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장옆에는 기념품을 파는 매장도 설치되여있지만 손님은 별로 없다. 올리짱의 포스타와 달력견본이 매장 천막에 잘 보이도록 매달려있었다. 니나가와의 팬시상자에나 채워넣기 안성맞춤일 문건들이 여러가지 팔리고있는것 같다.
    《기념품 사러 가. 이번에는 내가 줄서고있을테니까.》
    몸을 일으켜 니나가와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러나 니나가와보다 그의 뒤쪽에 서있던 키큰 녀자들이 내 말에 먼저 반응했다.
    《기념품 판대. 어쩔가?》
    《그래? 어떤거?》
    녀자들중 한사람이 발끝을 세우고 매장쪽을 쳐다본다.
    《세상에, 저런 칙칙한 티셔츠를 4500엔에 팔고있어.》
    《어, 정말! 게다가 포스타는 1000엔이네. 저런 종이 나부랭이 한장역올리짱도 노티나게 찍혔구만. 저건 또 뭐야? 저 리스트밴드. 수준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지는거 아냐?》
    직장녀성으로 보이는 두사람은 정말로 올리짱의 팬인지 의심이 들 정도로 기념품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심하게 비아냥거렸다.
    《…필요없어.》
    갖고싶어서 어쩔줄 모르겠다는듯 줄곧 매장을 쳐다보고있던 주제에, 니나가와는 이렇게 말했다.
    공연장 스태프에게 티켓 반쪽을 건네주고 소지품검사를 받았다. 공연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서는 혼잡이 극에 달했다. 주변에 이렇게 사람이 많으면 고독한 시간을 통해 길러온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한 껍질이 얇게 쓸려나가서 불안한 느낌이 든다.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앞으로 이동해주세요》하고 장내정리담당 스태프로 보이는 남자가 확성기에 대고 소리를 질렀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더욱 엄청난 압력으로 밀어닥쳤다. 《하츠, 발가락 밟히지 않게 조심해》하는 키누요의 말에 얼른 발가락을 안으로 움츠렸다. 니나가와가 뒤로 처진 내 손목을 잡더니 앞으로 잡아끈다. 그의 손이 너무 뜨거워서 내 손목에 그의 손자국이 찍힐것만 같다.
    공연장은 의자를 놓지 않고 아무데나 서서 보는 형태로 꾸며져있어서 그것이 관객의 사기를 한껏 끌어올리고있었다. 지금까지 느긋하게 줄을 서있던 사람들이 무대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가려고 뒤에서 밀어내고 옆에서 파고들고, 다른 사람을 쓰러뜨릴듯한 기세로 돌진해온다. 녀자들은 웃는 얼굴로 꺅꺅 소리치면서 믿을수 없는 힘으로 밀고 들어왔다. 어깨가 비딱해질 정도로 량쪽에서 눌러와도 계속해서 앞으로 전진하려는 그는, 여느때처럼 그 잘 어울리는 곤란하다는듯한 표정이 되여있다.
    《아픈거 좋아해?》
    아픈게 좋다고 한다면 나는 분명 그를 더 이상 발로 걷어차고싶지 않을것이다. 걷어찬 쪽도 걷어채인 쪽도 기분 좋다니, 웬지 불쾌하다.
    《아주 싫어해. 뜬금없이 왜 그런걸 물어봐?》
    내 말을 빈정대는거라고 여겼는지 그는 불끈해서 내 손목을 놓더니 앞으로 나가려던 발길을 뚝 멈춰버렸다. 결국 우리들은 무대에서 동떨어진 위치에 머무르고말았다. 키가 작은 편인 키누요는 내옆에서 발끝을 세우거나 머리를 움직이거나 하면서 어떻게든 무대를 볼수 있는 위치를 찾아내려고 애를 쓴다. 천장에는 검게 칠해진 몇개의 파이프가 허공을 가로지르며 매달려있다. 어쩐지 나사가 풀리거나 해서 머리우로 떨어질것만 같다. 공연장 전체에 담배연기 같은것이 자욱하게 끼여있어 시야가 탁한것이 찜찜했다.
    조명이 완전히 꺼지자 술렁거리던 관객이 쥐죽은듯 조용해진다. 관객 모두가 무대우를 보고있는데 나는 숨을 삼키며 니나가와를 바라보고있다. 그의 얼굴이 하얀빛을 받아 빛나기 시작한다. 무대에 조명이 들어온것이다. 순간, 그는 눈부시게 아름다운것을 바라보듯 너무도 애절하게 눈을 빛냈다. 그리고 주변관객들의 기쁨에 넘친 환호성.
    올리짱이 무대에 있는것이다. 니나가와가 지금 처음으로 진짜 올리짱을 보고있다.
    예상했던것 이상의 엄청난 음량으로 음악이 울려퍼지기 시작하더니 그 소리는 금세 라이브하우스를 가득채웠다. 관객들이 일제히 량손을 들어올리고 몸 전체로 리듬에 맞춰 뛰기 시작한다. 그때문에 내 몸을 사방팔방에서 이리 부딪히고 저리 부딪혔다. 니나가와는 량손을 들어올리지도, 리듬에 맞춰 몸을 흔들지도 않고 나처럼 사람들에게 밀려 비틀거리면서도 절박한 표정으로 마치 집어삼키기라도 할듯 올리짱을 보고있다. 그녀가 부르는 노래의 가사는 잘 들리지 않지만 곡의 명랑한 템포나 다른 관객들의 반응으로 봐서 이런 진지한 얼굴로 들을만한 곡이 아니라는것쯤은 알겠다.
