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동북아신문]시의 불가결의 요소 중의 하나가 상상이다. 시는 상상으로 시적 이미지를 표현한다. 변창렬은 뛰어난 상상을 가진 시인이다. 상상의 언어를 통해 눈에 직접 보이지 않는 것을 보여주는 탁월한 재능으로 자기만의 독특한 시적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그런 상상은 흔히 비유(은유)와 상징, 의인화 등 표현법을 더해 자기만의 감성적인 시상(詩像)을 빚는다. 우주만물과 시공간을 넘나들며 시적 나래를 펼치는 묘미를 찾아내야 우리는 비로소 시에 내재된 시인의 감성의 옷자락을 잡고 깊이 빨려들 수가 있을 것이다. 편집자

▲ 변창렬 시인 / 재한동포문인협회 부회장

  지평선 돌고 돌아지구는 한바퀴었어도백두산 한나산은 떳떳이우주중심에 솟아 있다 그 가운데 가로지른한강나만의 지평선이다한강 하나로태평양 대서양 이어주는우주는 하나로 돌고 있다 단군 이래 발밑 끝까지따라 온 발자국들은하나로 꿈틀거리며 빛나고 있다 흩어진 모래도뭉치면 바위가 된다백두산에서 뻗은 한나산뿌리 하나로 엉킨바위자락이다그 자락에 스치는 두루마기햇빛으로 눈부시다  송편 엄마의 호미 날이 문드러져일그러진 반달엄마의 서러움 움켜 싸서찌그러진 얼굴팥 속은 검붉게 멍든엄마의 주근깨였다 조각달 구석에초가집 짓고 사는 울엄마먼 길 갈 수 없어초라한 밥상하나 받쳐 드립니다엄마의 휘어진 등허리둥글게 만들어눈물겹게 먹고 싶어요!   가을이란 노란 것일까 파란 잎이 노랗게 물드는은행나무가 된다그림자도 스스로 늘어지더니그늘이라고 나 앞에 섰다지나는 바람도노란빛에 어리숙해질 때바람은 은행잎에 매여 달려나의 눈치 보고 있다숨길 수 없는 푸른빛은누렇게 미쳐도바람은 푸른빛으로 나눕는다은행나무사이에 열매들이동그란 눈 되어 바라보고 있구나눈동자에는 노란빛이 숨어 있다  미친 향기 노을길 따라뻗은 것은 단순한 것이다노을의 꼬리에는그림자가 없다 꽃도 노을길 따라그림자 흉내 내는 망신이다잎사귀 모서리에 숨는자존심 하나는 어처구니없어두서없는 오솔길뿐이다 그 길 따라 질질 끌고 가는 것은스스로 속고 마는 거품이다그 거품 속에 웃는 얼굴이 있다 새물새물 웃을 때조용히 젖어드는 간지러움그것은 얄미운 뒷모습이다 꽃가지도 쑥스러워 몸서리치면서남기는 향기는나만이 익혀 둔 숨소리뿐이다내가 미쳐도 열두 번 미치는그것이 바로당신 때문이란 것이다  가로등  빛은 언제나 뽐낸다구석마다 스치는 빛은기지 잎새에 숨겨져 있을 줄알겠나 골목길 굽인돌이에그림자 꼬리 따라가는 빛부스러기는지친 발자국에 스민 땀빛이겠지 펼치는 나팔꽃 입구에슬쩍 어리는 숨결도바람 모서리에 잠드는구나 높은 하늘은 깊은 우물로나팔꽃 넝쿨에 드리울 때별빛 한 톨 건져 올리면잔잔한 고요가사색으로 졸고 있었다 깊어지는 밤잠 꿈속에혼자만 취하는 빛은너만 나만 아니고아리숭한 골목길도 처져 있다 길게 짧게 끌어당기는 빛은가깝고 멀고혼자만의 동영상 만들고 있다  변창렬 프로필재한동포문인협회 부회장. 중국조선족문단 중견시인, 연변작가협회 회원.  국내외 문학지와 신문지상에 수십 편의 작품 발표. 길림신문 두만강 문학상, 동포문학상, 도라지문학상 등 수상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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