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나가와가 학교에 나오지 않은지 벌써 4주째다.
    교탁 바로 앞에 있는 그의 자리가 텅 비여있는게 눈에 띈다. 반에서 좀 튀는 녀자아이가 그의 책상에 발을 올려놓은채 《여름방학을 못참고 그새 우리 반에 등교거부자가 나왔네!》하며 웃었다. 쉬는 시간에 웬 일로 키누요가 말을 걸어왔지만 화제는 그에 관한것이였다.
    《왜 학교에 안나오게 됐을가? 니나가와한테서 뭔가 련락오거나 한거 없어?》
    《없어, 아무것도.》
    키누요 그룹의 다른 아이들도 흥미진진한 얼굴로 모여든다. 이 아이들은 어떻게 해서든 나를 둘러싸고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분명 키누요나 그들의 《량심》때문이겠지. 하지만 그들에게는 얇은 막이 드리워져있다. 웃는 얼굴이나 교차되는 시선따위로 조금씩 펼쳐지는 막이다. 얇고 속이 비쳐보이지만 튼튼한 고무로 되여있어 내가 쭈뼛쭈뼛 손을 뻗으면 부드러운 탄력으로 튕겨낸다. 대개는 무의식중에. 그리고 그런 식으로 튕겨져나오면 나는 아무하고도 이야기하지 않았을 때보다 더욱 완벽하게 혼자가 된다.
    《우리 반엔 결석생이 거의 없으니까 더 눈에 띈다. 그러니까 등교거부니 뭐니 얘기가 나오는거겠지.》
    관악부 녀자아이가 동정적으로 말한다.
    아니야, 결석하는 사람이 많고 적고는 아무 관계없어. 모두들 니나가와가 등교거부를 해도 이상할게 없다고 생각하고있으니까. 그런 소문이 도는거야.
    그리고 그가 다시 아무 일도 없었다는듯 학교에 나왔을 때 교실에 퍼질 가벼운 실망감, 리얼하게 상상할수 있다. 내가 결석을 해도 역시 똑같은 반응들을 보이겠지.
    《그냥 감기가 아닐가?》
    키누요가 말한다.
    《뭐?! 이렇게 더운데 감기에 걸릴리가 있냐? 등교거부쪽이 훨씬 확률이 높지. 그 녀석 친구도 없잖냐. 나 같았으면 못견뎌. 학교에 와도 얘기할 사람 하나 없다니.》
    《츠바모토, 시끄러!》
    반사적으로 튀여나온 그 날카로운 목소리에 나 스스로도 놀랐다. 이야기할 때 침이 잘 튀여 반아이들로부터 《츠바모토(침댕이라는 뜻의 별명)》라고 불리는 츠카모토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다문다. 키누요의 얼굴색이 변했다. 다른 아이들의 눈길도 순간 키누요 그룹이 모두 같은 얼굴로 보여서 등줄기가 서늘해졌다. 나를 《외부》의 인간인듯한 눈길로 보고있다.
    하지만 정작 츠카모토 본인은 태연히 웃으며
    《내가 좀 그렇지? 아, 또 침을 튀기고있네?》
    라고 말하곤 다른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키누요는 나를 복잡한 표정으로 흘낏 쳐다보더니 획 하고 몸을 돌려 그들의 이야기에 몰두했다.
    그 순간, 살을 에는듯한 허전함이 몰려왔다. 그 맑은 물 같은 신선한 차가움에 몸서리가 쳐졌다.
   
    태여나서 처음으로 《문병》을 가기로 했다. 니나가와네 집으로 가는 길은 이미 외우고있다. 그와 함께 다녔을 때는 몰랐는데. 이 지역에는 리모델링이나 신축이 류행하고있는지 공사중인 집이 유난히 많다. 《분양중!》이라는 빨간 플래카드가 펄럭이고있는 신축건물의 하얀벽이 해빛을 반사해 눈부셨다.
