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지금 부산국제영화제가 한창이다. 작년부터 중국이 차지는 비중이 돋보인다. 작년에는 중국의 여배우 탕웨이(汤唯)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식에 사회자로 참석하였는가 하면, 이번에는 홍콩 배우 곽부성(郭富成)이 참석하였다. 이로 연속 2년 외국인 배우가 사회자로 중국 대륙과 홍콩의 배우가 초대된 것을 보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중화권이 차지하는 비중을 잘 보여주고 있다. 

▲ 예동근 부경대교수
그러나 제가 개인적으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는 것은 탕웨이, 곽부성 등 유명연예인을 보는 것도 좋겠지만, 중국의 80후, 90후 젊은 영화감독 및 제작자들과 가깝게 긴 호흡으로 대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중국의 독립영화인들의 영화제작 환경은 매우 열악하다. 중국당국의 엄격한 심사, 할리우드식 영화의 감상에 익숙한 관객과 투자자들, 값비싼 입장권, 제한된 영화관 모든 요소들이 거대시장형, 국가독점형 영화모델로 발전하도록 영화제작경로가 형성되고 있다. 

하지만,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중국영화인들은 자신의 차선방향을 할리우드모델, 국가이데올리기 선전용의 영화고속도로로 달리지 않고, 가시덤불의 오솔길로 방향을 돌리는 것은 진지한 고민과 결단이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된다. 젊은 독립영화인들의 고민에서 다른 색채의 중국을 볼 수 있고, 가시덤불을 헤치고 지나가면서 경험한 상처와 내면의 고통을 볼 수 있기 때문에 ‘진실’이 무엇인가를 다시 성찰하여 보게 한다.

 작년에 사귄 영화감독인 리뤼준과 그의 가족, 친족들이 함께 찍은 영화에서 나는 깊은 감동을 받았다. 리뤼준과 그의 부인은 모두 80후이고, 이 영화를 찍기 위해 두 가족들은 거의 전 재산을 다 모아서 영화에 투자하였다. 다행히 일부 투자자들이 관심을 갖고 후속투자를 하여 잘 마무리되었지만, 제한된 예산편성으로 그의 마을 친족들이 영화의 배우로 참석하였으며, 전문 연예인은 베이징영화학원을 졸업한 그의 부인밖에 없었다. 

그의 부인은 중국 귀주성(貴州)사람으로서 중국 서북지역의 지방언어를 전혀 몰랐지만, 이 영화를 찍기 위해 몇 개월간 방언을 배우고, 서북지역의 생활습관도 익혔기에 영화에서 완전한 서북사람으로 탈바꿈되었다.

 영화의 주제가 무엇이여서 가족, 친족, 동네사람들이 한마음으로 영화제작에 혼혈을 다할 수 있을까? 작년에 중국의 노벨문학성을 받은 모옌은 노벨문학작품에서 ‘산아제한’에 관련된 생명의 탄생, 인간의 존엄을 다루었다면, 리뤼준의 영화는 늙어서 죽음과 함께 ‘죽음’의 자유와 인간의 존엄을 보여주었다.

 중국의 인구급성장, 공산당의 강력한 화장제도의 실시는 중국 시골 마을의 “무덤”문화와 직접 충돌하고 있다. 때로는 강제로 경찰까지 동원되어 무덤을 파헤치고, 화장을 하여 ‘무인묘지’를 최소화하고 있다. 이 영화는 할아버지가 손자를 시켜 무덤을 파고 생매장을 부탁하면서 비밀을 부탁한다. 그는 ‘하얀 연기가 되어 학처럼 날아가고 싶다’고 자신의 관에 학을 그려서 넣었지만, 동네사람한테 발각될까봐 관을 사용하지 않았고 최후의 방법으로 자신의 ‘영혼’을 지키고자 인간이 상상할 수 없는 방법을 사용하였다. 

바로 이런 주제에 그들은 강한 갈증을 느끼고 있다. 가의 가족, 친족, 동네사람들은 모두가 배우가 되어 한편의 마을공동체영화를 만들어 냈다. 연기가 아닌 자연스러운 일상으로, 그들은 새로운 사실주의 방식을 재현하고 있다. 

부산에서 이런 리뤼준과 같은 80후, 90후 독립영화인을 만난 것은 너무나 큰 행운이었다. 젊음은 ‘패기’이며, ‘용감’이며, 새로운 길의 모색이다. 청년들의 고뇌는 그 민족과 국가의 생명의 씨앗이며, 그 고뇌의 깊이와 성숙함은 그 민족과 국가의 발전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만나자. 탕웨이, 곽부성! 그들을 만나면 무지개처럼 아름다운 순간적인 빛깔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얘기하자. 80후, 90후 독립영화인들! 그들과 함께 지속한 ‘가시덤불속의 상처’란 경험의 대화는 인간의 내면까지 깊이 파고들지도 모른다. 우리가 내면으로, 진정으로 갈망하는 중국과 대화는 바로 중국 내면까지 파고드는 대화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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