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봉 기자의 삼다도 제주 탐방(5)

▲ 조랑말 승마체험을 하며 즐거워하는 동북아신문 식구들
[서울=동북아신문]서커스를 관람하고 호텔로 돌아오자 저녁식사를 할 시간이 됐다. 제주도가 고향이며 제주도에서 고등학교 선생을 하고 있는 친구를 28년만에 만날 시간. 친구에게 전화를 하자 곧바로 호텔로 왔다. 친구의 집이 우리가 묵는 숙소 가까이 있다고 했다. 친구가 동북아신문 식구들에게 저녁을 사겠다고 해서 이동렬 대표가 아는 집으로 함께 갔다. 제주공항 가까이 도두동이라는 곳에 있는 흑돼지 구이집이었다. 흑돼지는 제주에서는 흔하지만 이집은 흑돼지고기를 머루즙에 재었다가 굽기 때문에 특별한 맛이 있었다. 더군다나 28년만에 만나는 친구와 함께였으니. 기자는 신혼여행을 제주도로 왔었는데 친구를 그 때보고 28년만에 처음 만난 것이었다. 30년 가까운 세월도 우리의 우정을 변하게 하지 못했음을 확인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선한 모습을 보이는 친구와의 만남은 이번 여행을 더욱 뜻 깊게 했다.

우리는 주거니 받거니 술을 곁들여 즐겁게 저녁을 먹고 2차까지 갔다. 더 긴 시간 회포를 풀고 싶었지만 친구는 내일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한다며 서울에 오면 연락하겠다는 굳은 약속과 함께 아쉬움을 남기고 떠나갔다. 다들 크게 취해 호텔로 돌아와 곯아떨어졌다.

3월18일 아침, 호텔에서 8시40분쯤 출발했다. 버스에서 운전기사가 제주 특산물이라 하면서 ‘오메기떡’을 먹어보라고 나눠줬다. 오메기떡은 찹쌀을 이겨 떡 전체에 팥을 묻힌 찹쌀떡이다. 팥단지와의 차이는 팥을 이겨 팥고물을 묻힌 게 아니라 팥알이 그대로 살아 있다는 점이다. 제주에 몇 차례 와 봤지만 오메기떡은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맛보는 별미였다. 아마도 관광상품으로 특별히 개발된 듯했다. 앞으로 제주여행을 하는 사람들이 살 만한 제주 특산품이 될 법하다 느꼈다.

오늘은 제주도의 중앙을 남북으로 가른다면 동쪽을 주로 관람하는 날이다. 첫 번째 일정은 추억속으로 떠나는 여행을 주제로 한 ‘선녀와 나무꾼’ 테마파크.

선녀와 나무꾼 테마파크는 2만여 평의 대지위에 1950~70년대 우리의 삶의 다양한 모습을 재현해 놓았다. 옛 장터거리, 달동네, 추억의 학교, 남자들에게 군대시절을 생각나게 하는 추억의 내무반, 도심의 상가거리 등에는 옛 삶의 모습을 재현해 놓았고, 민속박물관, 농업박물관, 자수박물관, 인쇄소 전시관, 테디 인형관, 닥종이 인형전, 어부들의 생활관 등에는 옛 물품들을 전시 또는 수집해 놓았다. 게다가 옛 추억을 체험해볼 수 있도록 유령이 나오는 ‘공포의 집’, 선사시대 체험관, 추억놀이 체험관, 민속놀이 마당 등이 있다.

▲ 나무꾼과 선녀 테마파크의 ‘추억의 교실’
우리 일행 중 가장 젊은 친구에게 ‘어디가 좋았냐’고 물으니까 ‘공포의 집’이 제일 좋았단다.

선녀와 나무꾼 테마파크에서 가까운 곳에 요즘 생태관광지로 뜨고 있는 거문오름이 있다.

