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률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 이사장/연변·평양과기대 대외부총장
[서울=동북아신문]『사랑주의』란 책이 있습니다. 이 책은 중국 조선족 작가가 김진경 총장(연변/평양과기대)께서 1992년 9월 연변과기대를 개교한 이후 약 20여 년에 걸쳐 두 개의 공산사회주의 국가인 중국과 북한에서 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가운데 일어났던 중요한 사건과 에피소드를 정리 요약한 책입니다. 이 책이 한국에서 먼저 출간(2012년, 홍성사)된 이후 중국어판(2014, 사회과학문헌출판사)이 나왔으며, 금년에 일본에서 번역판이 곧 출간될 예정입니다.

이 글은 김진경 총장께서 필자인 이승률 이사장에게 ‘동북아 및 동아시아공동체’ 그리고 ‘원아시아(One Asia)’에 관한 글을 일본어판에 함께 수록하기를 원하셔서 2014년에 썼던 글과 『사랑주의』에 대한 특기사항을 첨가하여 재구성한 글입니다. <필자 주>

Ⅰ. ‘다양성 속의 통합’을 위하여

하토야마 유키오 일본 총리가 동아시아공동체를 주창한 이래 아시아지역뿐 아니라 구미사회 일각에서도 동아시아공동체 및 ‘원아시아(One Asia)’에 대한 관심과 지지를 표방하는 여러 가지 목소리가 번져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한중일협력사무국(TCS)’이 창립된 이후 처음으로 2014년 4월 15일, 조선일보와 함께 ‘다양성 속의 통합 - 동아시아 정체성과 공동체 정신’이란 주제로 한중일 3국 국제협력포럼을 개최한 일은 최근의 이런 경향을 대변하는 매우 뜻 깊은 국제컨퍼런스였다. 한중일 3국 정부 관료, 주요국 대사, 학계 및 언론계 주요 인사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동북아 평화와 번영에 있어서 한중일 3국 협력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이를 기반으로 ‘동아시아공동체’로 나아가는 길이 이 시대의 미래 이정표라는 점에 다 같이 의견을 모았다.

주지하다시피 ‘한중일협력사무국’은 한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합의한 3국간 협력사업을 보다 긴밀히, 조직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 2011년 9월 정부 간 국제기구로 출범했다. 한중일 3국간 협력을 통한 평화와 공동번영이야말로 ‘동아시아공동체’를 구현하는 실제 프로세스라는 점에서 우리 연구재단은 ‘한중일협력사무국’이 추구하고 있는 비전과 맥을 같이 하고 있음을 큰 보람으로 여기고 있다. 특히 초대 사무총장을 맡은 신봉길 대사(현 동북아협력대사)와 이와타니 시게오 현 사무총장께서는 본 연구재단과 각별한 파트너십을 유지하면서 한중일 문화교류부문 활동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격려해 주고 있다.

또한 금번 포럼에서 한중일 3국의 협력 방안으로 쏟아낸 각국 전문가들의 제안들은 본 연구재단이 그동안 동북아경제공동체 형성을 위해 제안하고 주창해왔던 사안들과 거의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이번 포럼의 전 과정을 지켜보며 남다른 감회를 느끼는 자리가 되었다.

예를 들자면, 한중일 FTA를 본격화하고 이러한 경제통합구조 위에 정치발전을 업그레이드 시키는 방법으로 동북아공동체 형성을 촉진하자는 자오진쥔(趙進軍) 중국 외교학원장의 제안과 유라시아 횡단철도,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등 인프라 개발을 통해 동북아 통합을 가속화하자는 켄트 칼더(Kent Calder)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제안, 그리고 공동체 의식을 고취하기 위해 ‘캠퍼스 아시아’를 비롯해 교육과 학문을 중심으로 인문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제안들은 필자가 그동안 줄기차게 강조해 온 동북아경제공동체 형성의 대안적 방법론과 일치한다.

그동안 필자는 남북한 미래상과 한중일 3국의 미래상을 하나의 ‘큰 역사발전의 틀’ 안에서 상호작용하는 협력관계로 이해하고, 이런 관점에서 동아시아 초국가적 국제협력을 기반으로 하는 ‘다양성 속의 통합’을 위한 실질적인 정책과 대안을 꾸준히 제시해 왔다. 특히 졸저인 「초국경 공생사회」(한우리, 2011년)를 통해 ‘한중일협력사무국’이 동아시아공동체 및 ‘원아시아’ 협력의 모체가 되기를 바라면서 위에 나열한 여러 가지 대안적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제안한 바 있다.

