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해 지역에 유학하고 있는 어느 조선족 대학생의 치열한 고민

나는 누구인가?

중국 조선족으로서 우리 민족을 사랑하는 이 시대 20대 청년으로서 저는 할 말이 있습니다.우리 민족에 대한 안타까움과 수많은 의문들, 그리고 민족의 뚜렷한 정의(正意)가 무엇인지를 호소하고 묻고 싶습니다.

 나는 누구인가?

태어나서부터 대학교 입학하기전까지 <당신은 선족입니까?>라는 질문을 받아본 적이 없었습니다. <선족>이라, 조선족도 아닌 이건 줄임말인 줄로 알았었는데 거의 일년동안은 틀리게 쓰인 말인 줄도 모른채 그냥 <네, 맞습니다>라고 대답한 나 자신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정확히는 모르지만 제 주변의 한 친구가 알려주더군요. <선족>은 남북이 하나의 조선이라는 국가였을 때 일본침략자들이 폄하(貶下)하여 부른 명칭이라고 말입니다. 이러한 진실을 알았을 찰나, 그저 제 자신이 원통스러웠고, 가슴이 찢어지듯 아팠습니다. 바보같이 그 단어의 뜻도 모르고 그냥 허허하며 맞다며 끄덕였던 나. 이 나이가 되도록 모르고 살았다는 게 너무나도 안타까웠습니다. 이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조선족이면서도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분들이 아직도 수없이 많다는 겁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지금이라도 알았다는 것에 대해 저는 많이 위안을 느끼곤 합니다. 고향을 떠나서 처음으로 겪는 민족문제, 계속 고향에서만 살고 있었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겠죠... 더욱이 황당하다고 느껴지는 건 늘 민족우월감에 다른 소수민족은 몰라도 우리 민족은 아주 광범위하게 알려져 있을 거라고 생각해왔던 차라 대학생활이 어렵지 않을 거라고 믿었었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우리 민족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우리 민족과 한국인을 동일하게 생각하는가 하면 한국에서 태어났냐 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질문들 수없이 받아보았습니다.

크나큰 중국이라는 땅덩어리에서 조선족이 가장 많은 연변에서 살다 보니 소수민족이라는 것이 다른 누군가에게는 특별하면서도 새롭게 느껴진다는 것을 모른 채 대학교라는 문턱에 들어서기 시작한 그 찰나 우리는 똑같은 중국국적을 가지고 있는 중국인이지만 너무나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습니다.

쉰다섯 소수민족 가운데서 우리 민족은 그래도 다들 알고 많이 들어보았을 거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건 그냥 저의 단순한 생각에 불과하였습니다. 아예 조서족이라는 그 이름 자체도 몰랐고 조선족이라고 하면 ‘조선에서 왔냐’, ‘중국사람이 맞냐’는 등등의 어처구니없는 질문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조선족 친구들과 함께 다니며 수다를 하거나 길거리에서 말하며 다니면 <쟤네들 한국인인가 봐>라고 말하며 힐끔힐끔 쳐다보며 지나가는 한족친구들. 그러다가 말하는 도중에 중국말이 튀어나오면 <어라, 중국어도 할 줄 알어>하면서 의아하다는 듯이 갸우뚱하면 지나갑니다. 이럴 때마다 저는 모든 중국인들에게 웨치고 싶습니다. 우리는 조선에서 온 북한 사람도 아니고 한국에서 온 한국인도 아니며 당신들과 같은 중국국적을 지니고 있는 당신들과 같은 교과서를 배웠고 같은 교육을 받은 중국인이라고. 단지 한족이 아닌 소수민족이라고 말입니다.

