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유재 : 중국 소주 常熟理工学院 外国语学院 朝鲜语专业 교수/ 한국 숭실대학교 현대문학 박사졸업/ 재한동포문인협회 회원
무, 바람 무딘 식칼로썩둑썩둑베어내던 무단면푸르게 푸르게구멍 숭숭바람아 바람아 끝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하소연에 붙들린겨울 겨울그 허연 내부속에서 꼬부리고 잠자던모진 추위, 추위하얗게 질리다 못해붉다, 껍데기여 아, 이제는 기억마저바람 든다 2017.04.06 여행 어디론가 훌쩍 떠나고싶다고 그랬지특정되지 않은그래서 그 언제나기대가이미 도착된 그곳보다늦게 생겨나게 될 그곳으로 어느때라고 미리 계획하는 것도싫다고 그랬지결정은 항상 다행스럽게도안정감, 안정감만가져다 주니까, 허무를 박탈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유보해야 할 저녁 노을쯤은 남겨야하지 않겠느냐면서 누군가와 갈지 정해지지 않아안심이라고 그랬지미소까지 지으면서 부끄러움들킨 아이처럼 대뇌였지그러다가도 침울하게그림자는 항상 내곁에 있으니까한숨 쉬며 말할 때면 웬지 오히려기뻐하는 듯이 보였다면누구의 작은 탓일까 2017.04.08 어느날 늦은 오후 어느날 홀연소리없이 잠을 가늠하다 얼결에깨어나빗물 얼룩 가득한 창문 너머저 하늘은왜 저렇게까지도 낮게 드리운 걸까낮게 낮게 중얼거립니다, 어찌된 영문인지알 수가 없네요보이는데도 끝내 알 수가 없네요 내용 없이도내용이 없기 때문에 기쁠 수도있지요즐거워지려하는 것이 내탓만은 아니지요꿈이라고나 할까 낮게 깔려 떠내려가는 늦은 오후의 의식가장자리에구름이 먼저 잠 속으로 스며들었던 것이라고 비가 더 내릴 듯 합니다 2017.04.09 깃털 참새 통통통뛰놀던 풀밭에낯선 걸음 한그루옮겨 심으면포르릉날아간다 가냘픈정적가볍게 흘린 비밤새도록 껴안고 자리 지키는깃털 하나 주인 잃은 2017.04.11 그리움 그리움에 젖었군이야기가 끝나기도 전에추억이라고 이미 느껴졌다면 그대여무슨 할말이 더 남아 있겠는가좋았던 것만 남기려고하지도 말게좋음이란 과연 또 무엇이란 말인가游牧의 정신을 거느리고이리저리 떠돌음에 익숙한 육체를탓하지도 말게남루한 몸 하나 그냥 던져졌던 건 아니었던가큰 이유없이이 세상에 말일세그리움이란 어쩌면미처 소진되지 못한, 生의 연소에 딸린몇점 불빛일지도어둠 속에서 의아해하며 깜박이는 반딧불같은 것그 어디에도 남겨지지 못해 스스로에게서빛나고 있을 일말의 머뭇거림일뿐기억하게, 그리움은 허무하네이 말을 기어이 하고 있을 때의 허무함처럼똑같이 허무하네, 추억이란...그래도 아아끝내 그리워 하시라고 2017.04.11 호수5 물가가 그립다던 그녀는사막으로 떠났고여행이 괴롭다던 나는호숫가에 서다 내가 호수 찾은 까닭은그녀가 떠났기 때문만은 아니다그녀가 사막 찾은 까닭은내가 싫어졌기 때문만은 아니다 사막에 호수가 있을 것이다 2017.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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