Ⅱ. 초국경 공생사회로서의 동아시아공동체

▲ 이승률 著 ‘초국경공생사회’(한우리 2011년 간)
오늘날 우리 시대의 양상이 급속히 변하고 있다. 세계 금융위기 이후 글로벌 경제의 축이 아시아 지역으로 이동해 왔을 뿐만 아니라 그 기세가 점점 더 가속화되고 있다는데 이견이 없다. 이러한 시대흐름 가운데 아시아가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원아시아’를 구축해야 한다는 논의 또한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이를 위한 거시적인 구상과 실행 가능한 계획들이 제시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중요한 대안으로 역내 핵심 지역인 한중일 3국간에 정치·경제·사회적 협력체를 이루는 것을 꼽고 있다.

즉 아시아 역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한국, 중국, 일본이 반목과 갈등의 굴레에서 벗어나 소통과 협력으로 함께 공진(共進)하는 노력이 선행되어 ‘원동북아’의 기초를 이루고, 이런 기반 위에 이해관계가 맞는 역내 국가들과 통합의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 ‘원아시아’ 구축의 첩경이라는 것이다. 이는 필자뿐만 아니라 니얼 퍼거슨(Niall Ferguson) 하버드대 교수를 위시한 세계 석학들의 공통된 의견이기도 하다.

지난 2010년 10월 세계지식포럼에서 니얼 퍼거슨 美 하버드대 교수는 “원아시아를 실제로 가시화할 수 있는 구체적 액션플랜으로 동아시아공동체 또는 ‘원아시아’에 앞서 ‘원동북아’부터 만들어야 한다”며, 이것은 “동북아시아에서 일단 한중일 3국이 중심이 되는 단기적 목표를 달성한 뒤 단계적으로 동아시아, 서남아시아 등으로 확장해야 하는 것으로 ASEAN(동남아국가연합)이 아니라 ANEAN(동북아국가연합)이 우선되어야 한다”라고까지 언급한 바가 있다.

최근 유로존(Eurozone)의 금융위기 때문에 다소 불안한 기색을 보이고 있지만, 그러나 유럽연합(EU)은 여전히 이 시대의 가장 강력한 정치·경제·사회적 결속체로서 21세기 역사 진보의 상징이 되고 있다. 그 유럽연합(EU)은 6개국으로 시작된 유럽석탄철강공동체(ECSE)가 모태가 되어 회원국 확대를 단계적으로 도모해 결국 2009년 27개국 회원국을 포괄하는 성공적 지역통합을 이룬 모범사례를 보여주었다. 이러한 유럽의 경우를 사례로 삼아 교훈을 얻는다면, 동북아 역내 경제의 핵심 국가인 한중일 3국이야말로 동아시아공동체 및 ‘원아시아’ 실현을 위한 ‘원동북아’의 기초적인 중추세력인 동시에 또한 지속가능한 발전 주체로서의 구역가치를 드러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중일협력사무국’이 2011년 9월 27일 서울에서 공식 출범한 일은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1999년 ‘동남아국가연합(ASEAN)+3(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중일 3국간 협력을 논의하기 시작한지 12년 만에 이룬 결실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러한 역사적 성과를 얻기까지에는 2008년 12월 후쿠오카 회담으로부터 2011년 4차 회담에 이르기까지 진행되어온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이 결정적 기초가 되었고, 이 3국간 정상회담을 통해 추진해 온 모든 의제들과 당사국 관계자들의 노력은 한중일 역사 발전뿐만 아니라 동북아 지역과 아시아 전체 사회에 더할 나위 없는 중요한 진전을 보여주었다.

