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 신문사소개 | 기사제보
최종편집 2018.11.16 금 17:48
사회·문화
[시/최려영] 반지 외2수-동포문학 8호 공모작품-
[편집]본지 기자  |  pys048@hanmail.net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승인 2018.09.04  17:35:58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 최려영 약력: 중국 길림 훈춘 출생, 중국 천진외국어대학 졸업. 한국에서 기자 편집 사업에 종사. 이육상문학상 은상 등 다수 수상.
[서울=동북아신문] 반지 

회색 우비를 입은 사람들의 머리 위로
반지가 비처럼 쏟아지면
눈물과 웃음으로 얼룩진 얼굴들이
손을 뻗어 반지를 영접한다
 
정수리에, 뺨에, 튀어나온 광대에
반지가 내려 앉으면
튀어 오르는 불꽃과 함께
동그란 모양의 인장이 살갗을 태우며 새겨진다
 
두르지 않아도 될 황금 테두리를
온몸 가득 새기고
지지 않아도 될 책임을
목에 칭칭 두르고
 
묵묵히 씨앗을 뿌린다
어른 놀이를 한다
 
문득
신성한 수단*을 입은 자들 사이로
붉은색 우산을 쓴 얼간이가 비껴가면
그 영혼은 온통 순수함과 욕망으로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낸다
 
세상의 것 아무것도 움켜쥐지 못한
그 손과 발 얼굴 말갛고 투명하다
 
*수단: 성직자가 평상복으로 입는 발목까지 오는 긴 옷
 
 
 
네가 선택한 정답과 내가 합리화한 정답
정답이라는 뭉툭한 갑옷을 입은
우리는 억세고 퀴퀴한 돌이다
 
돌이 되어 땅바닥에 질펀하게 퍼 앉은 우리들과
돌이 되기를 거부한 유약한 부스러기들이
공중에 흩날리며 일곱 빛깔 프리즘을 일렁인다
 
그리하여 우리는 돌이다
가끔 내린 빗방울에도 무지개가 될 수 없는
질기고 퀴퀴한 돌이다
 
 
먹은 것으로 산다
 
사람은 먹은 것으로 산다
모래를 마시든
구름을 뜯어먹든
먹어야 살 수 있다
 
먹는다는 행위는 축적을 동반한다
행위가 켜켜이 쌓이면
젖은 점토에 찍힌 유령의 발자국처럼
기이한 향수(乡愁)를 남긴다
 
걸을 힘을 잃은 자들은
멈춰 서서
과거의 기억을 뭉텅뭉텅 잘라 먹는다
 
그것이 설령 오묘한 향수로 점철된
자기 미화의 자투리일지라도
 
지금 살갗을 스치는 바람은
영원히 우리가 난생처음 맞는 바람이다
 
고로
먹은 것으로 사는 우리는
영원히 현재라는 시축(时轴)
똑바로 서 있을 수 없다
 
<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
[편집]본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폰트키우기 폰트줄이기 프린트하기 메일보내기 신고하기
트위터 페이스북 미투데이 요즘 네이버 구글 msn 뒤로가기 위로가기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자동등록방지용 코드를 입력하세요!   
확인
- 200자까지 쓰실 수 있습니다. (현재 0 byte / 최대 400byte)
- 욕설등 인신공격성 글은 삭제 합니다. [운영원칙]
이 기사에 대한 댓글 이야기 (0)
 
최근인기기사
1
‘미국 로또’ 열풍 中까지 이어져 구매대행 등장…中 복권 시장도 성장세
2
[글/ 천숙]제비콩의 꿈
3
[뉴스추척] 중국 전능신교 피해자 가족 방한 "가족을 돌려보내달라"
4
전세계 한상, 청년 일자리 창출에 나선다
5
[시/홍연숙] 방아꽃 외2수
6
“산업재해보상 끝까지 포기하지 마라”
7
朝鲜名家作品欣赏--朴明哲
8
QR코드 스캔으로 등록 가능! 중국, 철도 12306사이트 업그레이드
9
어울림 주말학교 어린이 학부모 50명 저물어가는 가을 즐겨
10
"가르침에는 차별이 없다"고 했건만…
신문사소개구독문의광고후원회원/시민기자가입기사제보제안/제휴안내개인정보취급방침청소년보호정책이메일무단수집거부
[150-824]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2동 1024-21 | 대표전화 : 02-836-1789 | FAX : 02-836-0789
등록번호 113-22-14710  |  대표이사 이동열 |  E-mail : pys048@hanmail.net |  청소년보호책임자 : 이동열
Copyright © 2004 동북아신문.∥dbanews.com의 모든 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