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申 吉 雨 (본명 신경철) 문학박사, 수필가, 국제적 문학지 계간 <문학의강> 발행인 한국영상낭송회 회장, 한국문인협회 자문위원 skc663@hanmail.net
【서울=동북아신문】      1.
 
집고양이가 새끼를 낳았다. 몇 일 지나자 새끼들은 귀여운 모습으로 자랐다.

나는 어미 고양이에게 밥을 준 뒤 새끼들을 만져보려고 가까이로 다가갔다.

순간, 밥을 먹던 어미 고양이가 달려들어 손등을 할퀴었다.

손등에서는 금방 한 줄기 붉은 피가 흘러나왔다.
 
나는 고양이에게 따졌다.
 
“나는 네 새끼들이 귀여워서 만져보고 싶어서 그런 것인데, 어찌 이럴 수가 있니?

  더구나 나는 너에게 밥도 주고, 너를 길러 준 주인인데….󰡓
 
그러자 어미 고양이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하지만, 내 새끼가 귀여워선지 해치려는지 어떻게 알겠소?

  더군다나, 내 새끼들은 어린 젖먹이들인데…."
 
그러고는 혼잣말처럼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도 사람보다는 약하니 미리 대처할 수밖에."
  


     2.
 
부녀자 몇이서 산으로 나물을 뜯으러 갔다가 호랑이 새끼를 발견하였다.

새끼들은 어려서 마치 강아지들처럼 귀엽게만 보였다.
 
"가서 한 번 만져볼까?"
 
"어미 호랑이가 보면 어쩌려고."
 
그러나 호랑이는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두려워하면서도 호랑이 새끼에게로 갔다.
 
"털이 참 보드랍다."
 
"어쩌면 이렇게 귀여울까?"
 
부녀자들은 호랑이 새끼들을 만져보며 좋아하였다.

호랑이 새끼들도 재미있다는 듯이 사람 손을 핥으며 옷자락을 물곤 하였다.
 
"󰡒어흥!"
 
갑자기 호랑이의 소리가 났다.

좀 떨어진 바위 위에서 바라보고 있던 어미 호랑이가 기분이 좋아서 낸 소리였다.

부녀자들은 깜짝 놀라 정신없이 달아났다.
 
내가 계면쩍어하는 호랑이에게 물었다.
 
“사람들이 네 새끼를 건드리는 데도 그렇게 지켜보고만 있었니? 해치면 어쩌려고."
 
그러자 호랑이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귀여워하는 것이 뻔히 보이는데 나설 필요가 없지.

  내 새끼들 또한 사람에게 쉽게 당할 녀석들도 아니고."
 
그러면서 호랑이는 이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저희들보다 훨씬 힘이 센 줄을 잘 알 텐데 내 새끼에겐들 감히 함부로 대할까."
 
 

     3.
 
소가 새끼를 낳았다.

주인이 수건으로 송아지의 물기를 닦아준다.

어미소는 그러는 주인을 바라보며 태를 먹어치운다.

어린 송아지는 두어 번 일어서려고 비슬거리다가 쓰러지더니 이내 곧추선다.

어미소는 그러는 모습을 그냥 바라보고만 있다.
 
내가 소에게 물었다.
 
“너는 어떻게 갓 낳은 네 새끼를 돌볼 생각을 않니?

  더구나 사람까지도 보살피고 있는데."
 
그러자 어미소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보다 더 잘 해주는 사람이 있는데 구태여 내가 나설 것이 없지.

  그러면 로히려 사람들이 못마땅하게 여기지요."
 
그러면서 이렇게 중얼거렸다.
 
“잘하는 이에게는 잘 하게 그냥 내버려두는 것이 잘하는 일이지."
 
 

고양이와 호랑이와 소가 어린 새끼를 대하는 태도가 서로 같지 않다.

그들이 접근하는 남들에게 무조건 위기의식을 느끼고 행동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도 그들의 능력과 판단에 따라 상황을 살펴서 대처하는 것이었다.

인간끼리의 관계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