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오는 길에 편의점에 들러 요전에 니나가와가 보고있던 패션잡지를 선채로 읽었다.
    지면에 늘어선 모델들은 하나같이 버터냄새가 나고 코가 오뚝한 서구형 미인들이라 전부 올리짱이 나이였을지도 모른다. 페이지를 넘겨가자 흑백지면중에 올리짱의 짧은 카럼이 실려있다. 칼럼옆에는 20엔짜리 우표만한 올리짱의 사진. 어느 광고에선가 처음 오는 사람도 간단히 신청할수 있다는 금융기관을 소개하는 접수창구으 아가씨같은 미소를 짓고있다. 3년전의 기억과 맞춰보려고 애써봤지만 머리가 멍해서 잘 되질 않았다. 할수 없이 옆에 있는 카럼을 눈으로 훑어본다.

    ―안녕하세요? oli입니다. 이것을 쓰고있는 지금은 밤인데요. 창을 열자 밤바람과 함께 이웃집의 욕실냄새가 방안에 흘러들어옵니다. 비누방울의 좋은 향기와 멀리서 들려오는 희미한 샤워소리가 굉장히 기분 좋아요. 자연의 풍경을 자기 집 정원의 일부로 여긴가든 《차경(借景)》이란 말이 있지요? 그럼 이건 《차향(茶香)》인가? 암튼 럭키―!
    그런데 여러분은 매일 잠이 잘 오나요? 저는 어떤 고민이 있어서 최근까지 불면증에 시살렸어요. 고민이란 제 목소리예요. 낮지요? 지나치리만큼. 생각하고있던 고음이 록음중에 아무리 해도 안 나와서. 그것때문에 끙끙 앓다보니 밤에 잠도 안 오는거예요. 작은 불빛이 신경 쓰이기도 하고 몇번씩이나 화장실에 가고싶어지기도 하고 여러분도 한번쯤은 그래본 경험이 있지 않으세요? 그렇지만! 해결책을 찾았답니다.
    해결책이란… 숨어서 자기.
    방의 전등은 끄고 그 대신 일부러 책상우의 스탠드만 켜듭니다. 그리고 그 스탠드빛으로부터 몸을 숨기듯이 오리털이불을 머리끝까지 푹 뒤집어쓴채 숨박꼭질을 하는것 같은 기분으로 방구석에 조그맣게 몸을 웅크려요. 그러면 남모를 설렘이 온몸에 가득차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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