    공사장의 소음이 들린다싶더니 빌라를 짓고있었다. 빌라를 둘러싼 방음벽 전면에는 빨간 벽돌을 휘감은 담쟁이가 그려진 필림이 붙어있다. 그 필림은 거리 미관을 해치지 않으려는 배려에서 붙여진것이겠지만 담쟁이가 너무나도 거짓말 같은 록색이여서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했다.
    니나가와네 집 량쪽 건물들 역시 신축건물이다. 미끈하고 산듯한 회색건물들 사이에 끼인 파란 기와지붕의 그의 집은 아무도 쓰지 않음에도 어쩐 일인지 우리 집 선반우에 놓여있는 낡은 수동 연필깍이와 닮아있다. 아버지가 어렸을 때 썼다고 하는, 옛날 만화영화 스티커가 잔뜩 붙어있는 그 파란 연필깍이와.
    초인종을 누르자 잠시후 현관문이 열리고 안에서 아주머니가 얼굴을 내밀었다.
    《사토시친구?》
    《네, 문병 왔는데요…》
    니나가와의 어머니로 보이는 그 아주머니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다소 거무스름한 피부를 한 사람이였다. 니나가와와 달리 밝은 표정에 애교있는 얼굴을 하고있다.
    《어머나, 고마워라. 어서와요. 고등학교친구?》
    《네.》
    아주머니의 뒤쪽으로는 지금까지 니나가와가 연적이 없는 미닫이문이 열려있고 그너머로 해빛이 눈부시게 쏟아져들어오는 아담한 거실이 펼쳐져있다. 커다란 텔레비죤에서는 오후 프로의 웃음소리가 왁자하게 흘러나오는중이였고 겨울에 각로(脚爐)로 쓸법한 앉은뱅이 탁자우에는 차잔과 빨래집게로 봉한 과자봉지가 놓여있었다. 좌식의자 체크무늬방석우에는 살찐 고양이 한마리가 나를 보고도 별 놀라는 기미없이 심드렁하게 엎드려있다. 처음으로 이 집 본연의 모습을 본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낡고 어딘가 음산한 집이 아니라 옛날의 그리움이라는 따스한 단어가 어울리는 집이다.
    《사토시도 분명히 기뻐할거야. 지금 2층 자기 방에 있으니까 같이 올라가요. 이 집은 구조가 좀 희한해서 2층으로 가려면 좀 복잡하거든.》
    《혼자서도 갈수 있어요.》
    아주머니는 얼굴에서 웃음기를 거두고 내 눈을 쳐다보았다.
    《그래? 그러고보니 너, 요전에 우리 집에 왔던 애구나?》
    《네.》
    입 량끝의 주름이 선명한 아주머니는 진지한 얼굴을 하자 어딘가 박력이 느껴진다.
    《있잖니, 앞으로 우리 집에 올 때는 오늘처럼 나한테 한마디쯤 해줄래? 모르는 사이에 모르는 사람이 자기 집에 드나드는건 너라도 싫겠지?》
    순간 말문이 막혀 《정말 죄송했습니다》라고만 대답했다. 아주머니의 말은 옳다. 하지만 혼나는것에 익숙지 않은 난 솔직히 좀처럼 반성할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니나가와가 하자는대로 따랐을뿐, 이 집은 원래부터 이런 식인가보다 하고 생각하고있었는데.
    혼자 계단을 올라가 2층의 빛바랜 장지문을 열자 니나가와는 변함없이 어둑침침한 방 한가운데 펼쳐진 이불우에 엎드려 신문을 읽고있었다.
    《어, 하세가와? 어쩐 일이야?》
    《문병온거야.》
    《문병? 겨우 감기에? 대단한데. 암튼 고맙다.》
    씻지 않은듯한―사실 감기로 누워있었으니까 못씻었겠지만―꾀죄죄한 얼굴로 코를 훌쩍이고있는 니나가와를 보자 힘이 쭉 빠진다.
    《반애들이 등교거부라고 쑥덕이고있어서 진짠가 하고 와본거야.》
    《진짜? 아직 4일밖에 안빠졌는걸. 그냥 감기야. 티켓박스앞에서 밤새도록 줄을 섰더니.》
    니나가와가 상반신을 일으켰다. 언젠가 베란다에 널려있던 가느다란 회색줄무늬가 들어간 겨자색 파자마를 입고있다.
