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승지 (연합뉴스 영문북한팀장/ 정치학박사)

[서울=동북아신문]한국정부의 편협한 재외동포 정책이 다시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살아가고 있는 재외동포들이 모국인 한국의 동포관련 정책 및 조치에 대해 잇따라 불만을 토로하는 가운데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반만년 유구한 역사를 가진 단일민족임을 자랑하며 이를 신화화해온 한국사회가 재외동포들을 제대로 포용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필연적 결과이다. 재외동포 정책이 전반적으로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저자, 훈춘 두만강삼각지에서
  한국사회는 그동안 700만 재외동포를 민족의 자산이요 미래의 희망이요 하며 적극으로 평가해 왔다. 이는 탈냉전 이후 세계화가 급속히 전개되는 가운데 자국의 통치영역 밖에서 살아가고 있는 인적 자원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기 시작한데 따른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더욱이 재외동포는 한민족이 20세기에 겪은 슬픈 역사와 진취적 기상이 어우러져 세계 170여개 국가에 분포되어 있을 뿐 아니라 그 수도 세계에서 네번째로 많다. 

   하지만 재외동포들이 최근 한국정부의 동포관련 정책 및 조치에 대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나섬으로써 재외동포에 대한 한국사회의 이러한 평가는 퇴색되고 말았다. 최근의 상황은 한국사회의 재외동포에 대한 평가와 그에 대한 정책이 어긋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증적 사례이다. 따라서 재외동포들과 함께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관련 정책을 전면적으로 수정함으로써 이들이 한민족의 일원으로 긍지를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뒷받침해야 한다. 말과 글만이 아니라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조치를 통해 이들과 더불어 살아가기 위한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재외동포들의 불만 사례들

   연합뉴스 등에 따르면, 최근 재외동포들이 한국정부의 동포관련 정책 및 조치에 대해 불만을 토로하고 문제를 제기한 사례는 대략 4가지 정도로 집약된다. 이러한 사례들은 언론에서 구체적으로 다룸으로써 수면 위로 부상된 것일 뿐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즉, 재외동포 정책과 관련된 다양한 문제의 일부분이라는 점을 직시하고 이를 통해 그 이면에 감추어진 문제의 본질을 헤아리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럼 먼저 그 사례들을 일별해 보자.

   첫째, 출입국관리법에서 미국·유럽 동포와 달리 중국동포를 차별하여 비자발급 시 체류기한을 제한하고 있는데 대해 중국동포들이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냈다. 현행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미국과 유럽에 사는 동포들은 비자발급 시 한국에 머무는 기한을 사실상 제한받지 않지만 중국동포들은 방문취업 비자 등 비자 종류별로 체류기한을 제한받는 등 불평등한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 이유이다. 현재 중국동포들의 절대 다수는 방문취업 비자로 한국에 체류하고 있고 곧 체류기한이 만료되어 중국으로 돌아가야 할 상황에 있다. 

   둘째, 일제시대에 강제로 징용됐던 사할린 동포의 2세들 중 영구 귀국을 희망하는 사람들이 현재 국회에 계류돼 있는 사할린 한인 지원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사할린동포들과 관련해서는 1945년 8월 이전 사할린에 거주했거나  출생한 동포 1세대들을 대상으로 1994년부터 영주귀국 사업을 통해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동포 2세대들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 영주 귀국자 자녀들은 다시 이산의 아픔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특별법이 발의되어 현재 국회에 계류 중에 있는데 여전히 통과가 불투명한 상태이다.   

