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룡 칼럼

[서울=동북아신문]무연고동포 신규입국 추첨에 의해 한국에 입국하여 6주기술교육을 이수해야 하는 조선족 K씨는 학원 다니는 첫날 아침, 술에 만취해 곤드레만드레 큰길이 좁다고 팔자걸음으로 간신히 몸을 가누고 왔다. 수업에 참가하긴 했는데 제집에서 하던 버릇대로 피실피실 소리 내 웃기도 하고 이 소리 저 소리 헛소리 쳐댄다. 이튿날 술이 깬 상태에서 등원했지만 눈빛이 이미 맛이 간 알코올 중독자이다. 학원에 술 마시고 오지 못하게 교육시키느라 숱한 애를 먹었다.

S씨는 학원이 쉬는 일요일 오전 만취상태에서 찾아와 동반 여학원생의 전화번호를 알려달라고 난동을 부린다. D씨는 점심에 술을 잔뜩 마시고 괜히 시비 걸고 타인과 싸운다. D씨처럼 술 마시고 타인과 걸고 들어 싸우는 일이 수두룩하다.

학원은 학교와 같이 마땅히 지켜할 기율과 규칙이 엄연히 있다. 그러나 학원에 온다는 개념이 없이 6주기술교육생 중에 상기 추태가 허다하게 발생하고 있다. 이를 다잡느라 학원관계자들이 진땀을 뺀다.

더욱 가관인 것은 2주쯤 지나면 남녀 학원생이 친해지기 시작해 서로 연애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처녀총각이 연애한다면 찬성할 일이나 고향에 어린 아이와 남편을 두고 온 20대 후반에서 30대 여성들, 어린 아이와 아내를 두고 온 남성들 가정 도덕과 윤리를 아예 팽개치는 모습이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 재한조선족사회에서 남남의 남녀가 동거생활이 오래된 일이고 숫자도 많지만 수년 전만 해도 한국에 온지 몇 해 지나고 고독을 이기지 못해 남남이 부부처럼 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지 요즘처럼 한국에 오자마자 남남이 붙어사는 사례는 매우 드물었을 것이다.

수년 전 한국에 온 조선족은 절대다수가 열심히 또 착실하게 살아왔다. 이에 비해 요즈음 새로 입국하는 초보자들을 보면 오자마자 추태를 부리고 남남이 붙어사는데 왜 이렇듯 대조적일까?

조선족에 대한 한국정부의 문호개방 혜택에 의해 입국자가 급증함에 따라 소질이 형편없는 자들이 밀려오는 것이 문제의 원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이보다도 더욱 중요한 원인이 있다. 수년 전에 입국한 조선족은 절대다수가 한국에 연고가 없어 사증을 받으려면 보편적으로 6~10만 위안 쯤 빚지고 온다. 열심히 벌어 갚지 않으면 이자가 높아 아이보다 배꼽이 더 커지고 한편으로 아이 학비와 가족 생활비 부담 때문에 중압감에 짓눌려 할 수 없이 돈을 악착 같이 벌어야 한다. 돈을 악착 같이 버노라면 다른데 눈을 팔 겨를이 없다. 몇 해 지나 보릿고개를 넘기고 나서야 한 눈 팔며 살 수가 있다.

새로 입국한 조선족은 로또 당첨 같은 추첨이란 행운에 의해 사증 값과 비행기티켓만 사면 한국에 올 수가 있어 빚을 지지 않는다. 한국에 이미 자리 잡은 부모나 형제 하다못해 삼촌 사촌이 있으니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오자마자 돈을 벌기도 전에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빚이 없고 발붙일 곳이 있으니 열심히 또 착실하게 살아야 할 압력이 없다. 정서적으로 해이하다 보니 쓸데없는 짓거리에 신경 쓰고 있다.

취업도 마찬가지로 해이하다. 재한조선족 일세대들은 일자리만 생기면 열심히 노동에 종사했다. 일이 힘들던 월급이 낮던 쉽게 자리를 옮기지 않고 죽기내기로 일했다. 휴일이면 다른 직장에 알바로 파출부로 뛰었다. 한 푼이라도 빨리 벌기 위해서였다. 이에 비해 요즘 입국자들은 일자리를 골라 취직하고 주 4회 휴무를 선택하고 월급이 낮으면 아예 머리를 돌린다. A직장에서 일하다가 B직장이 월급 5~10만원 더 준다면 주저 없이 자리를 옮긴다. 그나마 일을 하고 있는 자체만으로도 ‘고상’하다. 일이 조금 힘들어도 직장에서 조금만 무시당해도 팽개치고 중국에 돌아가는 사례도 꽤 발생하고 있다. 빚 없이 왔으니 돌아가는데 아무 주저심도 없다.

물론 신규입국자 중 다수는 열심히 착실하게 잘하고 있다. 본문의 취지는 재한조선족 일세대와 이세대의 삶의 태도 차이를 짚어보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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