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포 밀집지역에 국제학교 설립 추진을 환영한다

▲ 문민/대림국제학원장, 재한동포교사협회장
[서울=동북아신문]중국동포 밀집지역에 국제학교 설립을 추진이라는 기사가 동포사회에 빅뉴스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초등학교 자녀를 둔 학부모들은 국제학교 설립에 대해 크게 반기고 있다. 굳이 국제학교가 아니어도 현재의 한국학교에 대해 대부분 만족하며 잘 지내고 있는데 멀리 타국에 와서 한국어도 배우고 중국어까지 배우는 일거양득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니 이보다 더 좋을 수가 있을까.  

그동안 한국의 국제교육은 밖으로 나가는 것

그동안 한국의 국제교육의 중심은 영어를 배우러 영어권 선진국에 유학을 가는 것이었다. 유학을 통해 더 넓은 세상에서 새로운 것을 배워 더 큰 인재로 되도록 하려는 한국의 부모들의 교육열은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었다.

그러나 국제교육의 부담은 적지 않았다. 어린 자녀가 해외에서 혼자 공부하기 어렵기에 부모 중 한명이 같이 동행하다보니 ‘기러기아빠’가 생겨났다.

한 가정이 아이 교육을 위해 양쪽으로 나눠 생활하다보니 경제적인 부담도 적지 않았을 것이다.

가뜩이나 출산율이 낮은데 있는 아이들마저 해외로 조기유학을 가다보니 국내 재학생이 점점 줄어 대도시의 학교에서도 통폐합이 이루어지고 있다.

얼마 전 있었던 재외한인학회의 간담회에서 영일초등학교 교감선생님의 발표에 따르면 전교 재학생이 천 명이상이었던 학교가 지금은 재학생이 4백 명도 못 미친다. 그나마 현재 재학생의 30%~40% 중국 출신이다.

영일초등학교보다 외국학생 비율이 더 많은 학교도 있다.

내국인 학생은 점점 줄고 반대로 외국학생 비율이 높아짐에 따라 학교 구성원만 볼 때 이미 국제화가 이루어진 셈이다.

孔子가 일찍이 말씀하기를 인재시교(因材施敎)라 했거늘 학생들의 소질과 다름에 따라 최상의 교육을 하는 것이 동양인이라면 다 아는 도리다. 외국출신 학생들에게 오로지 한 가지-한국교육만 강요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그들이 선택하여 왔다 할지라도. 국제학교의 설립은 피할 수 없는 추세다.

학교 교육은 학생, 교사, 그리고 교육과정 삼박자 맞아야

중국의 조선족학교가 그 이름을 갖게 된 것은 조선족 학생을 대상으로 조선족 교사가 조선어문을 가르쳤기 때문이다.

요즈음 조선족 학생이 줄어 중국 한족학생들의 비율이 점점 높아가고 있다. 그럼에도 조선족학교 명맥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조선족교사가 있고 조선어문 교육과정이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에서 초등학교의 단계에 국제학교를 설립하려면 최소 3박자가 맞아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외국학생이 일정 비율이상으로 유지되는 학교의 경우 우선 고려대상으로 볼 수 있다. 다음은 교사 수급과 교육과정인데 그중 교사수급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 같다. 이미 오래전부터 일찍 한국을 떠나 외국 학교 교육을 경험하고 귀국한 인재를 영입하거나 혹은 한국에 유학한 경험이 있는 외국인 출신 인재들을 영입하면 된다.

문제는 교육과정이다. 현행 교육제도에 따르면 초등학교에서 외국어 과목을 임의로 정규과목으로 설치할 수 없다. 현재 배우고 있는 영어도 1학년부터 배우는 게 아니라 3학년부터 정규과목이다. 여기에 외국어를 하나 추가한다는 것은 법을 바꿔야만 가능한 일이다.

법을 바꾸는 일도 사람이 하는 일이라 마음만 먹으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 있는 일이다.

초등학교 국제학교 설치는 의미 커

그동안 중국동포자녀들이 특정 지역 학교에 몰리면서 정작 그곳에서 살고 있던 한국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불상사가 있었다. 그러나 국제학교로 바뀌면 너도나도 다시 복귀하려고 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지역 슬럼화를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중국에서 조선족소학교 교사를 역임했던 필자 역시 국제학교 설립에 큰 기대를 하고 있다.

얼마 전 중국 조선족학교에 재학 중인 중고등학생 100여명이 KBS 도전 골든벨에 참가하여 자랑스럽게 골든벨을 울렸다.

그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조선족교육의 가능성-조선족 학생들이 한국, 중국 어디에서도 경쟁력을 갖춘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했을 것이다.

골드벨 마지막 50번 문제가 조선족학교의 전신이며 독립운동가 이상설 선생께서 설립한 서전서숙에 대한 문제였다. 110년 전 연변 용정에 설립된 서전서숙의 뒤를 이어 마을마다 조선족학교가 설립되어 조선족은 중국의 56개 민족 중 1950년대부터 문맹률이 가장 낮은 민족으로 칭송되었다. 실제로 조선족 교육 덕분에 한국에 온 중국동포들은 여느 외국출신들보다 한국사회에 잘 적응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현재 추진 중인 국제학교에서 명실상부 국제교육(중국어 교육)이 이루어진다면 이 학교를 졸업한 학생들은 글로벌 인재로 성장할 것임이 틀림없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엄마 고향으로 가서 엄마가 다녔던 학교에서 교사가 되어 조선족 교육의 명맥을 이어나간다면 백여 년 전 민족의 미래를 위해 서전서숙을 설립하셨던 이상설 선생님께서 지하에서 크게 기뻐하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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