   셋째, 한국인과 결혼하여 한국에서 살고 있는 재일동포들 중 한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다문화가족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는데 대해 관련법 개정을 위한 서명운동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에서 나서 자란 재일동포 3세 여성인 이들은 갖은 설움을 겪으면서도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 한국 국적을 고집하다가 한국으로 시집온 결혼이주자들인데 한국 국적을 유지하고 있다는 이유로 다른 외국인 결혼이주자들이 받는 정책적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다. 일본에서 갖은 어려움을 견디며 한국 국적을 유지해 온 것이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는 이유가 된다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넷째, 일본에 귀화하지 않고 조선적(朝鮮籍)을 유지한 채 살아가고 있는 한 재일동포가 오사카총영사관에 한국방문을 위한 증명서 발급을 요구했으나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어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증명서 발급을 거절당해 불만을 토로했다. 일본 지자체에 가서 재외국민등록을 하여 조선적으로 되어 있는 국적을 한국으로 바꾸어야 증명서 발급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한국 국적자임을 일본 당국으로부터 입증해 오라는 것이어서 증명서 발급 거절에 이은 또 다른 불만을 낳고 있다. 그러나 일본거주 재외동포들의 특수성을 반영하고 있는 조선적의 재일동포들은 그동안 관례적으로 한국 국민으로 인정되어 한국방문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동포들의 문제제기 유형

   재외동포 정책과 관련한 동포들의 불만 표출이 새삼스러운 일은 아니다. 재외동포 문제를 전반적으로 규정한 재외동포법을 제정하면서 중국과 구소련권의 동포들을 적용 대상에서 배제함으로써 이들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한 바 있다. 당시 중국동포들은 국내의 시민단체들과 연대하여 재외동포법 개정을 위한 헌법소원을 제기하고 이의 관철을 위해 가두시위 및 단식농성 등의 방식으로 한국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에 대한 불만을 적극 표출한 바 있다. 영주 귀국한 사할린동포 1세대들 중에는 사할린에 남겨진 자식들과 함께 살기 위한 항의의 표시로 한국생활이라는 특권(?)을 포기하고 사할린으로 돌아간 경우도 있다.  

   그러나 재외동포들의 최근 움직임은 이전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이전에는 큰 틀에서 한민족의 주류인 한국정부 및 한국사회가 자신들에게 동포로서의 지위를 부여해 줄 것을 요구하는 것이었다면 최근에는 재외동포로서의 정당한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보다 적극적이고 구체적인 요구를 반영하고 있다. 전자가 총론적이고 일차적 요구의 성격을 지녔다면 후자는 각론적이고 부차적 요구라고 할 수 있다. 변화된 상황에 맞춰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주어진 권리를 당당하게 인정받으려는 노력의 일환인 셈이다.
   실제로 재외동포들이 제기한 문제는 자신들의 권리와 관련해 비교적 구체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굳이 내용을 구분한다면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하나는 다른 대상과의 비교를 통해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고자 한 것이다. 중국동포들이 비자 발급에서 여타 재외동포들에 비해 차별당하고 있다며 이에 대해 헌법 소원을 한 것이나 한국으로 결혼 이주한 재일동포 3세 여성들이 다른 외국인 결혼이주자들이 받는 정책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문제 삼은 것이 이에 해당된다. 다른 하나는 각자의 특수한 입장을 고려한 개별적 사정에 대한 이해와 배려를 촉구하고 있는 점이다. 사할린동포 2세들이 선별적 혹은 제한적 지원정책의 문제점을 제기하며 문제해소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한 것과 조선적의 재일동포가 한국 영사관의 증명서 발급을 거절한 데 대해 불만을 토로한 것을 들 수 있다.

   전자의 경우, 큰 틀에서는 다른 대상과 비교하여 상대적으로 차별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인식의 문제라는 점에서 동일한 범주의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는 다른 성질을 내포하고 있다. 중국동포들이 제기한 비자발급 시 체류기한 제한 문제는 한민족 내에서 출신지역이 다른 동포들 간의 차별화에 관한 문제이다. 같은 민족인데 중국에서 온 동포들은 미국이나 유럽과 같이 잘사는 나라에서 온 동포들에 비해 차별한다며 똑같은 대접을 해달라는 것이다. 민족 내에서 출신지역을 기준으로 하여 서열화하는, 일종의 민족 내 계서화 현상에 대한 불만인 셈이다. 중국동포들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이는 고국방문 이라는 재외동포의 가장 기본적인 권리에서의 차별로 인식할 만한 사안임이 분명하다.  