이런 과정을 거쳐 2011년에 출범한 ‘한중일협력사무국’의 개설은 한중일 3국이 보다 실질적인 협력을 체계화, 조직화, 고도화시켜 나가는 일에 획기적인 동력을 제공해줄 것으로 기대된다. 일찍이 사무국 형태로 시작해 거대한 국제기구로 성장한 유럽연합(EU)이나 동남아국가연합(ASEAN)의 전례에서 볼 수 있듯이, ‘한중일협력사무국’이야말로 앞으로 ‘원동북아’ 그리고 나아가 동아시아공동체 및 ‘원아시아’ 국제협력의 모체가 될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와 함께 필자의 입장에서 ‘한중일협력사무국’에 바라고 싶은 바가 있다. 필자 본인은 그동안 동북아공동체사회 조성을 위해 연구 활동을 해온 한 사람으로서 ‘원동북아’를 형성하기 위한 대안적 방법론으로 다음 네 가지 부문을 중점적으로 고려해왔다.

첫째, 동북아지역 경제통합의 첫걸음이라 할 수 있는 한중일 3국간 공동 FTA를 체결하여 동북아지역의 경제협력제도를 완비하는 것이다. 둘째, 동북아의 중심에 위치한 한반도를 교통의 중간거점지대로 삼아 한중-한일 해저터널과 같은 고속물류유통망 건설사업과 아시안 하이웨이, 아시안 초고속철도망을 연계하여 초국경 지역개발을 위한 광역교통망을 구축해야 할 것이다. 셋째, 유럽에서 시작된 에라스무스(Erasmus) 운동을 아시아에 도입, 대학 간 공동학위제, 학생이동, 인턴 및 취업장려 시스템을 갖춘 ‘아시아판 에라스무스 운동’을 추진하여 인적교류와 인재 육성을 통한 지식공유 네트워크를 활성화해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NATO식 다자안보협의체를 창설하여 역내 국가 간에 발생할 수 있는 군사적 갈등과 영토분쟁 및 환경문제, 자연재해 등을 사전에 방지함으로써 동북아지역의 긴장완화와 역내 평화정착을 도모해봄직하다.

이러한 여러 부문의 주제들을 체계화하여 한중일 3국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된 공진(共進)전략, 즉 지속가능한 초국경 국제협력을 발전시키고 나아가 금융시스템의 개선, 에너지 및 자원 공동개발, 기술이전 및 산업표준화, 자연환경보전 및 사회안전망 등 제 분야에서 실제적인 호혜협력을 강화해 나갈 수 있는 다자협력체제를 공고히 한다면 동북아 및 동아시아, 나아가 아시아 국가들이 제도적으로 동반성장을 이룰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될 것이다.

이와 동시에 동북아 연합을 전제로 하는 ‘원아시아’ 구축에서 무엇보다 필수적으로 점검해야 할 사항은 한반도의 중간매체역할이다. 많은 학자와 전문가들이 지적하고 있는 것과 같이 지정학적으로 한국이 취할 가늠자 역할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먼저 중국과 일본이라는 두 거대 이웃 국가들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주는 중심추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미중 양자관계에 의존하여 국제질서가 구축되고 있는 G2시대를 맞아 한반도 통일문제와 아시아 지역의 각종 현안을 풀어가기 위해선 한국이 먼저 능동적이고 우호적인 태도로 미중 양국의 지지를 확보하는 한편 지정학적인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이들 양국을 상호견제·보완하는 신거대전략(New Grand Strategy)을 세우는 역할도 함께 수행해야 한다.

다시 말해 한국이 세계금융위기 이후 명실공히 국제경제에 대한 최상위 협의체로 자리매김한 G20의 일원이 됨으로써 이 기구의 지속적인 발전과 역량 강화를 위해 중견국가(Middle Power)로서 뒷받침해야 할 조건과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야 한다. 2010년 G20 서울회의 의장국으로서 한국은 오랜 기간 대치상태에 있는 남북관계의 개선을 비롯해 한미·한중·한일 관계를 조정하고 결속하는 균형자적 지혜를 발휘하여 선진국들과 신흥국가들 간에 ‘쓸모 있는 교량역할’을 감당함으로써 새로운 세계질서(New Normal) 재편 과정에 선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렇듯 우리는 국제정세의 흐름을 활용하면서 중국과 일본 그리고 미국 사이에 끼어있는 샌드위치형 현실을 뛰어넘는 새롭고도 지혜로운 타개책, 즉 'Between to Beyond' 개념을 갖고 신아시아시대 핵심국가로서의 역할을 맡는 창조적 기회를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나아가 이러한 동북아지역의 공동체 환경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들과 함께, 공존·상생의 기조 위에 북한의 개방과 국제화를 이끌어 내어 한반도의 평화통일을 성숙시키는 일에도 주도적인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 북한과 접경해 있는 두 개의 나라, 즉 중국과 러시아를 활용한 북중경협 및 북러경협 그리고 나아가 북일경협, EU 및 미국과의 경협 등 실제적이고 실현가능한 국제공조체제를 갖춰 북한을 중국식 또는 북유럽방식 개혁개방 체제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 한반도 통일을 향한 제3의 길이 될 것이라 판단한다.

