자들의 해외에서의 위상도 더 높아질수 있고 소외된 조선족의 삶의 질도 훨씬 개선될수 있을것이며 연변의 외향성경제발전은 새로운 양상을 보일것이라는게 필자의 소견이다.

오늘도 연길공항 국제선 입구로 새로운 꿈으로 부푼 조선족예비근로자들이 한국행길에 오르고있다. 우리의 정확한 민생관에 힘입어 이들이 한국에서의 어려운 시련을 씩씩하게 이겨내고 활짝 웃으면서 연길행 귀환길에 오르기를 기대해본다.

조글로/

채영춘 략력: 출생: 1951년 연길 학력: 1984년 연변대학 중문학부 1985년부터 2004년사이 연변주위판공실 처장,연변주위 《지부생활》잡지사 총편집, 연변텔레비죤방송국 국장, 연변조선족자치주신문출판국 국장 력임. 현재 연변주위 선전부 부부장, 연변대학 겸직교수, 연변작가협회리사, 연변미술가협회 부주석. 작품:  에세이집 《래일도 연은 하늘에서 날것이다.》(2001년)등 저서, 《에서의 반문법》,《미적감각의 형상화에서 본 장홍을의 예술추구》등 다수 론문 발표.   해란강문학상(2001년),화신문학상(2004년)등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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