    《근데 그건 뭐야?》
    《심심한 위로의 복숭아.》
    시골에서 부쳐준것도 아니고 과일가게에서 돈주고 산것도 아니고 그저 우리 집 랭장고에서 훔쳐왔을뿐인 복숭아 두개들이 팩을 다다미우에 내려놓았다.
    《이 방에 칼있어?》
    《없어. 근데 잘 익어서 이 전도면 손으로도 어떻게 될것 같은데.》
    니나가와가 랭장고를 열자 텅빈 랭장고안을 채우려는듯 제일 아래칸에 식기들이 착착 포개져있다.
    《오늘은 포크가 없다.》
    니나가와가 말하며 두장의 접시와 저가락을 꺼낸다. 이어서 미네랄워터를 꺼내더니 조심스럽게 기울여 졸졸 흘러나온 몰에 손을 헹구고 신문지우에서 손으로 복숭아 껍질을 벗기기 시작했다.
    《그러면 그 신문 못보게 되잖아.》
    복숭아즙으로 물들어가는 스포츠신문 지면에는 현란한 청색제목으로 《○○리혼》그리고 그밑에 아주 작은 글씨로 《위기》라고 쓰여있다.
    《안보니까 괜찮아.》
    니나가와가 젖은 손으로 신문을 접자 그밑에서 낯익은 패션잡지가 나왔다. 세권 모두 올리짱의 페지가 펼쳐져있다.
    《계단을 올라오는 소리가 들려서 당연히 엄마가 들어오는줄 알았지. 이거 읽고있는걸 보면 안좋아하거든.》
    《나 방금 아주머니한테 혼났어. 집에 올 때 인사정도는 하라고.》
    《어? 엄마가 알고있었어? 아무 말도 없어서 모르는줄 알았는데.》
    자기 자식보다 남의 자식이 나무라기 쉬운걸가?
    《우리 부모님, 이제 나라면 치를 떨어. 나같이 안에만 처박혀있는 인종을 접해본적이 없으니까.》
    부모님하고도 잘 지내지 못한다니 우습다. 불량한것과는 또 다른 최악의 타입니다. 아직은 내쪽이 더 낫다. 난 적어도 부모님과는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지. 키누요도 있지…아니지, 키누요를 지금도 《있다》고 말할수 있는걸가?
    베개옆에 놓인 차잔속에서 묘한것을 발견했다.
    《얼음속에 애벌레가 들어있어!》
    《그거 허브야. 얼면 줄어들거든. 이걸 보고 따라서 만들어봤는데 사진처럼 예쁘게는 안되더라.》
    펼쳐진 잡지에는 《올리짱 레시피·허브얼음 만드는 법》이라는 기사가 있다. 옆에는 에이프런을 두른 올리짱의 사진, 낯익은 미소로 이쪽을 보고있다.
    잡지를 열심히 들여다보고있던 니나가와의 입에서 빨고있던 사탕이 뚝 하고 타월이불우로 떨어졌다.
    《음, 사탕이.》
    니나가와의 손가락이 사탕을 집어든다. 끈적거리는 오렌지색 삼각형 사탕에 타월이불의 실오라기가 지저분하게 엉켜붙어있다. 마음에 서걱서걱 바람이 이는듯한 급격한 허무감이 업습해왔다.
    《기분 나빠.》
    《뭐가?》
    《시종일관 올리짱, 올리짱 하는거.》
    나는 소중히 보관하고있던 누더기사진을 지갑에서 꺼내 다다미우에 올려놓았다. 니나가와는 얼굴을 가까이 가져가 사진을 응시하더니 다음 순간 표정이 확 밝아진다.
    《이거 잃어버린줄 알았었는데 작지만 뭔가 느껴지는게 있어서 마음에 들었거든.》
    예상외의 반응.