오름이란 한라산의 화산체가 완성된 이후 주변에 쌓인 화산 쇄설물로 이루어진 분석구를 말한다. 전문 용어로는 측화산이라고 표현 하나 제주도에서는 이를 ‘오름’ 또는 ‘악’으로 부른다. 제주도에는 약 360여개의 오름이 분포하고 있다. 올레길과 더불어 오름 또한 관광자원으로 이용되기도 하고, 산행과 함께 탐방체험의 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거문오름은 용암동굴계를 형성한 모체로 알려져 있고, 분화구에는 깊게 패인 화구가 있으며, 그 안에 작은 봉우리가 솟아 있다. 거문오름은 2009년 환경부가 선정한 생태관광 20선, 2010년 한국형 생태관광 10모델에 뽑힌 바 있으며, 2007년 세계자연유산에 등재된 이후 매년 이곳에서 국제트레킹대회가 개최되고 있다.

혼자서라도 거문오름에 가고 싶었으나 단체 일정이라 어쩔 수 없이 다음 행선지인 ‘몽골리안 마상쇼’를 하는 테마파크 ‘포니 밸리’로 향했다.

포니 밸리는 예상보다 작았다. 중국 상해에서 보았던 축구장보다 더 넓은 커다란 운동장에서의 마상쇼를 기대했으나 크게 어그러졌다.

광활한 초원을 무대로 세계를 주름잡던 칭기즈칸의 후예들이 한반도의 남쪽 제주라는 섬의 한 귀퉁이 손바닥만한 마당에서 조상대대로 내려오는 말 타는 기술을 보여줌으로써 생계를 유지해 가는 모습을 보니 측은함이 일었다.

포니 밸리의 마상쇼를 관람한 일행은 점심시간이 되어 옛 제주의 모습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성읍민속마을로 향했다. 이곳에서 제주특산인 흑돼지구이로 맛있게 점심식사를 하고 조랑말타운으로 승마체험을 하러 갔다. 성읍민속마을 탐방은 조랑말 승마체험 이후로 잡혀 있다.

운전기사는 조랑말타운으로 가는 길에 말이 ‘대단히 영리하다’며, “열 명이 말을 타려 대기하고 있는데 다섯 번째 사람이 살이 쪄 뚱뚱하면 다섯 번째 말이 그걸 알아보고 한숨을 푹 내쉴 정도”라고 말했다.

제주도에는 조랑말이 많다. 제주도 조랑말은 과하마, 토마, 삼척마라고도 하는데 우리 민족과 더불어 생존해온 유일한 재래 가축이며 상고시대, 부여 및 고구려시대부터 사육되어 왔다. 다갈색을 띠는 이 말의 크기는 매우 작으며 암말의 경우 어깨높이 113cm이고 체폭이 작다. 머리는 영리하고 몸동작은 경쾌하다. 성격은 온순하다. 체격에 비해 능력이 우수하며 보통 하루 32km씩 22일간 매일 행군할 수 있을 정도로 강인한 체질과 인내심을 가지고 있다. 역사적 기록을 보면 제주마는 본래 있던 소형의 토종마에 중형 이상의 크기를 갖는 몽골말 또는 아라비아말 계통의 혈통이 유입되어 제주도의 기후와 환경에 적응하며 섬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고유한 혈통을 유지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승마장에 도착하자 안내원이 일행 중 부부가 있는지 물었다. 부부는 없고 모자가 있다고 하자 앞으로 나오라 했다. 말 부부가 있어 두 사람이 함께 타게 하려는 배려였다.

2인 1조로 우리 일행이 말에 올라타자 말 네 마리에 안내원이 한명 붙어 “다리를 말배에 붙이라”고 하면서 말을 다루는 요령을 알려줬다. 안내원은 한참을 말고삐를 잡고 천천히 승마 코스를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는 “달려보겠냐”고 물어 “그러겠다”고 하자 말고삐를 놓아주었다. 모두들 신이 나서 코스를 한 바퀴 돌았다. 나와 이동렬 대표는 한 바퀴 더 돌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

모두들 승마체험으로 어느 정도 들뜬 마음으로 다음 행선지인 성읍민속마을로 행했다.

▲ 나무꾼과 선녀 테마파크의 유령이 나오는 ‘공포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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