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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배영춘 수필]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자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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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8.02.21  08: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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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영춘 약력: 중국 서란시 출생.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수필/수기 등 수 십편 발표, 수상 다수.
[서울=동북아신문]서둘러서 잘되는 일이 어디 있을까. 바쁘게 설치지 않아도 되는데, 예민하고 조급한 성격 때문에 나는 아파도 아프다는 말을 잘 안 한다. 어지간히 아프지 않고는 병원에도 가지 않는 성격이다. 그동안 소소한 질환은 아내가 알아서 처치해주고 치료해줘서 건강관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아내가 중국에 가서 없는 동안 열심히 일하면서 각 종 행사와 친구들의 모임에도 빠지지 않고 참가했다. 날씨가 추워지면서 허리도 뻐근하고 피곤해지며 건강에 이상이 오기 시작했다.  

아침 일찍, 출근 시간이 늦어서 급하게 설쳐대다가 허리가 삐끗하면서 펴지지 않았다. 신경이 질겁할 정도로 아파 나며 비명이 절로 나왔다. 일어서지도 걷지도 못하는 불구가 되는 것 같았다.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움직일 수 없어 직장에 전화로 하루 휴가를 냈다. 한동안 움직이지 않고 그대로 누워 있었다. 좀 나은가 싶어서 병원에 가보려고 양손을 방바닥을 집고 엉덩이부터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한 손으로 무릎을 짚고 다른 한 손은 벽을 짚으며 허리힘의 중심을 분산시켰다. 천천히 펴봤다. 다리가 저려나면서 허리가 물러 않는 것만 같았다. 나는 포기하고 다시 누웠다. 겨우겨우 벌벌 기며 진통제를 찾아먹고 다시 휴식을 취했다. 간신히 옷을 입고 가까운 척추 전문 병원으로 갔다.

의사 선생님은 허리는 활과 같다고 했다. 활을 순간적으로 너무 세게 당기면 시위가 터지거나 활대가 부러진다는 것이었다. 몸을 너무 혹사해서 시술한 척추의 핵이 다시 흘러나와 신경을 누르고 있었다. 정상으로 회복되는데 한 달 정도 걸리고, 재발도 잦은 부위이므로 될 수 있으면 푹 쉬라고 했다.

척추 디스크는 허리 쪽에 있는 추간판이 돌출되거나 터져 나와 추간판 안의 수핵이라는 조직이 척추신경을 압박해 허리, 다리 등에 나타나는 질환이다. 추간판 탈출로 인한 척추신경 압박만으로 통증을 유발하지는 않으며 신경압박, 염증반응, 생화학적 영향, 혈관 관계의 이상 등 여러 가지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유발된다. 허리디스크의 주원인 중 하나는 오래 비틀어진 자세를 유지하는 것이다. 다리 양쪽으로 쥐어짜는 듯한 통증, 일정 거리를 걸어가면 다리가 저리고 아파지며 쪼그리고 앉으면 증상이 완화되거나 없어지는 특징 등이 척추관 협착증의 주요 증상이다. 

아내가 빨리 와서 밥이라도 좀 챙겨 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국제 전화를 했다. 깜짝 놀란 아내는 비행기 표를 사는 대로 한국으로 오겠다고 했다. 귀찮을 정도로 건강을 챙기라는 아내에게 괜히 짜증도 내고 신경질을 부리곤 했던 것이 부끄러웠다. 평소에는 아내가 없어서 내 자유라고 마음대로 돌아다니고 자랑하고 다녔지만, 움직일 수 없을 때야 아내의 소중함을 느꼈다. 

 움직일 수 없으니 화장실도 더욱 자주 가고 싶은 것 같았다.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휴양하고 있으니, 가야 할 곳도 많이 생기고 할 일도 많이 떠오른다. 하루라도 빨리 나아야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약 상자를 옆에 끼고 뜨거운 찜질을 해가며 파스도 덕지덕지 붙였다. 급한 마음에 서두르다가 다쳤다고 자책하던 생각은 벌써 버려지고, 어느새 빨리 나아야 한다는 조급증을 내는 것을 보니 타고난 성격은 어쩔 수 없나보다. 피식 웃음이 나오며 허리의 존재가 중요하다는 걸 새삼 느껴졌다.

허리 통증이 완화된 것 같아서 두 다리에 의지하고 천천히 일어섰다. 하지만 허리가 시큼해 오면서 한쪽 다리가 저려왔다. 급히 아픈 허리의 힘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허리를 구부리고 한 발짝, 한 발짝, 움직이니 수월했다. 매일 걷고 움직이는 것이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러웠는데 물 한 잔 마시러 가는 것도 고통스러울 줄이야. 당장 가고 싶은 곳 못 가고, 해야 할 일을 모두 다 못하게 되었다. 그것으로 인한 금전적, 시간적 손해와 불편함은 말할 것도 없고 주위 사람들에게 끼치는 폐해도 생겨나기 마련이다. 모름지기 건강이든 인간관계든 간에 깨어지고 파열되기 전에 조심하고 배려할 일이다.

사람 사이도 사소한 오해나 순간적인 감정에 치우쳐 관계가 순식간에 금이 가거나 깨어진다. 아무리 좋았던 사이라도 한번 깨어진 관계는 점점 골이 깊어지기 일쑤고 원수가 되기도 한다. 나중에 그 골을 메우기 위해서는 열 배, 스무 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내가 아는 분은 암 수술을 받고 "살아있는 자체가 행운이다"라고 말했다. "건강은 건강 할 때 지켜야 한다."는 철학이 생각났다. 나는 건강을 관리 하지 않은 탓도 있지만, 돈만 보고 앞만 내달리다 보니 쌓이는 스트레스 때문, 또 끊지 못하는 술이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아내는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자고 말했다. "건강하게 오래오래"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 싶지만, 아픔을 시술로 봉합하고 좀 나아지니 이 몸뚱이가 또 그 주문을 기억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한국에서는 치매도 국가에서 지원해준다는 뉴스를 방송에서 본 기억이 있다. 의료보장이 너무 잘 되어 있어 나도 직장에서 4대 보험을 들어 의료보험 혜택을 보았지만 미리 아픔을 인지하지 못한 무지함 때문에 병을 더 키운 게 안타까웠다. 

인생길은 언제나 나 자신을 고달프게 한다. 일자리가 없어 전전긍긍할 때는, 물에 빠져 지푸라기라도 잡을 심정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하겠다는 심정이다. 그런데 막상 취직하고 일을 하다 보면 각종 스트레스를 받을 때가 많다. 그럴 때마다 생각이 달라져 또 다른 일자리를 생각해본다. 사람의 마음 왜 이리 간사할까? 나는 이제 움직일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복이라고 생각한다.

휴양하는 동안 소홀했던 나 자신의 건강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예전에는 아프면 참는 게 미덕이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아닌 것 같다. 100세 시대에 최우선 사항이 건강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아 아프면 아프다고 말을 하고 병원에 가는 게 맞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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