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아산 그 여름날의 풍경

▲ 연길 모아산에 떡하니 뻗치고 있는 호랑이 동상.
[서울=동북아신문]5년 만에 다시 고향을 찾았다. 제일 먼저 찾아간 곳은 모아산이다. 중국에 있을 때 직장근무가 5일제로 바뀌면서 토요일 하루는 주로 등산을 했는데 대부분 등산코스가 모아산이었다. 그래서인지 타향에서 모아산이 늘 꿈속에 나타나곤 했다. 모아산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는데 마치 오랫동안 헤어져 있던 애인을 만나는 것처럼 묘한 설렘이 들었다.

첫눈에 안겨온 것은 연길 모아산이라는 돌비석과 그 뒤에 떡하니 뻗치고 있는 호랑이 동상이었다. 모아산은 연길, 용정, 도문 지역 내 중요한 생태원지와 유람휴가 핵심구역으로서의 부지면적이 275평방킬로미터, 해발고도는 808미터에 달하는데 연길시 중심구역과 8킬로미터 거리에 있다. 모아산은 전형적 차생삼림구역으로서 삼림생태환경, 자연경관 및 향토경관을 토대로 산, 물, 삼림이 도시와 어우러져 조화로운 융합을 이루고 있는 하나의 풍경구다.

모아산 입구에 들어서니 예전과는 달리 그네, 등산 모자, 옥수수, 생수 기타 간식거리를 파는 장사꾼들이 여기저기에 있었다. 좀 더 들어가니 초상화를 그려주는 사람도 있었다. 어디에서인가 문득 ‘빙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빙궐 두 개를 샀다. ‘이것보다 한국의 아이스크림이 더 맛있을 텐데…….’ 친구는 우두커니 내가 쥐어주는 빙궐을 보며 한마디 했다. 빙궐을 한입 떼어 물었다. 맛있다는 표현보다 그리웠다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바로 그 맛이었다. 이건 단순한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빙궐이기 때문이다.

모아산 보행길에 있는 나무테크를 따라 천천히 모아산 정상을 행해 올라갔다. 정상에는 예전에는 볼 수 없었던 오성붉은기가 나부끼고 있었다. 여기가 중국이고 내 고향이라는 생각에 갑자기 눈시울이 붉어졌다. 친구가 또 참견이다.

“너 직장에서 정치학습을 그렇게 싫어하더니 국기 앞에서 웬 눈물이냐? 외국 나가면 다 애국자가 된다는 말 정답이네.”

나도 이런 내 모습에 순간 당황스러웠다. 중국에 있을 때는 TV에서 중국영화만 나오면 채널을 돌려버렸는데 한국에 가서는 중국채널만 보니 말이다.

▲ 모아산 주봉 남쪽 켠의 연길신일대기상관측다기능레이더유람탑.
모아산 정상에서 아래를 굽어보았다. 과연 내 고향이 이처럼 멋있는 곳이었나 싶었다. 유유히 흐르는 해란강과 넓은 세전벌 그리고 빼곡히 들어선 도시의 고층건물들과 웅장한 레이더가 한눈에 안겨왔다. 2010년 봄에 착공한 모아산 주봉 남쪽 켠에 있는 연길신일대기상관측다기능레이더유람탑은 건축면적이 1만 1,400평방미터, 레이더 피복반경은 150킬로미터, 지하 1층 지상 32층으로 높이가 181미터에 달하여 중국에서 가장 높은 기상관측용 다기능레이더탑으로 지목되고 있다. 6,600여만 위안의 투자를 들여 건설한 이 탑은 연변주의 재해 방지와 감소, 과학보급, 관광유람을 일체화한 연길시의 새로운 도시상징건축물이 되었다.

