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인프로필 본명 허창렬, 시인/평론가. 기자/편집 역임. 재한동포문인협회 평론분과장/부회장
 [서울=동북아신문]  "존재하지 않은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는 말이 있다. 브레슬린의 지적대로 이 세상의 모든 시는 " 창조의 시학이 아니라 발견이 시학"이다.시를 쓴다는 것은 잘 다듬어진 얼마간의 재료를 미리 정해진 구조속으로 집어넣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나아가며 새로운 감흥과 새로운 깨달음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ㅡ 전통이든 모더니즘이든 탈변의 진통을 감내하고 나면 모두 일맥 상통한 것이라고 하여야 할 것 같다. 이러한 시점에서 살펴볼때 이용길. 이다연의 시는 사실주의를 기초로 한 구체시(口体诗Concrete Poetry). 시각시(视觉诗Visual Poetry)의 범주인 독백시에 속한다. 이용길의 시 " 오미자"는 가히 가작이라고 높이 평가하고싶다. 제 1련 /빠알간 미모에 반했다/잠간 지나가는 향기에/오래도록 머물고 싶다 /에서 " 반했다"와 " 머물고 싶다" 는 고백은 "빠알간 미모"와 상큼한 "향기"속에서 이미지즘이 되여 상상의 에너지가 무궁무진한것 같다. 시란 이렇다. 첫단추를 잘 끼면 "정열, 좌절 ,달콤, 청순, 푸름"이라는 명사 나열이 되어도 결코 이상하지 않다.

  이다연의 " 이 길이 싫다 "의 경우 "구조주의 시학"이 초현실주의로 가장 잘 표현이 된 한 수의 좋은 시인것 같다. /2호선 구로디지털단지 /전철역 3번 출구 /디지털단지로 빠지는 길/에서 볼수 있다 싶이 눈섭 하나 깜빡이지 않는 작자의 초현실적인 독백이며 " 이 길이 싫은 이유"는 "개창자 같이 길고 길고 천태만상의 인간상" 임을 우리는 알수가 있다. /전철이 토해 놓은 인파 속에 /한낱 돌멩이 같이 /나는 /비벼대고 부대끼는 속에/ 금방 어디론가 튕겨나갈 듯/달을 안고 나와 /해를 지고 돌아간다/ 청춘을 불태워 배고픔 달래려고/ 오늘도 /
누구의 값싼 노동력 되었나 / 는 말 그대로 생생한 삶의 현장을 직접 카메라를 들이대고 생방송 하듯하여 노스탤적인 디아스포라의 처절한 몸부림에 읽는 이의 마음까지 울컥해나기도 한다. 

   하이퍼텍스트 시는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미셸 푸코(Michel Foucault), 질 들뢰즈(Gilles Deleuze),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 등 포스트모더니즘 학자들의 논의를 이론적인 배경으로 두고 있다. 그들이 말하는 작독자(wreader)나 리좀(rhizome) 개념 등이 하이퍼텍스트 시를 분석하는 데 있어 아주 유용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난 20여 년간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하이퍼텍스트 시에 대한 논의는 비교적 활발하게 진행되었다.

  한국의 경우, 하이퍼텍스트 시에 대한 이론적인 연구가 상당 부분 많이 진행된 상황이지만, 이것이 창작에까지 연결된 경우는 극히 드물다. 지난 2000년, 새천년을 맞이하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언어의 새벽’이란 이름으로 하이퍼텍스트 시 프로젝트를 진행한 줄로 알고 있다. ‘언어의 새벽’은 김정란 시인과 정과리 평론가의 주도하에 진행된 프로젝트로, 시인과 일반 독자들의 합동 글쓰기가 이루어진 국내 최초의 시도였다.

그림자가 원이다
구 원뿔 혹시 원기둥인가
원래 도형은

그림자가 직선이다
원래 도형은
삼각형 사각형 아님, 오각형인가

알 수가 없다
높은 차원의 입체와 도형이
낮은 차원에 사영해서 생긴 그림자로

3차원의 몸뚱어리를
1차원으로 사영하는 그림자일 뿐인데
키는

별로라 한다
키가 작다고
소개팅에서 여자가

수학과 시 (전문)

  포스트모던의 문화는 순수이성(理性)에 대한 병적인 믿음으로부터 현실에 대해 너무나 많은 해석을 양산하면서 끊임없이 가치를 전복한 대중매체의 발달로 이룩된것 같다. 프로이드에 의하면 " 그들은 느낌의 세계로부터 객관의 세계와 인간의 교감을 가능하게 하던 언어의 기능을 전복"시켰기때문이다. 곰곰히 살펴보면 성해동의 " 수학과 시는 "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는 수학과 그림자ㅡ 키가 어울려 아름다운 하모니를 이루고 있다. 모더니즘이 철탑이라면 포스트모더니즘은 그와 반대로 높게 쌓아 올리는것이 아니라 횡적인 발전을ㅡ 다고리로 한다. 이 시의 주제는 기실 간단하다. 소개팅에서 여자의 한마디ㅡ 키가 작다ㅡ인데 무변(无边)의 횡적인 발전은 독자들로 하여금 무한한 상상력을 가동하도록 장치되여 있다

  아무쪼록 오랜간만에 읽어보는 좋은 시들이라고 하여야 겠다. 단숨에 배 부를수는 없다. 차근차근 기초를 잘 다져가고 있는 작자들의 노고에 아낌없이 박수를 보내고 싶다.

2018년 1월 6일

동탄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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