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서경석 목사는 재한중국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 운영팀 대표 김용선,  채광훈, 안광용, 박우 자문위원회 오동일, 예동근 등과 대담을 가졌다. 이에 대담 내용을 간추려 실으면서 더 많은 지식인들이 조선족의 운명과 발전에 관심을 갖기를 바란다.


김용선: 우리는 재한 제2기 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 운영 팀 성원들입니다. 제가 2기 회장을, 안광용씨가 부회장을, 채광훈씨가 사무국장을, 박우씨가 기획을 맡게 되였지요. 우리 재한조선족유학생네트워크는 재한 조선족사회의 이미지와 취직 및 관련정책, 조선족의 정체성, 유학생들의 학업과 생활, 정보교류 등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하며, 중국조선족사회의 새로운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중국사회에 보다 더 어울리고 융합되면서 우리 민족사회 정체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최종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우리가 서 목사님을 찾은 것은 재한조선족동포들에 대한 한국정부의 정책과 문제점, 중국조선족들에 대한 조언을 듣고 자 해서입니다…


서 목사: 이렇게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제는, 문제란 것도 없습니다. 재한조선족동포들의 문제는 이미 거의 다 해결이 돼가고 있습니다. 감명득 출입국관리국 국장님도 새로 부임해서 중국조선족과 관련된 문제들을 집중적으로 풀어나고 있지요. 이제 곧 제2차 동포자진출국프로그램이 실시될 것이고, 그러면 한국 땅에서 불법체류자들도 획기적인 감소가 있을 줄 압니다. 정부는 7월부터 예상되는 중국. 러시아동포들이 한국에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도록 단계적으로 문호를 개방할 것이고, 2010년에 가면 동포들이 바라던 한국 자유내왕도 실현될 것입니다. 혹 시간적으로 늦어질 수도 있겠지만 정부의 방침은 이미 그렇게 세워져 있습니다. 지난해 김진표 부총리님을 만난 자리에서 저는, 중국조선족 대학생들이 한국대학에 유학 오면 부모님들도 같이 와서 일을 해 학자금을 마련하도록 조치해줄 것을 제의했습니다. 그렇게 되면 학부모들은 자식들의 유학비용을 해결할 수 있고, 한국 지방대학교들에서는 모자라는 학생 수를 충족시킬 수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게 되지요. 가정해서 1년에 한 만 명씩 유학을 왔다가 졸업을 해서 다시 돌아가 조선족사회를 위해, 혹은 한중교류와 협력을 위해 힘쓴다고 생각해보십시오, 얼마나 큰 에너지효과가 있겠는가를?…지금 중국조선족을 보면 중국 사람의 사고방식과 언어를 갖고 중국 사람으로 살려는 흐름과 한국 사람으로 살려는 두 개의 큰 흐름이 있다고 봅니다…


오동일: 중국 조선족의 정체성속에 살려는 흐름도 있지요

 

서 목사: 네, 물론…어쨌거나, 저는 중국조선족이 중국조선족들이 긍지와 희망을 갖고 살아야 한다고 봅니다. 한국에 흡수되거나 중국 자체 내에서 동화되는 것을 바라지 않습니다. 솔직히, 지금의 200만이 유지되어야 한국도 중국에 진출해서 사업하고 생활하기 훨씬 쉬워질 것입니다. 그렇게 서로 의존하고 밀어주어야 세계 속의 우리 민족도 희망이 있게 되지요

 

안광용: 중국조선족사회가 어떤 정체성을 갖지 못하고 흩어지고 있는 양상을 띠고 있는데 주요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는지요?


서 목사: 흔히들 경재적인 요인을 들지요. 그러나 정신적인 면도 취약합니다. 조선족에게는 이미 세상을 뜬 김학철이나 정판룡 선생님과 같은 정신적 지도자가 적거나 거의 없습니다. 조선족사회의 기둥이 될 인재들이 적지요. 우리 유학생들만 봐도 그래요, 너무 개인주의가 심하고 이기적입니다. 자기 생각밖에 할 줄 모릅니다. 정신지도자들을 배양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오동일: 그래서인데요, 우리도 많은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재한유학생들이 네트워크로 뭉쳐나가는 주요 취지도 거기에 있다고 봐야지요.