    이런것을 보여도 부끄러운줄도 모르고 훔쳐간 사람에게 화낼줄도 모른다. 팬시상자까지 기여가 코를 훌쩍이며 누더기 사진을 조심스럽게 스크랩북에 끼우는 그를 보자 소름이 돋았다. 나따윈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는듯 넋을 잃고 사진을 들여다보며 그는 이쪽 세계에서 이미 모습을 감추고있다. 이런걸 반복하다보면 언젠가 아에 이쪽으로 돌아오지 못하게 되는게 아닐가? 나도 모르게 그의 팔을 붙잡았다.
    《니나가와, 올리짱 애기말고 다른 얘기하자.》
    《응? 례를 들면 어떤?》
    《뭐가 있을가. 뭐든 아무거나 상관없으니까.》
    《…좋아하는 텔레비죤프로 같은거?》
    《아―근데 나, 요즘 텔레비죤프로라고는 학교 가기전에 보는 뉴스밖에 없으니까. 그건 좀…》
    《그럼, 좋아하는 아침뉴스에 대해서라도 얘기해?》
    《뭐어? 재밌겠니, 그런게?》
    둘이서 묵묵히 얘기거리를 생각했다. 나는 금방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지만 좀처럼 말을 꺼내기가 힘들어 접시우에 고스란히 남아있는 복숭아를 저가락으로 건드려댔다. 복숭아는 푹 잘 익어있어서 저가락에 힘을 조금 가했을뿐인데도 반으로 쪼개지며 하얀 과즙을 접시우로 쏟아냈다.
    《반애들 어떻게 생각해?》
    복숭아를 까만 저가락으로 잘게 쪼개면서, 그러나 한입도 먹지 않은채 대수롭지 않게 말해보았다.
    《수준낮지 않니?》
    니나가와는 순간 나에게 시선을 고정시킨채 정지된듯싶더니 금방 모든걸 리해했다는 식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아, 그러고보니 너도 생물시간 조편성할 때 혼자 남았었지.》
    《혼자 남았다》고 하는 여운이 가슴에 찡하게 사무친다. 당황스럽다. 이 앤, 친구따위에 무관심하고, 올리짱외의 현실에도 무관심하니까. 절망적인 말도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할수 있는거다.
    《그런게 아니구, 뭐라고 해야 하나. 난, 반아이들이랑 별로 얘기를 안하긴 하지만 그건 <낯을 가리기때문>이 아니라 <사람을 고르기때문>이야.》
    《응, 응.》
    《그러니까 난 사람에 대한 취미가 좀 고상한 편이라 유치한 사람이랑 얘기하는게 괴롭다구.》
    《사람에 대한 취미가 고상하다니. 그거 최고로 악취미 아니냐?》
    코소리로 대수롭지 않게 말하는투에 울컥 화가 치밀어오른다.
    《하지만 나 알것 같다, 그런거.아니, 그런 식으로 말해버리는 기분을 리해할수 있을것 같애.》
    동의는 동의지만. 내가 바라던것과는 다르다. 하지만 그의 말에 신기하게도 마음이 차분해졌다. 작은 복숭아쪼각을 입에 넣어보니 미적지근하다. 혀를 감싸는듯한 달콤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아야―》
    복숭아를 먹던 니나가와가 얼굴을 찡그렸다.
    《왜 그래?》
    《봉숭아즙이 입술에 스며들었어. 말라붙은 입술껍질을 전부 뜯어냈거든.》
    코가 막혀 입으로 숨을 쉬고있는 탓인지 니나가와의 입술은 잔뜩 갈라져있었다. 틀림없이 스며들겠네. 입술에 엄지손가락을 대고 눈섭을 찌푸리는 그를 보고있으려니 저절로 입에서 말이 넘쳐나왔다.
    《정말? 잘됐다! 나도 만져볼래! 핥아볼래!》
    내 몸은 저절로 움직여 반쯤 벌어진 그의 입술을 날름 핥아버렸다.
    피맛이 난다.
    니나가와가 싹 하고 얼굴을 뒤로 뺐다.