   반면 한국국적을 유지해온 재일동포 3세 여성들을 한국에서의 정책지원 대상에서 배제한 것은 재외동포 문제라기 보다는 한국정부의 다문화정책 집행에 대한 적실성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다문화정책 집행에 있어서 형식논리와 실제 간의 충돌인 셈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단순히 정책 집행에 대한 불만을 넘어 한국사회가 각 국가 및 지역 별 재외동포 사회의 특수성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데 대한 불만의 성격이 짙다. 재외동포와 관련된 정책을 행정 편의주의에 입각해 단순화하거나 획일화하는데 따른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후자의 경우는 일견 개별적 사정을 반영한, 제한적 성격의 문제로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한민족 해외 이주의 역사와 국가 및 지역별 재외동포 사회의 특수성에 대한 이해 부족에 따른 문제로 보아야 한다. 사할린동포들이나 조선적의 재일동포들과 관련된 문제들은 모두 20세기 한민족이 겪은 슬픈 역사의 결과이다. 사할린동포 2세의 문제는 동포 1세들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그들과 2세들을 다시 갈라놓았다는 점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비인도적 처사이다. 조선적의 재일동포 문제는, 한국 국적을 유지하며 살아온 재일동포 3세 여성들이 정책적 배려를 받지 못하는 경우와 같이, 일본에서 갖가지 어려움을 견디면서도 한민족 정체성을 꿋꿋이 지키며 살아온 동포들을 역사적 맥락을 무시한 채 현재의 규범으로만 재단하는데 대한 불만이다. 더욱이 그동안 한국정부가 관례적으로 인정해왔던 바를 지금 이 시점에서 부정하고 있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

지금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들

   그러면 재외동포들은 왜 지금 한국정부의 재외동포 정책 및 조치에 대해 이와 같이 잇따라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을까. 이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첫째, 한민족의 주류인 한국사회가 해외에서 어렵게 살아온 동포들을 적극 포용하지 않는데 대한 누적된 불만의 표시이다. 일종의 인정투쟁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상대로부터 인정받고 싶어 한다. 사회적 존재감은 인정관계 속에서 형성되기 때문에 타인으로부터 무시와 모욕을 경험할 때 좌절과 분노가 쌓인다. 그리고 그 분노는 어떤 형태로든 표출되기 마련이다. 더욱이 그 주체가 타인이 아닌, 동류로 인식하고 있는 같은 민족이라면 분노의 크기는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 21세기의 새로운 시대상황 속에서 재외동포들의 위상이 강화됨으로써 동포들의 모국에 대한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는데 따른 현상이다. 세계화와 그에 따른 초국가적 이동이 보편화되면서 재외동포들은 한국사회와 다양한 관계를 맺어왔다. 이 과정에서 동포사회는 점점 조직화되고 이익집단으로 변화해 갈 수밖에 없다. 정부 역시 다양한 형태로 재외동포들을 지원하며 이들과의 관계 형성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 만큼 정책적으로 소외되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동포들은 그에 대한 문제를 더 적극적으로 제기하게 되어있다. 중국동포들의 경우, 한국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이 50만 명을 넘어섰고 이들 중 30여만 명이 체류기한을 눈앞에 둔 방문취업 비자를 소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조직적인 불만이 제기될 것임은 이미 예견됐던 일이다.   

