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류는 상호적이며 주고 받는 영향 역시 쌍방향인 것이다. 하지만 대등한 것은 아니다. 선진적인 사회나 문화가 그 보다 덜 선진적인 사회 또는 뒤떨어진 문화에 보다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게 되는 것은 상식적인 이해로 가능하다.
 
중한수교와 더불어 조선족사회는 한국이라는 보다 선진적인 사회로 진출의 문을 열게 되었고 처음에는 친척방문, 방문취업제가 위주이던 것이 점차 교류의 범위와 규모가 확대되면서 유학의 길에 오르는 이가 늘어나게 되었다. 조선족 중 그래도 중상위에 있는 군체가 한국으로 들어오기 시작하였으며 이는 한국 사회에 대한 이해와 포용, 그리고 배움과 옮겨놓기에 적극적인 촉매작용을 하였다.
 
현재 한국학중앙연구원 대학원에서 역사전공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노계선씨, 연변대학에서 문학 학사, 석사를 마치고 다시금 한국에 입국하여 학위의 길을 걷게 되었다. 1998년 대학 졸업 후 6개월만에 한국원광대학에서 1년간  어학연수가 한국생활의 첫 시작이였다.
 
인터뷰는 청량리역 영풍문고 커피숍에서 있었다.
 
“아시다싶이 한국은 자유민주주의를 표방하는 나라로서 어느 한부분에 국한 된 것이 아니라 사회 전반에서 표현됩니다. 더욱이 언론이나 출판, 발표 자유가 규정되어 있어 우리가 평소에는 볼 수 없는 현상들이 한국에서는 비일비재이지요. 한면으로 시민단체가 수많이 생겨나 이들은 정치 또는 모종 세력에 대하여 견제작용을 하고 있으며 공익사업이나 봉사활동, 기부문화, 서로돕기 등 적극적인 요소로 사회에 스며듭니다. 긍정적인 면이지요. 하지만 일부 시민단체들은 과격적인 정치행위를 서슴치 않으며 불필요한 분열과 혼란을 만드는 것도 간과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이러한 한국 정치 또는 세력의 등장에 대하여 재한조선족은 우리의 관점에서 바라보고 분석하고 판단하는 지혜가 필요한 것이다. 하지만 결과는 실망스러울  때가 많은 것이다.
 
“한국에서 뉴스에 종종 재한조선족에 대한 불미스러운 보도가 뜹니다. 대표적인 것이 토막살인사건이지요. 분석하여 보면 적지 않은 재한조선족은 한국의 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하여 잘못 알고 있는것이죠. 공권력에 대한 무시, 무작정 반항, 차별대우에 대한 불만, 통제력 상실 등이 적지 않은 조선족, 그 중에서도 언어, 지식, 기능 여러면에서 적응력이 차하고 경쟁력을 잃은 이들이 조선족 이미지를 훼손합니다. ”  
 
물론 사건의 발생에는 주객관적 요소가 있는 법이고, 하지만 현명한 이는 주관적 차원에서 문제의 발생원인을 찾고 해결책을 강구하는 것이다. 우리는 약자의 의식을 버려야 하며 “동족이기 때문에…”, “독립운동을 한 후손이기에…”라는 식의 사유방식을 버리고 약자에 대한 대우를 응당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스스로가 자신의 발언권을 가져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적응하고, 협력하고, 초월하면서 파워를 키우고 자체 가치를 높이는 것이 정도이다.
 
“한국은 출판, 독서문화가 참 잘되어 있어요. 광화문 교보문교에 가면 서점문화를 피부로 느낄 수 있지요. 서점 책궤 사이에 앉아서 독서하는 이들을 쉽게 볼수 있지요. 중국에서는 볼 수 없는 한국서점문화의 독특한 풍경이라 할 수 있겠어요. 지식의 보급은 서로간에 쉽게 뉴대감을 형성할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독서실이 하도 많습니다. 엄마, 아이가 공동으로 독서하고 각종 글짓기, 판매이벤트가 수없이 진행됩니다. 이러한 영향은 재한조선족을 변화시키고 있으며 제가 아는 한 친구는 귀국하여 연변에서 자선사업, 또는 봉사사업 개념의 독서실을 차려놓았습니다. 돈을 버는 것이 아니라 봉사를 하는 것입니다. 아무 대가 필요없이, 하고 싶은 일이니깐” 

 
한국인은 중국인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성격이 외성적이고 거침없고 자유롭게 개인척 취향을 추구하는 경향이 심하다. 택시를 타다보면 기사는 마치 국회의원 출마라도 할 듯 꺼리낌 없이 정치와 정객을 논하고 국제사회, 외교를 담론한다. 이들에게서 중요한 것은 개성을 강조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소비에서 이러한 개성이 그대로 반영된다.
 
“한국은 소비천국입니다. 다시 말하면 빚지고 사는 백성이 많지요. 할부제를 실시하기에 일단 사고 보는 것입니다. 이러한 소비 경향은 여가생활, 캠핑족의 탄생, (들)놀이 문화를 발전시키고 있는 것이죠.”
 
일상생활 패턴의 변화는 가정생활의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한국의 아빠들은 지금 가족화로 변화하고 있어요. 예전에는 사업, 회사 일에 여유 시간을 많이 할애하였지만 오늘의 아빠들은 주말부터는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을 찾고 소중히 여깁니다. 가족생활과 사회생활 패턴이 변해가고 있으며 이 뒤면에는 가족의 가치와 자아가치에 대한 각성이 꿈틀거리고 있는 것이죠. 이러한 영향으로 하여 재한조선족 사회도 많은 영향을 받고 있으며 본받아 가고 있습니다. 참으로 좋은 모습이라 생각되는데요. 아마 연변에도 이러한 생활패턴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압니다”
 
지난세기 마지막 10년, 중국조선족은 행운스럽게도 한국이란 우리보다 선진적인 사회를 접촉할 기회를 맞았으며 이는 조선족사회 발전에 하나의 기념비로 되는 사건으로 역사에 기록될 것이다. 

글 육삼/ 사진제공 노계선/인터넷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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