예동근: 한국에서 그래도 민주화운동을 통하여 많은 지도자들이 나왔지만, 조선족사회에서 정신적지도자가 나타나려면 어떤 환경이 필요합니까?


서 목사: 그렇지요…정신적인 지도자가 나오려면 자유정신이 싹 트고 자랄 수 있는 토양이 있어야 합니다. 한국은 민주와 자유정신이 강한 나라입니다. 재한유학생들이 민주적인 정신과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나라이지요. 듣자니 재한중국조선족유학생 수가 3천에 달한다지요? 해년마다 늘어나는 추세가 될 것입니다. 자연과학을 배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조선족의 엘리트들이라면 우국우민의 사상을 갖고 조선족의 장래를 걱정하고 조선족의 미래를 이끌어나가기 위해 고민하고 뛰어야 지요

 

예동근: 그 점은 한국유학생들도 마찬가진 것 같습니다. 한국교육인적지원에 관련된 자료를 찾아보니 중국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한 고급전문인력이 800명이 넘는데 사회학과를 전공하는 학생 수는 겨우 몇 명 정도 일뿐입니다. 그러니 한국 정부가 중국을 알면 얼마나 알겠는가? 의문이 들 지경이더군요. 조선족에 대한 정책도 너무 빨리 폅니다. 대체 한국외교부에서 어떤 비전전략을 갖고 정책을 펼치는지? 또 그런 정책들이 진정 중국조선족동포들을 위한 것인지? 한국에 와서 기술을 배우고 IT를 배워가라고 선전하는데 그게 중국조선족동포사회를 지켜나가는데 얼마나 중요한지? 오히려 또 다른 함정을 만들고 있지 않는지? 이런 것들을 깊이 사색해야봐야 할 것입니다


서 목사: 네, 옳은 말씀입니다. 제가 꼭 말씀 드리고 싶은 것은 조선족의 의식문제입니다. “조선족이니까, 그 곳에서는 그렇게 밖에 살 수 없다”는 식의 사고방식입니다. 우리 유학생들이 그런 사고방식을 버리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방식을 배워나가지 않는다면, 지식인의 양심을 지켜 옳고 그름을 가를 수 있는 성숙된 민주의식을 갖지 않는다면, 조선족의 미래를 운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무엇이나 너무 쉽게 주장하지 말고 한국사회를 깊이 있게 분석해 볼 필요가 있지요. 조선족의 미래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해서 정기적으로 발표하고 토론하는 아카데미를 조직하고 심포지엄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예동근: 그렇지 않아도 우리는 5월에 “중국조선족연구회”를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연구회성원들은 사회 여러 계층의 사람들로…1년에 정기적으로 몇 번씩 포럼을 가질 생각입니다. 그때 초청하겠습니다. 많은 도움 부탁드립니다


오동일: 저는 지금 기독교윤리 박사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재한중국조선족유학생들 가운데 신학생들도 꽤 많습니다. 저는 조선족사회의 여러 선교사님들과도 접촉해 보았는데 어쩐지 보수성이 너무 많은 것 같았습니다. 사회와 동 떨어진 의식을 갖고 있다고 할까요?…어떻게 하면 중국조선족 기독교사회에 현실에 걸 맞는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까요?


