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연희 재한동포문인협회 부회장, 동포모니터링단장
[서울=동북아신문]2014년 한국인 지인과 만나서 식사하던 중에 내가 조카의 결혼식 때문에 중국으로 간다고 했더니 결혼부조를 얼마를 하는 가고 물었다. ‘저는 많이 못해요. 한 100만 원 정도’라고 했더니 그 분이 깜짝 놀라는 것이었다. 한국인들에게도 백만 원이란 결혼부조는 적은 액수가 아니라고 하면서 한국인들은 각자 자기의 분수에 맞게 결혼부조를 하지 무턱대고 남들처럼 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돈을 벌고 있는 조선족들은 친척 지간에 결혼부조금을 300만 원에서 500만 원까지 통 크게 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 한국에 나와서 돈을 벌지 못하는 사람들은 남한테 꾸어서 결혼부조금을 내야 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결혼부조금도 다르지만 결혼식장의 규모도 다르다. 2012년에 한 한국인을 따라 결혼식장에 갔었는데 작은 웨딩홀에서 간소하게 식이 진행되었고 식사도 뷔페식이었다. 하지만 조선족들은 비싼 돈을 내고 거대한 혼례식장을 예약하며 결혼식도 시간이 짧은 것보다 길게 장황하게 늘여놓아야 제대로 된 결혼식이라고 생각한다.  음식도 한상에 열개 이상의 반찬을 갖추어야 제대로 된 손님접대라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절반이나 넘는 음식이 그대로 버려지는 것을 보면 한심하다. 맥주와 곡주를 상자채로 식탁 곁에 가져다 놓고 취할 정도로 끝까지 앉아서 마셔대는데 그들을 바라보노라면 태어나서 평생 술을 마셔본 적이 없는 사람들인 것 같다.  더 가관인 것은 결혼식장에 참여했던 동창이나 가까운 친척들이 2차 노래방까지 가는 것이 아니라 3차로 양고기 뀀점에 가고, 4차로 해장국까지 먹어야 끝난다는 것이다. 그 4차까지 계산은 양가 결혼식 부모들이 한다. 동창생들이 어쩌다 만났다고 노래방에서 술과 안주를 얼마나 많이 주문했는지 한방에서만 16만원이란 결산서가 나왔다고 친구가 나한테 전화를 했던 기억이 난다. 아들 결혼식이 끝난 후 친구와 그 남편은 돈을 나누어 가지고 다니면서 2차, 3차 마무리 결산하기에 바빴다고 한다. 한국인들은 결혼식이 끝난 후 간혹 2차로 커피숍에 가는데 자기들이 알아서 계산하는 것을 보았다.  결혼식 외에도 자녀들의 결혼준비를 하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경제수준이 높은 신랑부모는 신혼집을 사줘야 하고 약혼식과 예물 등 합쳐서 보통 현금으로 2천만 원이 소요되며 신부 부모들은 차 한 대를 사주거나 거액의 저금통장을 딸한테 주기도 한다. 신혼집도 보통 아파트가 아니고 엘리베이터가 있는 집이어야 한다. 한국은 신랑신부에게 결혼비용을 전세금으로 주거나 살림을 하는데 보태라고 주는데 참 현명하고 지혜로운 부모들의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십여 년 혼신을 다해 일해 온 한 조선족부부가 아들부부한테 한국에 1억4,000만원을 주고 살림집을 마련하고 자기네들은 18만원 월세 집에서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본적이 있다. 부모에게 과도한 요구를 한 자식보다 그 요구에 순순히 응해준 부모의 잘못이 아닐까? 그럼에도 그 자식은 부모의 생일날 달랑 술 한 병만 들고 왔었다고 섭섭해 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것이 옳은 자식사랑이 아니라고 판단된다.  또 다른 점은 지금 대부분 조선족들이 한국에 나와 있기에 결혼식을 중국에서 한번, 한국에서 또 한 번 하다 보니 그 비용이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친구끼리 자녀의 결혼식부조는 적어서 10만원이고 20만원 이상 부조하는 사람도 많다.  심지어 결혼식에 하객이 많아야 쪽 팔리지 않는다고 해서 결혼식 하객접수에 열을 올린다. 연락이 없던 동창들까지 결혼식에 청하기 위해서 우선 본인이 한상 갖추어 거나하게 식사접대를 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 동창들에게 결혼청첩장을 보내며 결혼식이 끝나면 고맙다고 또 한상 차려서 대접한다. 하지만 우리와는 달리 한국인들은 부조를 하고 오지 못하는 분들한테 타월 같은 작은 선물로 답례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훨씬 경제적이고 또 상대에게 부담을 주지 않는 것 같다.  못살던 시절에는 이런 결혼식 문화가 조선족사회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많은 조선족들이 한국에 나와서 경제적으로 부유해지기 시작하자 힘들게 번 돈을 자녀의 결혼비용에 거의 다 쏟아 부으면서 거기에서 보람을 느끼고 그것이 자녀들에 대한 최대의 사랑이라고 하는데 과연 이것이 옳은 일인지 되새겨 봐야 할 것 같다. 오히려 한국의 결혼문화를 배워 교회나 성당 혹은 작은 혼례식장에서 간소하게 결혼식을 치르고 그 결혼비용을 자녀들의 새집마련이나 살림살이에 보태게 하는 것이 자녀들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나도 아들가진 부모로서 늘 근심이 태산 같다. 나한테는 그런 경제적 능력은 없고 아들이 준비해서 결혼하기는 틀린 것 같고 아들의 연애기간은 늘어만 가니 난감하기 그지없다. 나는 애들에게 간단한 결혼식만 올려주고 양가부모들이 돈을 모아서 애들 집장만 하는 데 보태주면 좋으련만 아들가진 죄인이라 그렇게 말하면 염치없게 되고 그냥 시간에 맡기고 있다. 많은 부모와 자녀들을 위해서라도 우리의 결혼문화가 바뀌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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