대학교 입학하기 전에는 <나는 조선족이다. 나는 얘네들하고 다르고 특별하다. 나는 우리말도 할 수 있고 중국어도 할 수 있다.> 이러한 생각들을 가져본 적이 없었습니다. 줄곧 연변이라는 곳에서 살면서 조선족이라는 민족 사명감 그리고 우리 민족에 대한 애착들이 강렬하지 않았었는데 대학에 입학한 뒤로부터 저한테는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는 곳마다 나는 조선족이지 한국인이 아니라고 꼭꼭 강조하여 말하고 어떻게 다른지도 알려주기도 했습니다. 한 번도 와본 적이 없는 낯선 곳에서 한족과의 접촉은 처음이어서 힘들었는데 그것도 적응하고 보니 또 괜찮은 것 같았습니다. 학교를 다니면서 생활습성도 다르고 또 산동성이라서 동북에 있는 한족이랑 또 달랐습니다. 조선족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고 있다고 해도 TV나 책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평소에도 한복을 입는 줄로 알고, 조선족 여성이면 김치 담그는 법을 아는 줄로 아는 등 고정관념뿐이었습니다. 그리고 가끔은 소수민족에 대한 선입견들도 있었습니다. ‘이러저러한 것들을 아느냐’ 하는 어처구니없는 뻔한 질문들도 많이 받아보았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냥 가슴으로 웁니다. 똑같은 중국 국민인데 똑같은 교육을 받고 자란 중국 청년인데 무엇때문에 다르게 판단하고 다르게 생각하냐고 몇번이고 인식시켜주지만 그들의 눈에는 우리는 그들과 동일한 존재라고 느껴지지 않나 봅니다. 종종 겪는 질문들이지만 매번 화가 나고 서러움이 몰려옵니다. 중국에서 사는 국민이며 중국을 대표하는 한족이라면 중국에 대해 정확히 알고 지내야 하는 것이 진정한 도리가 아닙니까? 한심하게 느껴지는 그들의 중국에 대한 무관심때문에 또 한 번 가슴이 아파옵니다. 이럴 때면 선배들과 어른들의 말씀들이 떠오르네요. ‘고향을 떠나 외지로 가봐야 내 고향이 좋은 줄 알고 자신도 모르게 무한한 민족심이 북받쳐 오른다’는 그 말들. 그냥 흘려버렸던 말들이었는데 성인이 된 지금엔 몸소 느끼네요. 한 민족을 보면 괜히 아무 이유 없이 기분이 좋고 가족을 만난 듯 기쁜 심정, 그리고 하나라도 더 주고 싶은 심정, 이런 게 민족심인가 봅니다.

이렇듯 대학 생활을 통해 많은 것을 경험해보게 되지만 그 중에서도 우리 민족이 아직도 많이 알려지지 않아 많은 사람들의 오해를 산다는 것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중국에서는 도대체 조선인이냐 한국인이냐는 좀처럼 납득이 안 가는 질문 세레, 지긋지긋합니다. 이젠 소심해 보이고 한심하게 내리는 판단이라 하지 마세요. 그동안 받았던 오해와 서러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니까. <한족들은 우리를 중국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는다>는 생각뿐. 더 이상의 대범한 판단이 내려지지 않네요. 생각이 짧다거나 아량이 넓지 못한 속 좁은 청년이라 비웃지 마세요. 인간의 참을성은 어디까지나 제한이 되어 있고, 인간이라면 누구나 생각을 거쳐 판단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제 맘속에 계속 멍들어 있듯 지워지지 않는 가슴 아픈 문제가 또 하나 있습니다. <교포>와 <동포>의 정확한 뜻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우리와 가장 가까운, 우리와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우리 부모님들이 애써 가고 싶어 하는 그 나라-한국. 묻고 싶네요. <교포>와 <동포>의 뜻을 제대로 헤아리고 있는지 말입니다. <동포>란 동일한 민족, 같은 민족인 사람을 뜻하고, <교포>란 외국에 거주하고 있는 동일한 국가 혹은 민족인 사람을 뜻합니다. 이렇게 따지고 보면 우리는 한국인, 조선인과 선조가 같은 동일한 민족이지 외국에 정착하고 있는 동일한 국가 혹은 민족인 사람이 아닙니다. 그러니 우리를 <교포>라고 부르는 것 또한 틀린 사용이며 <동포>가 정확한 사용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이라는 나라, 우리는 그들에게 고마워해야 합니까? 그렇습니다. 고마워해야 합니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우리를 받아주지 않았다면 우리 부모님들은 어디로 향해야 하고 우리는 학업을 어떻게 마칠 것이며 그들의 선진화된 문화를 터득하게 되고 나아가서 오늘처럼 쉽게 그 나라에 발을 들여 놓을 수 있겠습니까! 이러한 고마운 점에 비해 필경 우리 민족은 외국인이고 중국인이기에 그들은 우리에 대한 편견을 버릴 수 없었습니다. 막벌이로 한국에 있는 우리 민족분들이 많이 계시는데 저희 친척과 부모님도 예외가 아닙니다. 지난해 우연한 기회로 한국에 갔었는데 친척들이 저한테 말하더군요. 일자리 알아보려고 중개소에 갔었는데 한국인과 우리 민족의 급여가 한화로 50만 차이가 난다는 사실. 가슴이 짠해지더군요, 이것 또한 편견이구나 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쳐 지나갔습니다. 파고들고 말하려고 하면 끝없이 많지만 그냥 가슴에 묻어두고 그만 말하려고 합니다. 더 길게 말하면 눈물이 날 것 같고 가슴이 너무 아프기 때문에 그만 하렵니다.