결론적으로 남북한 통일을 전제로 하여 한반도를 중간 소통지역으로 삼아 동북아시아의 핵심 3국인 한중일을 하나의 기초집단(동북아경제협력체)으로 결속시킨 후 이 기반위에 동아시아지역 문화사회공동체를 형성하고, 나아가 동남아, 인도, 중앙아시아와 중동지역까지 국제정치적 유대관계로 연합하는 대단위의 ‘원아시아협력체’를 구축하는 것이 이 시대의 흐름을 최대한 활용하는 '초국경 공생사회'로 나아가는 로드맵이 된다고 믿는다. 이러한 한중일 3국의 소통과 남북한 분단현실을 뛰어넘는 신크레틱스 리더십(Syncretics Leadership), 즉 갈등을 통합하는 소통과 화해의 시대정신을 갖춘 희망의 역사를 구현하는 일이 필자의 평생의 꿈이요 사명이라 여기고 있다. 이것이 또한 궁극적으로 우리 한민족이 나아갈 천년대계를 준비하고, 나아가 한반도 통일과 함께 동아시아의 항구적 평화와 번영을 기약하는 대안이 된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따라서 필자는 가진바 역량을 다하여 끝까지 이 길을 걸어 갈 것이며, 이 길은 곧 자신을 더없이 ‘가치 있는 삶’으로 이끌어 줄 것이다.

Ⅲ. 동아시아공동체형성의 정신적 지주 : 사랑주의

▲ 허련순 著 ‘사랑주의’(홍성사 2012년 간)
필자에게는 이러한 ‘가치 있는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누구보다도 귀중하고 아름다운 인연을 맺어온 한분의 크리스천 지도자가 계신다. 그는 연변과학기술대와 평양과학기술대, 양교를 설립·운영하고 계시는 김진경 총장이시다.

20여 년 전의 일이다. 북경아시안게임이 있던 해(1990년) 10월 초, 우연한 기회에 북경에서 한 분의 ‘꿈꾸는 사람’ 김진경 총장을 만났다. 한국 출신의 미국 시민권자인 김진경 총장은 일찍이 유럽에 유학을 했고, 그 후 미국에서 20여년 넘게 대학 교수로, 사업가로 활동하여 상당한 성공을 거둔 분이다. 그런 분이 1986년 중국사회과학원 초청으로 북경에 와서 1년을 지낸 다음, 남들이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길림성 정부의 승인을 받아 연길시(연변조선족자치주 수도)에 ‘조선족기술전문대학’을 세우는 일이었다. 지금에 와서야 그러려니 하지만 그때까지는 그 일이 가능하리라 믿는 사람도 없었고, 또 그런 일을 시작한 사람도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그는 꿈을 꾸었다. 그리고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전력을 다해 앞에 있는 푯대를 향해 달려 나갔다. 그 결과가 바로 연변과학기술대학(1992년 9월 16일 개교)이다. 그리고 그 꿈은 계속되어 북한의 평양 땅에도 대학(평양과학기술대학, 2009년 9월 19일 1차 건물 준공식 및 개교, 2010년 10월 25일 개학)을 세우게 되었다. 그가 바로 현존하는 세계 양대 공산주의 국가에 대학을 설립하여 총장을 겸하고 있는 김진경 박사이다. 그는 대학을 통하여 과학기술교육 뿐만 아니라 인성교육과 함께 미래지향적인 국제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전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그런 그가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다.

“나는 공산주의자도 아니요, 자본주의자도 아닌 사랑주의자입니다.”

그는 한국 출신이지만 미국시민권과 중국공민증, 한국 서울특별시 명예시민증, 북한 평양 명예시민증까지 가진 분으로서 한국, 미국, 중국, 북한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한마디로 말해 초국경시민으로서의 특수 인생을 살고 있다.