서 목사: 네, 먼저 우리가 끌고 나가는 “나눔과 기쁨”이란 프로그램에 대해 말씀 드릴게요(이하 략)…지금 우리는 “나눔과 기쁨”을 통해 지역사회를 살리고 교회의 주가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젠 교회에도 혁명의 바람이 불때가 됐습니다. 지금 사람들더러 그냥 하느님을 믿으라고 해서 누가 믿습니까? 옛날 한국교회에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는지 압니까? 교회가 바로 민주화운동의 메카였기 때문입니다. 3.1운동 때나, 독립운동을 할 때 교회는 우국지사들의 편을 들어주었습니다. 교회가 진정 희망이 된다고 사람들이 믿어야 신도들도 늘어날 것입니다


김용선: 네, 그렇지요…그동안 서 목사님께서는 우리 중국조선족동포들을 위해 너무나 많은 좋은 일을 해왔습니다. 이에 우리는 재한조선족유학생들을 대표해서 감사패를 준비해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서 목사: 정말 영광입니다


예동근: 저 미안하지만,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 데요, 2003년에 서울조선족교회에서 동포들과 벌렸던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운동 때, 정말 조선족동포들에게 중국 국적을 포기할 것을 요구했는지요? 이미 역사가 됐지만 진실은 규명해야 기에…?


서 목사: 전에도 수십 번 밝혔지만, 우리는 그런 주장을 펼치지도 않았고 펼칠 필요도 없었습니다. 동포 네댓 명이 중국국적을 포기하더라도 “고향에 돌아가 살 권리”를 찾겠다고 얘기 한 적은 있었지만, 그것은 그들이 한국정부를 향해 자기의 권리를 찾겠다는 의지를 보여준 것일 뿐입니다. 절대 중국정부를 배신해서 국적을 포기하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한국이나 일부 조선족지도자들 내부에 “이는 중국조선족을 죽이는 운동”이라고 떠들어댔던 것은 그들 자신이 다른 목적이 있지 않으면, 민족의 이익을 뒤로 젖혀두고 저들만 안일하게 살려는 극단적인 이기주의적인 표현이라 밖에 볼 수 없습니다.


생각해보십시오, 한국정부가 동포들에게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를 인정하지 않고, 더구나 동포들이 도저히 귀국할 수 없는 처지인데도 불구하고 동포들을 중국으로 추방하는 상황에서 조선족동포들이 집단행동을 해야겠는가, 말아야겠는 가를요?…


<고향에 돌아와 살 권리>는 인간의 순수한 천부적인 권리입니다. 조선족동포들은 일제시대 때 독립운동을 위해, 혹은 도저히 한반도에서 살 수 없어 만주로 떠난 사람들의 후손입니다. 해방 후 해외로 나간 사람들이 전부 귀국했지만 유독 만주로 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못했습니다(생략) 그래서 많은 동포들은 “이 땅에 할아버지 묘지가 있고 내 호적도 있고 사촌들도 이곳에 살고 있는데 왜 나는 고향에 돌아와 살 수 없는가?”고 절규하고 나섰던 것입니다…저는 중국의 소수민족정책을 믿습니다. 그런 민주와 자유는 보장해 줍니다. 그들도 공화국창립 때 일본인이나 기타 외국인들한테 국적선택권리를 주었던 것입니다


김용선: 이번 7월 달에 중˙러 동포들의 입국이 자유로워진다고 하던데요?


서 목사: 그런 방침은 세워져 있지요. 물론 단계적인 절차를 밟아나갈 것입니다


채광훈: 그럼 동포들의 입국기준은 무엇인지요?


서 목사: 글쎄요…지금까지 그게 문제가 되어왔습니다. 산업연수생인입 때는 돈 내는 순(順)에 따라 입국하다보니 입국비리가 횡행했고, 전혀 기준이 없었지요. 불법체류근절이나 입국비리근절정책이 없다보니 일련의 문제들이 발생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한국어시험성적순으로 데려오자는 건의를 제안 했습니다. 곧 기준이 나오리라 생각 합니다


김용선: 오늘 좋은 참,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5월말에 우리는 “조선족연구회”를 발족시킬 계획입니다. 그때 오셔서 또 지도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 목사: 초청해 준다니 감사합니다. 저는 우리 유학생들 가운데서 조선족의 리더십이 나올 것을 바랍니다. 개인주의를 극복하고 민족을 위해 헌신하는 순결자의 의식을 가져야 크게 성장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각종 포럼이나 아카데미를 갖고 중국조선족에 대한 연구를 활발히 진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동참해서 힘껏 밀어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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