   셋째, 한국사회와 재외동포들과의 관계가 확대됨에 따라 동포관련 문제는 더욱 복잡하고 세분화되는 양상을 보일 것이며 문제제기 역시 시시각각으로 이루어질 것이다. 앞에서 살펴본 네 가지 불만 사례 모두 과거와 다른 새로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실제로 우리의 재외동포 문제는 한민족 해외 이주의 슬픈 역사와 국가 및 지역별 동포문제의 특성 차이로 인해 다양하고도 복잡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외동포 정책에서는 이러한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정책 적용 과정에서도 대상 동포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새로운 문제가 제기될 소지는 충분하다. 국내에 거주하고 있는 재외동포들이 다문화정책에 대해 보이는 반응도 그런 사례에 속한다. 즉 결혼 이주한 재외동포 여성들의 경우 다문화 지원정책을 수용하려 하는 반면 민족적 정체성을 강하게 유지하고 있는 중국동포 1, 2세들은 자신들을 외국인으로 취급하며 다문화정책 대상에 포함시키는 것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재외동포들이 한국정부의 동포관련 정책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이들이 정책의 직접적 대상자라는 점에서 정당하다. 또한 이들의 문제제기는 한민족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기 위한 의지의 표현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재외동포 정책을 유지한다면, 한국사회와 재외동포들 간의 관계가 확대되는데 비례해 재외동포 정책에 대한 이들의 불만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문제의 성격 또한 더욱 복잡하고 다양해 질 것이다.

재외동포정책이 도전받는 이유

   한국정부의 재외동포 정책이 이와 같이 도전받는 이유는 무엇일가. 이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제기될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한국정부의 역할이나 재외동포들의 한국사회에 대한 바람에 초점을 맞출 수도 있고, 한국사회의 재외동포들에 대한 무관심이나 배타성을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 냉전체제의 갑작스런 붕괴로 인해 제때에 제대로 된 정책대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이나 급격한 세계화로 말미암아 초국가적 이동이 보편화된 새로운 시대적 트렌드도 이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여러 가지 정황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다음과 같은 점들에서 그 이유를 찾는 것이 더 타당해 보인다.

   우선, 한국정부의 재외동포 문제에 대한 전략적 인식이 결여되어 있는 점이다. 사실 한국정부는 갑작스런 냉전체제의 붕괴로 재외동포 문제에 대해 충분한 준비를 하지 못한 상태에서 이 간단치 않은 문제를 맞이했다. 이후 정치인들이 재외동포의 가치에 대해 언급하는 등 동포문제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지만 이는 립서비스에 그쳤을 뿐 정책에 반영되지 않았다. 재외동포 문제가 정책 우선순위에서 뒤로 밀렸기 때문이다. 재외동포 문제를 국가 발전전략의 핵심과제에 포함시켜 큰 틀에서 긴 호흡으로 풀어가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한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의 재외동포 정책은 문제가 발생하면 이를 미봉하는 대증적 처방을 하는 식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재외동포 문제를 논의하는 기관이 분산되어 있어 각 부처별 입장에 따라 정책갈등이 노정되고 있는 것이 단적인 예이다. 일부 재외동포들의 입국 여부를 노동력 수급 차원에서 결정하고 있는 것이나 국내에서 생활하는 재외동포들을 단순히 다문화 정책의 범주에서 다루고 있는 것도 이러한 전략부재 탓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재외동포 문제를 국가전략 차원에서 다루려는 전략적 마인드도 없고 이를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판단하고 결정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음은 재외동포 정책의 결정 및 추진 과정에서 한민족 해외 이주의 슬픈 역사와 국가 및 지역별 재외동포들의 특성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있는 점이다. 즉 재외동포들 별로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정책이 필요한데 그렇게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민족은 통일신라 이후 사실상 단일 민족국가를 형성해 한반도를 중심으로 하여 살아왔으나 20세기에 겪은 슬픈 역사로 말미암아 한반도를 넘어 세계 곳곳으로 흩어졌다.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 대부분 한반도로 돌아왔지만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의반 타의반으로 현지에 뿌리를 내리고 살아야만 했다. 전체 재외동포의 3분의 1이 넘는 중국동포와 구소련지역의 동포들이 이에 해당하는데 이들은 냉전시대에는 적대국가에서 산다는 이유로 동포로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 재일동포들 중에도 조총련계열 동포들은 한국사회와 단절된 채 살아야 했다. 이제 새로운 시대상황이 도래하여 세계 각국에 흩어져 살아가는 동포들과 적극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만 이러한 현실을 충분히 감안하지 않은 채 동포정책을 결정 및 추진함에 따라 많은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그리고 한국정부가 모국 정부로서 재외동포, 특히 외국국적 동포를 적극적으로 포용하려는 의지가 없다는 점이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재외동포보다 국내에 거주하는 국민들에게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일 수밖에 없다. 또 현지 국적을 지니고 있는 외국국적 동포보다 한국국적을 소유한 재외국민과 관련된 정책을 중시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한민족 이주역사를 돌아보거나 한민족의 미래를 생각한다면 모국 정부가 재외동포들이 서운한 감정을 느끼게 해서는 안 된다. 특히, 과거의 슬픈 역사로 인해 갖은 아픔을 겪어왔고 지금도 상대적으로 더 어렵게 살아가고 있는 동북아시아지역에 산재해 있는 동포들에 대해서는 더 그렇다. 최근 재외동포 정책 및 조치와 관련해 제기된 문제들이 대부분 한민족 이주역사의 특수성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는 이 지역에 거주하는 동포들임을 깊이 인식해야 한다. 또 이들이 장차 한국사회와 한민족의 미래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어떻게 할 것인가