모아산 정상에서 내려와 주차장 부근에서 몇 년 전에는 보지 못했던 다른 한 돌비석을 발견했다. 노혁명근거지―연변이라는 글을 앞뒤에 한글과 중국글로 새긴 비석이 있었다. 내용을 보니 9.18사변이후 항일전쟁(6.25전쟁)이 승리하기까지 3,500여명에 달하는 연변의 우수한 아들딸들이 중화민족의 독립과 해방사업을 위해 소중한 생명을 바쳤다는 내용이었다. 역사에 대한 새로운 기록인지 아니면 연변의 혁명 열사들이 이제야 나라로부터 인증을 받고 있는 건지 아리송했다. 여하튼 고향 연변이 노혁명근거지라고 명명된 것에 흐뭇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 모아산 주차장 부근에 있는 노혁명근거지―연변이라는 돌비석.
디자인이 독특한 화장실에 들어가 손을 씻고 나오다가 장백산식물원이라는 돌비석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인적도 없지만 오랫동안 방치해둔 까닭인지 스산하기까지 했다. 괜히 섬뜩한 생각이 들어 얼마 안가서 뒤돌아 나왔다. 모아산의 다른 곳과 같이 이곳도 시민들이 많이 찾을 수 있도록 대책이 필요할 것이다.

모아산에서 국제무역청사 민속촌 쪽으로 걸어내려 오다가 오른쪽 한참 마무리 공정을 하고 있는 모아산민속풍정원으로 접어들었다. 민속풍정원의 서북쪽에는 연길국제무역민속촌과 모아산민속음식구역이 자리 잡고 있으며 서남쪽에는 모아산식물원과 기상관측탑, 모아산 주봉이 자리 잡고 있다. 연길시가 ‘한개 산, 두 줄기 강, 3개 도시, 6개 구역, 100개 골목을 핵심으로 하는 도시건설 구상’에 따라 1억2,000위안을 투자해 건설한 이 민속풍정원은 모아산 국가삼림공원의 일부에 속하는데 면적은 42헥타르에 달한다.

▲ 모아산민속풍정원
민속풍정원은 민속전시구역, 민속경관구역, 민속오락구역, 민속체험구역, 종합봉사구역 등 다섯 개 구역으로 나뉘어 있었는데 민속전시구역은 주요하게 중국조선족의 발전역사, 혁명사적, 유명인물, 전통 민속기구와 민속풍토인정 등을 전시하여 조선족의 전통과 근원을 소개하고 민속경관구역은 조선민족의 대표성을 띤 전통건축을 복원하고 민속전통과 전통음식의 제조과정을 전시하고 있었다. 민속오락구역에서 여름에는 농악무, 탈춤, 널뛰기, 씨름, 그네, 밧줄당기기 등 행사를 갖고 겨울에는 썰매, 눈사람 만들기, 눈싸움, 팽이, 윷놀이 등을 하게 된다. 민속체험구역에는 수전체험구역, 한전체험구역 및 정원 채소밭 체험구역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종합봉사구역은 주요하게 연회, 전통혼례, 회갑 등 행사를 대행하고 전통음식구역을 갖추어 스낵, 특색음식을 제공하게 된다. 소영진 명신촌 제2촌민소에서 시작된 민속풍정원이 모아산까지 쭉 연결되어 있었다.

‘연변조선족자치주 관광발전 총체적 전망계획’에 따르면 앞으로 모아산 지역에 민속 문화, 레저오락, 음악 관광을 테마로 하는 조선족민속풍정원과 모아산 국가삼림공원 관광구역을 조성할 계획인데 모아산 꼭대기 유람구내에는 헬기 착륙장, 케이블카, 등산로, 자동차로를 건설할 예정이며 민족풍정원과 민속음식구역, 기상 관측탑, 모아산 주봉 및 호랑이광장을 연결시킬 계획이다. 연길시 남부와 용정시 북쪽 교차점에 위치한 모아산 국가삼림공원유람구는 국가중점풍경명승구이자 국가 4A급 유람구이기도 하다.

호랑이동상 앞 넓은 광장에서 익숙한 노래 가락과 흥겨운 춤판이 한창이다. ‘연변인민 모주석을 열애하네’, ‘제비가 돌아왔네’, ‘교정의 종소리’…….

모아산 그 여름날의 풍경 앞에서 한참동안 애수에 잠겨보았다. 오년이란 타향살이를 하면서 중국음식이 먹고 싶고 중국노래가 듣고 싶고 중국치포까지 입어보고 싶었던 것은 그 개체에 대한 욕망이 아니라 고향에 대한 그리움 그 자체였던 것 같다. 이제 다시 모아산을 찾을 때는 더 아름다운 풍경이 펼쳐질 것이라 믿는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