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춘식 칼럼니스트, 수필가
[서울=동북아신문]노가다판에 나가다보면 하던 일을 당일로 끝내지 못하고 며칠씩 더 다녀야 할 때가 늘 있는데 하루일을 끝내고 집으로 돌아갈 때 현장일을 책임맡은 오야지란 분이 왕왕 이런 귀띔을 한다. 누구누구는내일도 계속 데리고나오되 누구만은 데리고오지 말라. 사람을 더 데리고 나오려면 그 사람 대신 다른 사람을 데리고 오라고. 그리고 어떤 이는 아예 용역회사에다 누구누구만은 보내지 말라고 전화로 당부한다.

처음 나는 이런 당부에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것은 그들이 말하는 누구누구가 일재간도 있고 일에 게으름을 피우는것도 아니요 일을 남못지 않게 잘하기 때문이다. 그러자 가깝게 지내는 동료가 살짝 귀띔했다. 그 사람들은 말이 너무 많아서 오야지가 싫어한다는 것이다. 그러고보니 확실히 그 사람들은 말이 남보다 많고 불평불만도 많은 사람들이었다.일을 하러 왔으면 남이야 옳건틀리건 시키는 일만 고분고분하면 될텐데 자꾸 이러쿵저러쿵 제 주장을 내세우며 이건 이렇게 해야 되고 저건 저렇게 해야 옳다고 하니 자연 오야지의 비위가 상하고 눈에 거슬렸던 것이다. 우리가 알아두어야 할것은 이 세상사람 대부분이 자기보다 나은자를 싫어한다는 것이다.

노가다현장에서 보면 오야지들의 권력은 절대적이다. 그런데 그 사람보다 더 잘난체 더 아는체 한다는 것은 오야지로선 확실히 용납할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제일 꺼리는것은 뒤공논이다. 어떤 이들을 보면 오야지가 곁에만 없으면 자꾸 오야지의 흠을 들춰내면서 이것도 모르오 저것도 틀리오 하면서 흉을 보는데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고 그들이 하는 험담이 결국은오야지의 귀에 흘러들어가게 되며 이것 또한 오야지에게서 밉상을 받을만한 건덕지로 된다. 그리고 어떤 이들은 쓸데없이 오야지앞에서 남의 말을 하기 좋아하는데 이런 사람들 역시 오야지가 꺼리는 사람들이다. 그것은 그가 지금 그앞에서 남의 말을 했다면 필시 또 남들앞에서 오야지의 말을 할것이기 때문이다.이런 사람들은 남말을 하기 좋아하는것이 천성이라 어디에 가나 그 버릇을 못 고친다.

인터넷에서 설문조사한데 따르면 한국직장에서 최악의 동료로 말이 많은 사람으로 꼽혔다 한다. 보아하니 말 많은 사람을 싫어하는 것은 사람들의 보편적인 심리인 것 같다. 그것은 그들이 하는 말가운데 남의 비위를 상하게 하거나 남을 헐뜯는 말이 많이 끼여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말하기를 무척 좋아하는 수다스런 사람들이 있다. 자기가 끼어들 일도 아닌데 끼어들겠다고 주책없이 얼굴을 내밀고 세상 제밖에 아는 것이 없는 것처럼 잘난 체 하느라고 입을 벌린다. 남이 자기를 어떻게 보는지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말이 남의 비위를 얼마나 건드리는 지도 헤아리지 못하며 제 잘난 맛에 우쭐해져서 분별을 잃고 함부로 말을 한다. 결국 이 사람 저 사람한테 돌아가며 미움만 산다.

어떤 용역회사에서는 조선족을 아예 받으려 하지 않는다. 내가 한 용역회사를  찾아갔을 때 내가 조선족인줄 알고 소장은 여간 꺼려하지 않았다.내가 “조선족인데 왜서요?”하고 묻자 조선족은 말썽이 많다는것이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주는데 하나는 전날 술만 많이 마시면 이튿날 일을 나오려 하지 않는것이고 다른 하나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아무 소리나 탕탕 하면서 남의 비위를 상하기에 오야지들이 싫어한다는 것이요, 어떤 오야지들은 조선족이라면 아예 머리를 흔든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한국인은 안 그런가,내가 알기에는 한국인도 마찬가지라 하면서 반박하자 소장은 딴 말은 않고 그저 “조선족은 받고싶지 않은데...”하고 얼버무리는 것이었다.

하긴 이렇게 입을 제멋대로 놀려 일터에서 따돌리는 이들이 많은데 내가 보기에는 이 면에선 한국인이나 조선족이나 피차일반이다. 아내의 말을 들어보면 그가 일하는 음식점에서도 제혼자 아는척하면서 말을 주체하지 못해 이 사람 저사람과 갈등을 빚고 지어는 주인의 영업실력까지 폄하하다 결국 주인한테 해고당한 일군이 벌써 몇 명이나 되는데 그 가운데는 한국아줌마도 있고 조선족 아줌마도 있다. 말을 많이 하다보면 자기도 모르게 자기 말에 자기 스스로 얽힌다. 사실 다른 사람들이 알고있는 나의 모든 실수, 약점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입으로  내가 말한것이 대부분이다.요즘도 신문지상이나 TV를 통해 자신이 내뱉은 무분별한 막말 때문에 큰 낭패를 당하고 곤란한 지경에 처하게 된 사람을 자주 보게 된다. 자신의 말로 스스로 얽혔으며 자신의 말 때문에 잡히게 된 것이다.

직장생활에서는 물론 일상 생활에서 그런 저런 생각없이 나불대는 사람들을 우리 주위에서 너무나도 많이 보게 되는바  어떤 이들은 그런 사람들을 가리켜 오히려 "자기 주장이 강하다”고 하는데  이런 찬사만은 제발 아끼기 바란다.

<채근담>에서도 “현명한 사람은 다변보다도 침묵을 택하고 재치를 부리는 것보다는 무능을 가장한다”는 교훈을 내리고 있다. 말이란 많으면 실수하기 마련이지만 말을 적게 해서 낭패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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