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숙 약력: 중국 벌리현 교사 출신. 집안 심양 등지에서 사업체 운영, 재한동포문인협회 이사. 수필, 시 수십 편 발표. 동포문학 수필부문 최우수상 수상
[서울=동북아신문]나는 예전에 호텔식당을 운영하기 전에는 회사생활이 꽤나 힘들다고 생각했었다. 한국으로 수출하는 산품들을 하나하나 꼼꼼히 체크하는 것도 힘들었고, 판매회사나 물류회사와 자주 충돌하는 것도 스트레스를 받았다. 또한 산지를 찾아 가는 길은 장시간 열차와 버스를 이용해야 했기에 힘들었다. 때로는 밤차로, 새벽차로 움직일 때면 얼마나 더 먹고 살겠다고 이렇게 극성을 부리나 싶기도 했다. 특히 동북에서 겨울에 밤차나 새벽차를 탈 때는 더욱 그런 느낌이 들었다. 등산복 속에 쟈켓 하나라도 더 껴입고 차 시간을 기다리는 그 심정을 경험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것이다.

그러나 호텔식당을 운영했던 이후로는 그 운영보다 더 힘든 일을 겪지 못했다.

같은 중국이지만 지역문화가 다르기에 첫 시작부터 엄청 힘들었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수속을 거쳐야 할 부서가 16 개나 되었다. 위생국, 공상국, 세무국, 환경보호국, 전력청, 수도관리처, 외사처( 변경도시라서 外事科를 거쳐야 했다.) 파출소 ...... 하여튼 다 기억이 나지 않는다. 사업자등록증이 나온 이튿날부터 여기저기서 찾아 왔다. 인맥관계가 없이는 도저히 엄두도 낼 수 없음을 인지하게 된다.

다른 사람이 하던 걸 인수해서 했던 호텔은 시설이 엉망이어서 보수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었다. 전기시설부터 시작하여 난방시설이며 냉방시설, 화장실이며, 침대며, 침대보, 커튼, 주방시설과 주방도구...... 이 모든 것들은 예상한바가 아니었지만 상상을 훨씬 초월하였다.

 그래도 인테리어는 한국 업체에 맡겨서 그만하면 순리로운 편이었지만, 자질구레한 보수는 현지 중국인에게 맡겼더니 하루에도 몇 번을 싸워야 하는지 일하는 것보다 더 맥이 빠졌다. 업주와 상의도 없이 자기네 생각대로 해놓고는 고치라고 하면 까다롭다고 투덜대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한번은 결제를 제시간에 안 해줬다고 숱한 사람들을 데리고 와서 으름장을 놓으며 난동을 피워 대서 속상했던 적도 있다. 다행히 국세청에 있는 조선족과장님이 나서서 조회를 했기에 일이 크게 벌어지지는 않았다. 지금도 그 고마운 조선족과장님을 잊을 수가 없다.

나는 지금도 이런 말을 하군 한다. 식당을 운영해본 사람은 그 어떤 일도 다 할 수 있다고. 그 만큼 식당운영이란 이런저런 여러 가지 일을 다 겪기 때문이다. 

호텔방은 관광계절인 5월부터 10월 사이에만 했기에 그리 힘든 일은 없었지만, 일요일도 없이 했던 식당은 정말 사람의 애간장을 태웠다. 손님이 없을 땐 없어서 속상하고 많을 땐 많아서 힘들었다. 결혼식이나 연회가 있는 날에는 새벽 3시부터 밤 11시까지 온 하루 앉아 있을 시간도 없이 분망히 보내야 했다. 시장을 직접 보며 채소를 구입해서 많이 들고 다닌 탓인지 한번은 어깨가 너무 아파서 팔을 들 수가 없었다. 일주일동안 병원 다니며 치료를 받아서야 겨우 나았다. 또 한 번은 독 감기에 걸렸는데 편안히 누워서 앓을 수도 없었다. 링거를 맞고 곧바로 식당으로 향해야 했었다.

그렇게 고생을 했건만 사업은 애쓴다고 되는 건 아니었다. 2년 6 개월 만에 결국 접게 되었다. 비록 경영에서 성공은 못했지만 나는 그 과정에서 많은 것을 배웠다. 인간관계며, 이 사회의 실정이며, 운영체제와 방식들, 그리고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는 법...

그 후 나는 한국에 입국해서 고시원생활부터 시작했고, 식당알바도 하군 했지만 힘들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다.

그 자세와 태도는 아마도 힘들었던 그 시기를 힘듦의 기준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도 나는 한국생활에서 힘들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예전에 힘들었던 그 시기가 오늘날 나에게 보상을 주는구나하는 생각이 든다. 피땀은 절대 배신하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믿는다. 그 언제가 되든 꼭 보상을 준다.

가장 힘들었을 때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면 그 척도로 극복해낼 수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가 생긴다. 극한의 상황을 경험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강한 삶의 욕구와 의지가 생기게 된다.

지금도 나는 어려움에 부딪칠 때마다 그 때 힘들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지군 한다.

저작권자 © 동북아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