김진경 총장의 인생관은 분명하다. 그는 관념론적인 공산주의나 사회주의 또는 자본주의에 치우지지 않고 이웃을 위한 배려와 헌신과 희생정신을 바탕으로 한 ‘무조건적 사랑주의’만이 이 시대의 마지막 구원책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랑’을 떠난 그 어떤 이념이나 이론도 이 사회를 구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궁극적으로는 ‘편견과 허상의 굴레’에 불과하다고 보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자신의 삶을 바쳐 ‘아가페적 사랑’을 실천하고자 노력해온 것이 그의 인생 전부이다.

연변과기대와 평양과기대는 그런 ‘사랑주의’를 기초로 설립되고 운영되어 왔다. 이런 김진경 총장의 ‘사랑주의’는 대학교육으로만 그치지 않고, 필자를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한중일 3국간에 화해와 소통을 요구할 뿐 아니라 미국, 러시아, 유럽 등 주변국들과의 유대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도록 진정성 있는 국제협력을 요청할 때가 많다. 필자가 운영하고 있는 동북아공동체연구재단이 바로 김진경 총장의 이러한 사랑주의적 국제협력정신을 기본으로 하여 결성된 싱크탱크인 셈이다.

각설하고, 김진경 총장의 이러한 ‘사랑주의’야 말로 동아시아공동체와 ‘원아시아’라고 하는 21세기 역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만드는데 필요한 기초적 이념이요 또한 미래를 밝히는 푯대가 되어줄 시대정신이라 말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 같다. 평생을 인재양성과 국제협력의 증진을 위해 온몸을 던져온 김진경 총장이야말로 이 시대의 초인이요 그가 꾸는 꿈, 즉 ‘사랑주의’는 이 시대의 선(善)이며 우리가 추구해야 할 최선의 ‘가치 있는 삶’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이런 ‘사랑주의’ 즉,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의 정신적 지주로서의 ‘사랑주의’를 기초로 한 한중일 3국의 소통과 협력은 이 시대 동북아 지역을 하나의 선린공동체로 결속시키는 가장 중요하고 탁월한 요소임에 틀림없다.

이러한 시대상을 반영하여 한중일 3국이 과거사와 영토분쟁 등에서 보여주고 있는 소모적 갈등을 뛰어넘어 궁극적으로 유럽연합(EU)이나 아세안(ASEAN)과 같이 정치·경제·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다자협력체 형성을 위한 노력을 성실히 수행해 나간다면, 대내적으로는 한반도 선진통일의 초석을 이루게 될 것이며, 대외적으로는 ‘원아시아’로 나아가는 교두보를 만들어 새로운 역사진보(New Normal)의 물꼬를 트게 될 것이다.

이와 더불어 한중일 3국이 중심이 되어 추진해 가는 ‘동북아경제공동체’ 결성에 북한도 대화와 협상이 가능한 파트너로 참여하도록 길을 열어주는 일은 이 지역의 안전과 공동번영을 위해 필수불가결한 대책이라 판단된다. 이러한 과정(‘한반도신뢰프로세스’)을 통해 한반도 통일과 동북아평화협력체 결성을 합목적적으로 이끌어 내는 일은, 이 시대 우리에게 맡겨진 역사적 사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더군다나 이러한 공동체 사역에 미국과 러시아, 인도 및 중동지역 그리고 EU까지 복합적으로 연결하여 다층구조의 국제협력 시너지(Positive Sum)를 생성한다면 이 다자안보·경제협력체는 명실공이 세계를 이끌어가는 핵심세력권(‘원아시아’)이 될 것이 분명하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이 일은 분명 이 시대의 흐름을 활용하는 신거대전략(New Grand Strategy)인 동시에 ‘사랑주의’를 기초로 해서 ‘다양성 속의 통합’을 이끌어가는 ‘초국경 공생사회’로서의 로드맵이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동아시아공동체로 가는 길, 그 넘어 ‘원아시아’로 가는 길목에서 ‘한중일협력사무국(TCS)’이 이러한 역사적 사명과 목표의식을 갖고 그 자신이 가야할 길에 있어서 무궁한 발전과 역량을 발휘하는 탁월한 국제협력기구가 되어줄 것을 온 마음으로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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