    키누요는 벌써 완전히 적응해 노래를 모를텐데로 리듬에 맞춰 방방 뛰여대고있었다. 고개를 까딱까딱 움직이고있을분인 나는 수업참관에 온 엄마들중 하나같다. 주위를 흉내내서 손을 들고 소리에 맞춰 움직여도 보지만 내 손의 움직임은 주위사람들과 확실히 다르다. 손을 통해 드러나고있는 생기가 다르다. 다른 손들은 모두 물결치면서 무대를 향해 바싹바삭 다가가듯 움직인다. 쭉 뻗은 량팔은 멜로디에 맞춰 우아래로 움직이기도 하고 박자에 맞춰 손뼉을 치기도 하지만 손은 오로지 불빛 한가운에 있는것을 간절히 원하듯 움직이고있다. 자기 자신들조차 잊은듯 오로지 올리짱만을 바라보고있다.
    노래 두곡이 눈깜짝할 새에 끈나고 《청바지 센스 있게 입는 법》 강좌로 이어졌다.
    그리고 드디여 나는 무대우의 올리짱을 볼수 있었다.
    역시 올리짱은 무지에서 본 그 사람이다. 웃으면 다정하게 기울어지는 눈섭이 똑같다.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도 멀게 느껴진다.
    《이건 올봄에 나온 새로운 실루엣의 진인데요, 오렌지색 스티치가 귀엽죠? 벨트도 좋지만 이렇게 스카프를 두르면 색다른 멋을 낼수 있어요.》
    그녀는 무대뒤로 돌아가 다른 청바지로 갈아입고 나온다. 팬들의 환호성속에서 모델답지 않게 어린애처럼 수줍어하며 포즈를 취하거나 턴하거나 하면서 그 청바지의 장점을 어필한다. 이 콘서트는 라지오로도 생중계되고있는 모양인지 무대 한쪽에 앉아있는 남자 DJrk rm 청바지는 수량이 한정된 모델이죠―라는 둥 맞장구를 쳤지만 흥분한 올리짱은 그의 말에 그다지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 맑고 들뜬 목소리로 자기 혼자 이야기를 계속하고있다.
    그리고 다시 노래가 시작됐다. 무대뒤쪽에 걸린 현수막에는 패션잡지의 거대한 핑크색 로고가 들어가있고 그앞에서 올리짱은 까만 철제의자우에 안짱다리 모양으로 앉아 나른하고 세련된 노래를 불렀다. 음정이 틀리거나 가사를 잊어버릴 때마다 눈을 감고 괴로운듯 미간을 찌푸려 아주 기특한 표정을 짓는다. 팬들이 힘내요―하고 격려를 하면 이를 드러내고 씩 웃는데 그 얼굴이 치어리더 유니폼 같은 빨강과 파앙의 생가발랄한 티셔츠와 잘 어울렸다. 니나가와는 별 볼일 없는 올리짱의 공연을 미소 하나 놓치지 않으려는듯 지켜본다.
    《오늘 이렇게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저한테는 이번이 첫 라이브콘서트인데요, 아―기분 좋네요. 정말로. 모두 즐거우세요―? 즐거우시죠? 여러분의 후끈한 열기가 여기 무대우까지 전해져오는걸요. 후훗! 어머, 근데 자세히 보니까 남자관객들이 별로 없네요. 의외로.》
    올리짱은 DJ를 향해 빙글 몸을 돌렸다.
    《팬레터를 보내주시는 분들은 남자쪽이 더 많아요!》
    하지만 올리짱은 DJ의 대답이 채 끝나기도 전에 다시 객석들 향해
    《남자분들 다같이 예―이!》
    라고 소리치며 발랄하게 뛰여올랐다. 여기저기서 남자팬들이 굵은 목소리로 환호성을 지르며 올리짱과 같이 뛰여오른다. 그 렇지만 니나가와는 소리도 내지 않고 움직이지도 않는다. 무대를 노려보듯 하면서 어금이를 꽉 깨물고있다. 긴장한 턱, 그리고 올리짱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 굶주린듯한 눈초리.
    발끝을 딛고 서서 그의 귀가에 너따위 올리짱은 조금도 보고있지 않아, 하고 속삭이고싶다.
    《지진이 나면 좋은덴데.》
    신음하듯 중얼거리는 목소리를 나는 놓치지 않고 들었다. 올리짱의 멘트와 그에 반응하는 관객들의 높은 웃음소리사이를 메우며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렸다.
    《다른 관객들이 패닉상태에 져 출입구로 몰려들어도 나는 혼자 무대로 올라거서 미리우에 흔들리는 조명기구에 놀라 움직이지 못하고있는 올리짱을 구해내는거야.》
    하지만 그는 절대로 지진따위가 일어날리 없다는것을 안다는듯 절망적인 눈을 하고있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한테 둘러사인 열광의 도가니속에서 니나가와는 쓸슬하다. 그리고 나는 니나가와가 불상하다는 생각이 드는것과 같은 속도로 또 하나의 격정으로 빨려들어가고있다.
    니나가와의 상처받은 얼굴을 보고싶다. 절망적인 얼굴을 보고싶다.
    가자기 팔이 당겨진다. 키누요다. 내 귀에 입을 가져다대고,
    《니나가와만 보지 말고 스테이지쪽도 좀 보지 그래.》
    라고 질렸다는듯 밝은 목소리로 말한다. 얼굴을 보니 웃고있다. 키누요가 다시 뭐라고 말한다. 하지만 음향이 너무 커서 들리지 않는다. 고개를 흔들자 내 귀에 입을 대고 정확하게 말했다.
    《너, 니나가와가 정말로 좋아졌구나?》
    키누요는 감동했는지 쑥스러운듯 내 어깨를 기세 좋게 두드렸다. 오싹했다. 좋아한다는 말과 지금 내가 니나가와에게 품고있는 감정의 그 차이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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