알려주세요. 우리는 누구입니까? 누군가의 인도가 필요합니다. 방향을 가르켜 주고, 정확한 답을 알려주세요. 우리는 하찮은 존재가 아닙니다.

 댓글:

5 작성자: 진정 사랑한다날자:2012-08-12 00:50:04

코마루가 찡해난다. 60년동안 스스로 물어오면서 정체성을 찾아 헤맸다. 지금까지 본의 아니게 내 자식들에게 이 답을 주지 못해 미안하다. 지금 와서 느낀 것은 나는 나다. 한국도 북한도, 중국도... 내가 원하는 답이 없다. 이혼한 부모의 자식으로 입양된 자식으로 낳아줘서 고맙고 키워줘서 고맙고... 이 생명의 근원은 누구인지가 중요한 것이기보다 이 세상에 왔다는 것이 중요하다. 누구의 몸체를 빌어 태어났던지 민족이든 국가든 그 멍에에 스스로를 가두지 말고 나의 현실은 변하지 않는다는 그 속에서 나는 진정한 나를 찾아야 한다. 생명으로서의 나, 이성으로서의 나, 인간이라는 그 이름으로 인생의 진리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

4 작성자:출국날자:2012-07-31 23:30:11

공부를 잘해 외국유학 같은 것도 시도해 보세요. 지금 세계적으로 문화가 가장 낙후한 나라중에 중국도 포함될 겁니다. 이제 외국에 가보면 중국의 낙후성을 알게 될 겁니다. 이런 낙후한 중국애들이 우리 민족을 이해해 주지 못한다고 실망하지 마세요. 한족한테서는 이해를 못 받아도 발달한 외국인한테서는 한족들보다 더욱 좋은 평가와 이해를 받게 되거든요. 화이팅!!

3 작성자:동무...날자:2012-07-31 23:26:23

학생이 제기한 문제는 결코 슬프거나 눈물 날 일만이 아닙니다. 맘 편히 생각하세요. 많은 문제는 습관이 되면 괜찮게 생각돼 집니다. 처음 듣고 처음 당해보고 처음 느껴보니깐 좀 우리민족이 중국에서 소외되는 감을 느낄 수가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집니다. 그리고 자기를 잘 단련하여 한족애들 위에 서십시요. 나중에 사회에 나오면 그 애들보다 우수한 사람이 되어 그애들을 휘동하고 영도하세요. 한국은 너무나 작은 나라이지만 반기문은 연합국책임자입니다. 반기문은 자기나라가 너무나 작다고 고민한 적이 없을 겁니다. 우리가 중국에서 소수민족이래도 우리의 많은 과학자들은 중국의 최첨단 영역에서 일을 하고 혁혁한 성과를 따내어 한족들을 놀라게도 했습니다.

2 작성자:바위날자:2012-07-24 07:30:30

언제나 피는 짙다는 천리를 잊지 않으면 됩니다. 복잡하게 엉킨 사회적 요소로 인한 정체성에 대한 혼잡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스스로 살아나가는 용기와 능력을 갖추면 세상이 무섭지 않고 정체성이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글로벌사회잖아요. 그러나 우리는 고구려의 후손임을 잊지 맙시다.

1 작성자:로웅선날자:2012-07-23 18:53:52이

글 잘 읽었습니다. 개성도 강하구요.

많은 문제를 심사숙고하게 합니다.

저의 하나의 천박한 생각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원칙과 유연성이 서로 결합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산만 있고 물과 나무가 없다면 우리 인간과 이 세상은 어떻게 될까요?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