   재외동포들은 모국과의 관계에서 이중적이다. 민족적으로는 모국인 한국사회와 동류의식을 가지고 있는 한민족의 일원인 반면 민족 내에서는 주류사회에서 벗어나 있는 소수자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이 모국을 대하는 시선 역시 이중적일 수밖에 없다. 민족적 측면에서는 동일한 입장을 보이지만 이해관계가 얽히게 되면 소수자의 입장에 서게 된다. 여타 소수자들이 그렇듯이 재외동포들도 소수자의 입장에 서면 스스로를 방어하는 것은 물론 주류사회로부터 인정받기 위해 서슴없이 투쟁에 나설 것이다. 더욱이 모국이 기대하는 만큼 자신들을 배려하지 않을 경우 투쟁의 강도는 더 커지게 될 수밖에 없다.

   힘이 작용하는 모든 관계는 갈등이 존재하게 되고 그 갈등은 더 많은 힘을 가지고 있는 강자가 풀어야 한다. 따라서 재외동포와의 갈등이 존재한다며 이를 해소해야 할 책임은 모국인 한국정부와 한국사회에 있다. 한국정부가 먼저 문제를 헤아리고 이를 해결하는데 앞장서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한민족의 단일민족 신화는 그야말로 과거사가 되고 말 것이다. 나아가서 한민족은 분화되고 그로 인해 주류민족인 한국사회와 민족 내 소수집단과의 갈등이 심화됨으로써 이른바 ‘에스닉(종족) 갈등’이 촉발될 수도 있다. 일련의 현상들은 그런 염려가 기우만이 아님을 보여주고 있기도 하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핵심은 재외동포를 제3자가 아닌 ‘우리’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재외동포 문제를 과거가 아닌 현재의 문제로 인식하는 것이다. 그동안 한국정부는 재외동포들을, 특히 동북아시아지역에 산재해 있는 외국국적 동포들에 대해, ‘우리’의 범주 밖에 세워놓은 채 제3자로 취급하였으며 재외동포 문제 역시 단지 과거의 문제로 인식해 왔다. 이에 따라 재외동포 정책은 시혜적 차원에서 대증적으로 이루어져왔다. 재외동포들의 불만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근원적인 문제를 잉태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문제의 본질을 직시하고 재외동포들을 적극 포용함으로써 이들이 한민족의 일원으로서 긍지를 갖고 살아갈 수 있도록 관련 정책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는 20세기 한민족이 겪은 슬픈 역사만 헤아려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또 그렇게 하는 것은 결코 손해 보는 일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적 시장논리에 따라 눈앞의 이해관계만을 따지는 현재와 같은 재외동포 정책을 지속한다면 이야말로 소탐대실하는 우를 범하는 일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도 민족의 미래를 설계한다는 전략적 마인드를 가지고 50년 100년 후를 내다보고 재외동포 문제에 접근하여야 한다.  

(이 글은 이주·동포정책연구소에서 발행하는 미드리 제7호 (2011.12)에 게재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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