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녀 글

[서울=동북아신문]여행사를 운영한지도 어언간 강산이 한번 바뀔 시간이 흘렀다. 그런데 사람들은 아직도 나를 ‘사장님’이라는 직함보다는 “老师:선생님”라고 부르는데 더 익숙해진 듯하다. 돌이켜보면 한국에 체류하는 동안 교사생활을 그만둔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지금도 한국회사에 중국어강의를 나가고 있으니 말이다.

2002년 비즈니스비자로 한국에 왔을 때 나는 통역이나 중국시장조사관련 일을 시작했고 2004년부터는 여행사를 운영하게 되었다. 당시 여행사가 우후죽순처럼 많은 상황에서 외국인으로서 내가 자리 잡는다는 것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여행사사업이 그렇게 생각처럼 순조롭게 되는 것도 아니고 사업의 지속성이 없었고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투잡으로 시작했던 것이 중국어 과외였다.

처음에는 안산에서 서울 충무로까지 왕복 4시간씩 허비하면서 중국어 가르치는데 열과 성을 다했다. 시간당 수강료도 얼마 되지 않아 수입에 비해 힘들고 지칠 정도였다. 그래도 기뻤다. 친척 한사람 없는 한국 땅에서 나를 믿고 나의 지식을 "판매"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했다. 최선을 다했더니 나의 열정에 감동되어 그분은 안산에 살고 있는 지인 한 분을 소개해주셨다. 그렇게 인연이 되어 안산에서 조금은 편하게 중국어 과외를 할 수 있었다. 서울까지 다니던 시기를 생각하면 안산에서 수업은 땅 짚고 헤엄치기처럼 너무나 편안했다. 나는 그 고마운 마음을 학생한테 더 정성들여 글 가르치는 것으로 보답했다. 나는 학생의 컨디션에 따라 때로는 10분, 20분씩 수업시간을 더 늘리기도 하고 때로는 학생에게 내 돈으로 맛 나는 음식을 사주면서 음식문화체험학습을 시키기도 했다. 학생어머니는 내가 50분 시간을 칼같이 끝내는 여느 과외선생님들과는 달리 진실 된 마음으로 학생을 책임지고 가르쳐줘서 너무 고맙다고 했다.

학생어머니를 통해 나는 그 학생이 다니는 학원에 중국어 강사로 취직하게 되었다. 학원 강사를 하려고 남들은 몇 번씩 면접보고 이력서 넣고 한다는데 너무나 쉽게, 그것도 생각조차 하지 않았는데 기회를 얻다보니 내 기쁨은 두 배도 아닌 백배 천배였다. 학원에는 학생반과 성인반이 있었는데 나는 시키는 대로 수업을 맡았다. 학원에서 간단한 번역 같은 것을 의뢰하면 나는 무보수로 해주기도 했다. 그래도 기분이 좋았다. 재미있었다, 기뻤고 즐거웠다. 뜻밖에 학원에서 내가 가르치던 성인 반 학생이면서도 (주)00회사 교육담당이셨던 이차장님을 통해서 그 회사 중국어 출강을 할 수 있게 스카우트되었다. 당시 자가용이 없었던 나는 강의하러 버스로 이동하다보면 가끔씩 사유로 출발이 늦어질 때도 있었다. 그럴 때면 나는 공단지역이라 강의료에 맞먹는 택시비를 지불하면서도 수업시간을 맞춰 약속을 지키곤 했다. 그것이 인연이 되고 행운이 되어 그 후로부터는 시간당 수강료도 높은 회사출강만 하게 되었다.

그동안 나를 알고 계셨던 분들은 내가 하는 수업에서 힘이 되어 주었을 뿐만 아니라 본인은 물론 가족과 동료, 가까운 지인에 이르기까지 내가 하는 여행사사업을 도와주었다. 그들은 나의 제자이면서도 고객이었고 영업부장이였다. 제자들로부터 여행사고객을 소개받다보니 어쩌면 오늘까지도 老师라는 호칭이 더 익숙해지는 것은 당연한 거 같다.

나는 그들을 ‘귀인’ 이라고 부른다.

사람들은 나를 운이 좋다고 한다. 그렇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그러나 이 좋은 운을 만들고자 나의 순수하고 진실 된 마음이 뒷받침 되었기에 가능했지 않았나 생각된다. 그리고 사람들은 나보고 "귀인"을 잘 만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귀인을 만나기까지 나는 그들에게 슈퍼우먼 같다는 별명을 가질 만큼 최선을 다해 뛰고 또 뛰었다. 원하는 것보다 맡겨준 일에 최선을 다하는 나를 보고 그들은 하나같이 돈 욕심내도 괜찮을 텐데 너무나 순진하다고 했다. 하는 일을 늘 핑계 없이 즐기면서 하는 내 모습에 함께하는 그들도 기쁘다고 했다. 이런 나의 마음이 그들에게 좋게 보였기에 그들은 내가 하는 일이면 무조건 도와주려했고 내가 하는 일에 디딤돌이 되어 주고자 했을 것이다.

사람은 살면서 누구나 인간관계를 떠나서 살수 없고 사람과 사람사이는 신비할 정도이다. 어떤 사람은 사랑의 실로 이어질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악연의 끈으로, 어떤 사람은 우정의 끈으로……, 이렇게 많은 사연들이 얽히고설키는 것이 인간세상이리라.

중국동포들은 한국에 오는 순간 우리한테는 비록 언어는 통한다고 하지만 모든 것은 생소할 따름이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내 마음대로, 원하는 수당을 받으면서 할 수 없는 것도 현실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우리는 조금씩만 욕심을 줄이고 하는 일에 최선을 다한다면 꼭 좋은 일이 많이 생길 것이고 ‘귀인’이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것이 여행사 운영에 최선을 다하면서도 프로강사가 되고자 오늘도 이 밤을 지새워 가면서 교학연구를 놓지 않는 이유인거 같다. (김서녀 :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안산 소망여행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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