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권진명 청년공동체 세움 부대표

▲ 권진명 청년공동체 세움 부대표. 권진명씨는 시각디자인을 통해 조선족과 한국사회의 공감의 연결고리를 찾고 있다.
[서울=동북아신문]20대의 젊음과 열정이 느껴지는 그녀, 청년공동체 ‘세움’의 부대표로 활약하고 있으며 시각디자인이라는 다소 생소하게 느껴지는 전공으로 조선족과 한국인의 뿌리찾기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권진명(27세)씨를 지난 11월 25일 서울 중랑구 묵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났다.

시각디자인에 대한 간단한 소개한다면?

“전공은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다. 흔히 시각디자인이라고 하는데 중국어로는 視覺傳達이라고 한다. 디자인을 한다고 하면 주위에서는 인테리어 디자인이나 패션 디자인 쪽으로 많이들 생각하고 있다. 심지어 제일 친한 친구들도 도대체 내가 무슨 디자인을 하는지 잘 모른다. 친구들은 컴퓨터 작업이나 명함, 상표 만드는 일을 하는 것으로 오해를 하기도 한다.

가끔 무료로 명함이나 로고를 만들어달라는 지인들의 ‘일감부탁’이 많이 들어오고 있다. (웃음)

그만큼 시각디자인이라는 전공이 중국의 일반인들에게는 아직 생소한 개념이다. 실은 우리의 생활 곳곳에 다 있는 것이어서 얼마든지 보고 느낄 수 있는 거다. 간단하게 설명하면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을 하는 것이다. 평면디자인, 그래픽 디자인보다 폭이 훨씬 넓은데, 단지 눈에 보이는 것을 이쁘게 만들거나 장식하는 것에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의미를 담아 소통하고 어떠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함에 있다. 다양한 미디어와 다양한 방식의 디자인을 활용하여 리서치, 기획, 스케치, 디자인의 순서로 완성된다. 추상적인 예술작품일 수도 있고 스토리텔링의 방식으로 내용을 더욱 쉽게 사람들한테 전달하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보면 된다.”

그림과 다른 점이라면?

“그림은 작가 자신의 내면세계를 표현하는데 치중점을 둔다면, 시각디자인은 타인과의 소통에 중점을 둔다. 소통과 공감을 목적으로 하는 디자인이다.”

졸업작품으로 조선족 관련 소재의 작품을 준비했다고 들었다. 그 과정에 대해서 얘기한다면?

“기존의 재한조선족들에 대한 영상이나 댓글, 논문을 찾아봤다. 그러면서 크게 두 가지 문제를 발견했다.

첫 번째, 재한조선족에 관한 영상들을 보면 대체로 몇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1. 현 재한조선족의 생활을 담은 다큐멘터리. 2. 조선족 범죄사기 비판 영상. 3. 조선족에 관한 편견을 버리자는 캠페인 영상. 그 외에도 많은데 대다수 동정심 유발이나 심각하게 다룬 내용들이 많다.

두 번째, 조선족 관련 논문들을 보면, 그래도 민족성, 정체성, 한 민족 통일성, 재한조선족의 현황 등을 다룬 내용들이 대다수다.

자료수집을 위하여 이 것 저 것 많이 찾아보면서 한국인들이 조선족에 대한 이미지가 부정적이라는 것에 놀랐다. 한국인들에게 영상을 만들어서 보여주고 싶다. 조선족의 역사와, 조선족들이 어떤 좋은 일을 하고 있는지에 대하여 많이 홍보하고 싶다.

작품으로 이런 걸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기존에 나왔던 논문식의 장황하고 엄숙한 거 말고, 다른 걸로 표현하는 방법을 생각해보았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나로부터 시작해서 개인의 가족사를 풀어놓고 우리 민족 역사를 더 쉽게 공감을 했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조선족은 중국현대사와 조선의 현대사가 결합된 민족이다. 중국의 근현대사를 몸소 체험한 민족이다. 그래서 이런 설정을 해보았다. 나의 가족과 친구의 가족으로 인물을 설정해서 비교하는 방식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중국의 베이징 올림픽과 한국의 88올림픽을 비교하는 방식. 나의 증조할아버지와 친구의 증조할아버지가 태어난 곳은 같은 곳이다. 나와 친구는 각자 자신의 역사를 갖고 있으면서 또 하나의 역사 고리를 갖고 있다. 이런 것을 그래픽, 사진, 동영상, 등 전시를 통해 대조적인 시각으로 보여준다.

작품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것을 느꼈다. 특히 할머니, 할아버지, 엄마, 아버지와 대화도 많이 나눈 기회가 되기도 했다. 할아버지를 통해 증조할아버지 이야기와 우리 가족이 어떻게 중국에 정착을 했는지 등 역사 이야기도 많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중국에 남게 된 증조할아버지가 민족 독립을 위하여 이바지를 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한편으로는 슬펐지만 한편으로는 자랑스러웠다. 증조할아버지는 촌장도 하셨고 항상 총을 몸에 지니고 다녔다고 들었다. 독립군이 증조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고 한다. 조선족인 우리는 중국과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동시에 품고 있고 한어와 조선어를 자유자재로 할 수 있다. 그래서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행운으로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세 가지로 생각하고 있다.

하나는 전공에 더 열중하려 한다. 너무 힘들어서 디자인을 포기하고 싶었지만 결국은 몸에 배어있다는 걸 느꼈다. 한국이나 중국 어느 한 곳에 매어있지 않고 글로벌한 시각과 마인드로 발전하고 싶다.

두 번째 목표는 ‘세움’ 공동체의 일에 더욱 정력을 기울이고 싶다. ‘세움’이 점차 자리를 잡아가면서 더 흥미로운 일들을 하고 싶다. 예를 들면 세움동아리도 만들고 다양한 활동, 행사를 조직하고 싶다. 청년들이 멤버여서 신선한 아이디어 뱅크라고 할 수 있다. 더욱 많은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는, 그런 단체로 만들기 위해 노력을 아끼지 않겠다.

세 번째 꿈은, 나를 통해 주위사람들을 변화시키고 싶다. 고향에 가서, 고향을 위해서도 뭔가를 하고 싶다. 자그마한 변화일지라도 그것이 언젠가는 나비효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뷰의 마감에 그녀는 청년공동체 세움에 대해 특별히 홍보를 했다.

“청년공동체 세움의 취지는 사람을 세우고 문화를 세우는 것이다. 청년들에게 플랫폼과 네트워크를 하는 공동체다. 기성세대의 것을 본받되, 청년들 스스로가 나서서 청년들의 힘을 합쳐서 세계적인 평화를 이룩하자는 글로벌한 마인드의 단체이다.

자체로 하는 행사도 있고 사단법인 동북아평화연대와 같이 하는 것도 있는데 중국조기유학생들, 각 대학교 중국유학생들에게 맨토링을 하고 있고 문화특강을 개최해 글짓기 특강을 하고 있다.

청년들과 교류하고 소통하며 인재 영입도 열심히 하고 있다. 운영진에는 북경, 상해, 서울, 서주, 남창 등 여러 곳의 청년들이 있는데 위챗 회의를 통해서 소통을 하고 운영방침을 토론한다. 이제는 청년들이 주체가 되어서 나설 시기이다. 전 세계 청년들의 평화와 발전을 위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싶다.”

 
권진명(權秦銘)

1989年生

한국예술종합학교 대학원 재학중

비주얼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청년공동체 세움 부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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