    《아퍼! 지금 뭐 하는거야?》
    의아한 표정으로 니나가와는 엄지손가락으로 입술을 훔친다. 한술 더 떠 파자마 옷깃으로도 닦아내고있다. 그 동작을 보고있는 동안 내가 저지른 일의 심각성이 서서히 와닿았다. 얼굴이 굳어지고 전신의 피가 쫘악 빠져나간다. 아무런 변명도 떠오르지 않는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고있는진 전혀 모르겠지만 가끔 날 보는 눈초리가 이상해져. 지금도 그랬지만.》
    《뭐?》
    《나를 경멸하는 눈이 된다구. 내가 올리짱의 라지오를 듣고있었을 때나 체육관에서 옆에 앉아 신발을 신었을 때 살짝 스치는것조차 끔찍하다는듯한 차가운 경멸의 눈초리로 이쪽을 보고있었어.》
    아니야, 그건 경멸이 아니야.
    더욱더 뜨거운 어떤 덩어리가 가슴을 가득 메워와 숨이 막혀서, 그런 눈이 되는거야. 아니 그보다 니나가와, 내 눈이 어쩌니저쩌니, 그럼 지금까지 나를 보고있었다는거야? 넌 내너머의 올리짱밖보고있지 않다고 생각했는데.
    《그치만 별로 싫은건 아니야. 아, 그보다 올리짱의 첫라이브공연이 있는데 함께 가지 않을래? 테켓값은 내가 낼테니까.》
    니나가와는 갑자기 생각난것처럼 말한다. 눈앞의 이 남자가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있는지 잘 모르겠다.
    《티켓을 네장이나 사버렸거든. 흥미 없으면 말고.》
    《시간이 맞으면 갈게.》
    《다음주 토요일저녁.》
    틀림없이 써클활동이 있는 날이겠지만 고개를 끄덕인다.
    《갈래? 그럼 티켓이 전부 네장 있으니까 친구 두명 더 불러도 왜.》
    《안불러. 유명하지도 않은 모델의 이벤트에 누가 가고싶어하겠니?》
    《그래도 티켓이 두장이나 남는건 아까운데.》
    《니나가와가 아는 사람을 한명 부르면 되잖아.》
    《짚이는는 사람이 없어.》
    《한사람도?》
    《한사람은 있어. 너.》
    발이 너무 좁잖아. 내 이하다.
    《할수 없네. 그런 내 친구 오구라 키누요를 부를게. 그것로 됐지?》
    《응. 하지만 그래도 티켓이 한장 남는데…할수 없다. 아깝지만 파는수밖에 없겠네.》
    니나가와는 끈질기게도 계속해서 구시렁거렸지만 무시하는수밖에 없다. 나 역시 키누요외에는 달리 부를 상대가 없는것이다.
    《그러게 티켓을 왜 네장이나 사고 그래?》
    《한사람당 네장까지 살수 있었거든. 티켓박스앞에 새벽 네시부터 불서서 한장만 달랑 사오자니 아까워서 말이야.》
    궁상맞다고 해야 할지 뭐라고 해야 할지.
    《그탓에 감기가지 걸렸지? 아무리 첫번째 공연이라고 해도 그렇지 너무 호들갑니다.》
    《그럴지도. 게다가 웬지 벌써부터 긴장이 돼.》
    역시, 어느새 올리짱의 이야기를 하고있다. 서로의 입술이 스쳤던 일따윈 없었던 일처럼 되여버렸다. 쿠션을 손가락으로 세게 눌러도 부드러운 탄력이 움푹 들어갔던 곳을 금방 밀어올려 다시 원래의 완만한 표면으로 되돌아가는것처럼, 자연스럽게.
    《올리짱을 실제로 보면 실망하게 될가봐 두렵기도 한건지. 설마 그럴리는 없겠지만 아무튼 기쁨보단 긴장감이 더커.》
    올리짱에 대해 이야기할 때의 니나가와는 평소의 멍한 느낌이 사라져 진지하고, 그리고 마치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듯 말을 한다.
    처음으로 실제의 올리짱을 마주하게 됐을 때 그는 어떤 얼굴을 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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